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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타르발 '오일 태풍'이 유럽 축구계에 휘몰아치고 있다. 카타르가 프랑스 출신의 명장 필립 트루시에를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 이후, 유럽 출신 감독에 걸맞는 선수층을 구성하기 위해 유럽 무대에서 기량을 인정받았으나 대표팀과 인연이 닿지 않은 '진주'들을 상대로 사상 초유의 귀화 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적인 기량의 선수들을 포섭하여 아시아 무대를 넘어 세계로 발돋움하려는 카타르의 야심을 드러내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사진: 확정된 아일톤의 카타르 귀화. 이어 데데도 귀화를 결정하였다. 야심찬 카타르의 구애 작전이 과연 아시아의 축구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게티이미지/유로포토)]
아일톤이 이어 데데도 귀화 예정
카타르의 노력은 서서히 그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20골을 기록하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브라질 출신의 아일톤(베르더 브레멘)은 이미 카타르 귀화를 결정한 상태. 그는 다음 주중 카타르 축구협회와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분데스리가의 정상급 레프트 윙백인 데데 역시 카타르 귀화 여부를 두고 고심하다가 결국 지난 금요일 저녁 카타르의 제의를 수락하겠다고 말하였다. 브라질 출신의 데데는 독일의 명문 클럽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활동하고 있다.
데데 : '(논란에 대하여) 신경쓰지 않는다. 다음 주 월요일 카타르에서 계약서에 서명할 것이다. 마침내 국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간 브라질과 독일 양국은 이러한 기회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아일톤, 데데와는 달리 또다른 분데스리거인 프랑스 출신의 중앙 수비수 이스마엘(브레멘)은 카타르의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데스리가 소속의 선수들에 이어 카타르 축구협회는 프랑스의 르상피오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력파 선수들을 상대로 귀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이는 카타르 대표팀의 감독 필립 트루시에가 프랑스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분석되는데, 트루시에는 얼마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카타르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타국의 유능한 선수들을 영입해야만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롱댕 보르도의 공격수 쟝-클로드 다슈빌, 오세흐의 미드필더 얀 라쉬에, 낭트의 미드필더 스테판 지아니, 렌의 공격수 프레데릭 피키온 등이 현재까지 밝혀진 카타르의 영입 대상이라 한다. 이들은 모두 소속 클럽에서 주전으로 활동하지만 프랑스 대표팀의 두터운 선수층 때문에 '레 블뢰'의 부름을 받지 못한 선수들. 앞서 언급된 아일톤과 데데 역시 브라질의 풍부한 스쿼드에 밀려 A-매치 출전의 기회를 전혀 가지지 못한 선수들이다. 카타르의 귀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카타르의 국기 아래 모인 다국적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아시안컵은 물론 2006 월드컵 예선에서 우리를 상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비판에 앞장서는 독일과 소속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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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일톤의 카타르 귀화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유프 하인케스 샬케 04 감독. '얼마나 공들여 영입한 아일톤인데..' (게티이미지/유로포토)] | 다음 시즌부터 아일톤의 소속 클럽이 되는 샬케 04는 그동안 아일톤의 카타르 귀화건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왔다. 이는 아일톤이 카타르의 대표 선수로 A-매치에 출전하는 동안 팀은 공격 라인에 크나큰 공백을 맞이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아일톤이 카타르 귀화를 결정한 지금, 샬케 04의 감독 유프 하인케스는 <베스트도이체 알게마이네 짜이퉁(WAZ)>와의 인터뷰를 통해 카타르 축구협회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카타르의 귀화 작업은 상식의 선을 넘어선 비정상적인 활동으로 이를 세계축구연맹(이하 FIFA)과 UEFA(유럽축구연맹)이 제지해야 한다는 것이 하인케스의 주장. 샬케 04의 구단주 루디 아사우어 또한 카타르를 비난하면서 아일톤의 결정이 심히 유감스럽다는 반응이다.
하인케스 (샬케 04 감독) : '선수가 돈에 이끌려 국적을 원하는대로 바꾸는 일이 가능하다는게 이해가 안된다. FIFA와 UEFA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이는 대표팀의 개념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태이다.'
한때 독일 대표 선수를 희망한 아일톤과 데데의 발탁 가능성을 한마디로 일축했던 독일 대표팀 감독 루디 푈러와 독일 축구협회장인 게르하르트 마이어 포어펠더도 카타르 축구협회의 이러한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FIFA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포어펠더 회장은 FIFA 집행위원회와 이 문제를 논의하여 제재를 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였다.
푈러 (독일 대표팀 감독) ; '카타르의 행동은 너무나 극단적이다. 카타르의 행동이 용인된다면 대표팀의 존재 이유는 완전히 사라진다. 돈으로 대표팀을 구성하는 것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카타르가 5명의 브라질 선수들과 5명의 프랑스 선수들로 월드컵을 뒤흔들더라도 이는 떳떳한게 아니다.'
포어펠더 (독일축구협회장) : 'FIFA 집행위원과 가진 미팅에서 카타르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표하였고 그도 공감을 나타내었다. 이는 대표팀의 본질을 저해하는 행동이다.'
근래 카타르는 거액의 연봉을 무기로 호마리우, 페르난도 이에로,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클라우디오 카니쟈, 슈테판 에펜베르크, 마리오 바슬러, 호셉 과르디올라, 르뵈프 등등 세계를 호령했던 노장들을 자국 리그로 끌어들인 바 있다. 이제 카타르는 대표팀을 마치 클럽 같이 다국적의 용병군으로 무장시키려는 움직임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우려를 사고 있다.
- 사커라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