토요일 오후라 강화도를 가는 길은 멀었다.
그냥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그러나 중도에 포기하면 아니함만 못하리란 말을 꼽씹으며 인내한다.
강화도에 입도하고 보니 막혔던 도로가 전혀 없이 원활해진다.
여기저기로 교통이 분산된 효과일 것이다.
외포리 뱃터의 옛추억이 되살아난다.
그곳을 지나 멀리 높다란 다리가 보인다.
다리 밑으로 배가 지나가게끔 고려했기에 높이 만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보문사를 향한다.
보문사 옆 언덕은 낙조를 보기 아주 좋은 곳이 있다.
그곳에서 오래 전 낙조를 보던 여인이 있었다.
그때는 차와 사람을 배로 건네던 때였으니, 10년도 넘은 듯했다.
오랜 세월 동안 그 여인을 보아왔다.
바다를 배경해도 어울리는 여인 ㅡ
산을 배경해도 어울리는 여인 ㅡ
밀가루 포대를 뒤집어써도 우아한 여인 ㅡ
낙조를 배경해서 더 어울리던 여인 ㅡ
그 여인과 뱃터 횟집에서 회를 떠 바닷가에서 소주를 마시며 낙조를 보던 추억이 있다.
파도가 철석이는 어둠 속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밤바다를 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초병이 위험하다고 말했으나 우리는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
차 의자를 젖힌 잠자리라도 그녀는 만족했다.
자주 오자고 말했다.
모텔보다 훨씬 좋은 분위기가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듯했다.
자연과 가장 가까운 환경에서 나누는 사랑은 인위적인 공간보다 낫다는 것은 경험자만 알 수 있다.
뜨거웠다.
가을이란 계절의 선선함은 이내 뜨거움으로 변하던 차내 ㅡ
그녀는 태초의 여인 이브가 되어 아담에게 환상의 세계를 몇 번이나 보여주곤 했다.
여인은 왜 사랑을 하며 흐느낄까?
아무도 없는 단둘이라는 해방감은 그녀가 숨죽였던 도시에서의 사랑과 거리가 멀었다.
그녀는 알아들을 수 없는 해괴한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차창으로 별빛이 스며든 어둠 속에서 그녀가 환희에 젖는 모습이 보였다.
환히 불 밝힌 실내보다 더 아름다움이 배어나던 그녀의 얼굴을 지금까지 잊지 않고 기억한다.
나무늘보처럼 내게 매달린 그녀의 가녀린 몸과 그 속에서 뿜어지던 열기도 잊지 않는다.
사랑이 끝날 때까지 그녀 팔다리는 옥죄임을 풀지 않았었지?
거센 파도가 우리를 함몰시키고 있었다.
거센 풍랑이 잠잠해지며 그녀는 떨어져나갔다.
전원 스위치를 켜고 차창을 열었다.
끈적이던 열기는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창문을 올린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얼마 있을 때 찾아들던 한기는 오히려 좋았다.
그녀는 내 품 안으로 파고들어와 안아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찾아드는 피로감이 나른한 안식으로 변했던 기억 ㅡ
그녀는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내 팔베개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때도 가을이었으나 지금보다는 이른 때였으니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때 그 여인은 어떻게 변했을까!
오늘 그녀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오늘은 잘 계획이 없다.
다리가 놓였으니 언제든지 마음만 먹는다면 나갈 수 있다.
보문사에 주차하고 경내를 둘러본다.
그리고 내가 만나려던 여인을 만났다.
10여 년 전, 이 절을 함께 보고 낙조를 보던 그 여인을 만났다.
그때보다 훨씬 완숙한 미모, 우아한 몸짓이 내 가슴을 울렁이게 만든다.
그녀에게 낙조를 보자고 말해볼까?
10여 년 전처럼 차 안에서 밤을 지새자고 말해볼까?
그녀의 도톰한 입술이 붉게 물든 단풍보다 더 어여쁘다.
사람들이 없다면 와락 껴안고 키스를 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카라 넓은 트랜치코트가 떨어지는 낙엽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또각 또각 ㅡ
그녀의 구두 소리가 낙엽 위를 구른다.
아! 1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처음으로 듣는 그녀의 구두 소리이다.
이렇게 보문사를 오면 만날 수 있었던 여인을 그동안 왜 못 만났을까!
지난 세월이 밉다.
사는 게 뭔지!
이렇게 평안을 찾고 안식을 찾는 삶을 왜 갖지 못했을까!!
그녀에게 물었다.
회를 드시겠냐고!
그녀는 석모도에서는 싫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녀 집에 가서 먹자고 말했다.
하긴 그렇다.
회는 소주와 먹어야 제맛이다.
운전을 해야 하기에 섬에서 먹을 수는 없다.
낙조도 보지 않았다.
낙조를 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길게 남았다.
석모도 여인 ㅡ
그녀는 강화도를 벗어나며 내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어둠이 내린 도시의 횟집에서 포장해 온 회로 소주를 마시며 현실로 돌아왔다.
언제나 바가지를 긁는 여편네로 변해버린 석모도 여인 ㅡ
낙엽 속에 또각이며 걷던 우아한 여인은 명품 바바리를 벗자 놀부 마누라로 변해버린다.
아들 녀석이 사 준 명품이란 옷을 걸쳐 그렇게 예쁘고 우아하게 보였나?
옷이 날개라더니!!
몸빼로 갈아입은 아내는 어디를 보아도 지적인 구석은 없다.
입이 터지게 상추에 고기를 몇 점 넣어 먹는 모습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다.
저런 스타일에 발기되는 녀석이 있을까?
아무래도 오늘 밤은 10년 전 해변에서의 밤이 되기는 틀린 듯한 예감이다.
나는 무식한 여편네와는 사랑을 나누는 스타일이 아니다.
첫댓글 발기라 고라?
대단하십니다 ㅋ,
ㅎ 한편에 소설 입니다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같겠지만
분위기에 빠져드는 감성이
10년전 섬세함에서
10년이 지난 후 무디어졌음이니
석모도 여인이 이세상에서
제일 특별하게 보이게끔
다시 감성을 찾으소서~ㅎ
ㅎㅎㅎ~~ 그래도 어쩝니까? 조강지처인데 ?
눈부신 미모도 세련되구
지적인 품성도 세상사 살다
보면 현실적으로 다 변해가지요.
곰보 째보라도 조강지처가
제일 입니다.
곱게 이쁘게 보셔서 만리장성
많이 쌓아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우아함은 없어도
상추에다 회 한점 얹고 입 가득하게
드시는 사모님의 모습이 더 순수하고
아름답습니다
토끼방에서 삶방으로 이동한 글이
더 무드가 있고 현장감이 있어
좋습니다
우아한 이브닝 드레스 서너벌 선물 하시지요.
명품이 어울리는 어부인을 두셨으니 당연히...ㅎ
발기를 위하여!
발기찬 새벽! 어스름 여명이면
차안에 후끈하던 그녀의 의미없는 노래를
다시 들을수 있으실겁니다 오래~건강하세요
논/픽션 소설 같네요. 재밋게 읽었습니다. 세월이 무색 하지요.
제미 있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