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내리며/ 허영숙 (시인)
커피를 내리는 일처럼
사는 일도 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둥글지 못해 모난 귀퉁이로 다른 이의 가슴을 찌르고도
아직 상처를 처매주지 못했거나
우물 안의 잣대품어 하늘의 높이를 재려한 얄팍한 깊이로
서로에게 우를 범한일 들
새벽 산책길
이제 막 눈을 뜬 들풀을 무심히 밟아댄 사소함까지도
질 좋은 여과지에 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는 일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것처럼
마음과 마음의 온도차이로 성에를 만들고
닦아내지 않으면 등을 보여야 하는 슬픈 배경
가끔은
아주 가끔은
가슴 밖 경계선을 넘어와서 눈물나게 하는 기억들
이 세상 어디선가
내게 등을 보이고 살아가는 배경들이 있다면
걸러내어 향기로 마주하고 싶다.
커피 여과지위에서
잊고 산 시간들이 따뜻하게 걸러지고 있다.
친구여!
벗이여! 아프지 마시게
http://videofarm.daum.net/controller/video/viewer/Video.html?vid=v325acZLDMMZMNzGG2M2Dyy&play_loc=undefined&alert=true’
차라리 빗방울 떨어졌음
흐릿했던 하늘 맑아 버리니 아쉽다
오랜 가뭄 어이 할까?
집사람에게 물천어 지져달라고
저번에 문사장이 낚아다 준 눈치와 붕어를 손질해 놔둔게 있다
무를 뽑아다 달란다
아래 밭에 내려가 무 두 개를 뽑아다 주었다
무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무잎이 넘 많아 곁가지를 따주는게 좋을 듯
그래야 무가 더 커진다고 한다
내일은 곁가지를 따주어야겠다
이걸로 무시래기 해서 국 끓여 먹으면 좋다
동물들 챙겨 주었다
요즘 알을 잘 낳지 않는다
암탉이 10여마리나 되건만 겨우 한두개
모이를 적게 주어서일까?
그래도 지들 먹을 만큼은 주는데...
고추대를 베어 말려야겠다
뽑아 놓았더니 잘 마르지 않는다
예초기로 고추대를 벤다하여 예초기를 가지고 아래로
혹 몰라 전정가위도 가지고
예초기로 고추대를 베어보니 한번에 착 베어지질 않는다
아이구 이러면 고추대 베기 어려울 듯
큰 전정가위를 깊게 집어 넣어 베니 한번에 싹둑
전정가위로 베는 게 낫겠다
250 여개 고추대를 다 베었다
방울 토마토는 한창 열리기 시작
세그루 심었는데 원없이 따 먹었다
가지도 마찬가지
가을이 깊어지니 더 많이 열린다
풍성한 가을
이게 재미아닌가
집사람이 아침을 차려 놓았다
물천어도 지졌지만 아직 다 익지 않았다며 나중에 먹자고
어제 남은 운저리회에 밥 비벼 맛있게 한술
익은 서리태콩을 베었다
집사람은 미처 떨어지지 않은 콩잎을 모두 딴다
이래야 말려도 검불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어느새 아홉시 반
열시까지 옷을 바꾸러 오라했는데
부지런히 샤워하고 장성 체육사로
마침 사장이 있어 추리닝은 금방 바꾸었다
속에 입은 티는 목요일에나 바꾸러 오란다
집사람이 그럼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놔야 하지 않겠냐고
난 그런 생각도 못했다
이미 바꾸러 왔으니 다 아는 것 아닐까?
여긴 많은 사람이 다녀가는 곳이니 기록해 두지 않으면 알 수 없단다
왜 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걸까?
체육복 바꾸고 바로 담양 파크 골프장으로
당분간은 우리 치던 곳에 다니기로
우리가 어느 정도 감각을 익혔을 때 다른 골프장도 가보잔다
이도 재미있는 운동
이젠 농사일보다 이런 걸 즐기며 살아야겠다
승훈 동생네는 반바퀴 돌았단다
우리와 같이 돌자고
4코스를 다 돌고 나니 어느새 한시
참 시간 많이 흘렀다
승훈동생네가 김밥을 싸왔다
휴게실에 앉아 김밥 한덩이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나누는 김밥이 맛있다
구름 한점 없는 청명한 하늘
푸른 잔디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이런 자연을 즐기며 운동할 수 있어 얼마나 좋냐고
일도 좋지만 이젠 이런 운동을 즐기며 살잔다
좋은 생각이다
다시 A부터 한바퀴
승훈동생은 힘들어 잠깐 쉬겠다며 빠진다
초보자 우리끼리
나름대로 홀컵에 잘 붙인다
첫타에 붙일 수만 있으면 알아주는 실력
설혹 폼이 나쁘더라도 제자리에 갖다 놓을 수 있는 능력이 최고
게임이란 정석대로 이루어 지는게 아니다
물론 정석을 잘 익힌 사람이 폼도 좋고 승률도 좋겠지만..
뒤따라 오는 사람이 한참 멀어 오비나면 한번더 쳤더니 뒤따라 오던 분이 보고
코스에선 한번만 치고 나가란다
사람들도 별로 없어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참 야박하다는 생각
아무도 없을 땐 한번더 쳐 볼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웬지 잘 맞질 않는다
구력이 꽤 있는 사람도 맞질 않을 때가 있다는데
내가 욕심 믾다
한타 한타를 신중하게
지금은 신중하게 쳐도 공이 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 쳐보는거지
웃고 즐기다 보니 어느새 D홀 끝
참 재미있다
친구 전화
담양에서 연습하냐고
지금은 연습이랄 것 없지
언제 한번 손맞추라니 다음달에나 하겠단다
친군 구력이 있어 게임에 많이 나간다
파크골프도 게임하면 재미있을 것같다
지난번 홀인원 했으니 내가 저녁사겠다고
김가네 가서 삼겹살에 막걸리 한잔
승훈동생은 며칠 술 마셨다며 일모금도
승훈 동생이 이런 재미있는 운동으로 이끌어 주어 고맙다
어쩜 이건 또다른 세상인지 모르겠다
시골들어와 실컷 농사지어 봤으니
이젠 다른 길도 생각해 보아야겠지
후레쉬 들고 닭장에 내려가 보니 기러기 새끼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연못으로 내려가 불빛을 비추어 보아도 보이질 않는다
너무 어두워 찾기 힘들다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않을 거니까 오늘밤은 그대로 지내거라
오직 산짐승 습격 안받기만을 바라며
아 넘 힘들게 살지 말자
삶은 즐기는 게 아닌가
창문을 여니 서늘한 공기가 쑥
적막속 가로등 불빛만 졸고 있다
님이여!
곱게 물들어 가는 단풍잎처럼
님의 오늘이 아름다우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