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약국에 비해 불리한 곳에 자리잡았지만 이색 마케팅으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약국이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메디칼센터에 위치한 파란약국은 이곳에 입점한 3곳의 약국중 입지가 가장 불리하다.
10일 파란약국을 찾았을 때 입구부터 인기 방송 프로그램인 '무릎팍도사'를 패러디한 펼침막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직접 제작한 펼침막에는 약국의 슬로건인 'More walk, more happy'를 적었으며, 이 슬로건은 복약지도 공간이든 유리창이든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다.
이 약국 남경호 약사(경성대약대·42)는 기상천외한 펼침막외에도 자신의 수영강습 출석부를 약국 유리창에 부착해 눈길을 끌었다.
남 약사는 "약국이 건물 뒤편에 위치하다보니 홍보가 절실했다"며 "지금도 경쟁약국보다 매출은 저조하지만 약국을 찾아주는 단골들이 생겨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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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국 유리벽면에는 남 약사의 수영강습 출석부와 응원 메시지란이 부착돼 있다. |
그는 이어 "작년9월부터 수영강습을 받기 시작했는데 게으름을 피우다보니출석률이 저조했다"며 "금연을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처럼 전의를 가다듬고자 유리창에 출석부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스스로의 다짐을 환기시키기 위해 부착한 출석부는 고객들의 관심을 끌었고 또다른 벽면에는 '남 약사를 응원하는 메시지'란도 생겨났다.
그는 다시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게시함으로써 응원에 보답했다.
그는 "단골 고객이 많이 생겼다"며 "주부들 중에는 주말에 남편과 같이 약국을 방문해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운동하라고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 약사에게는 또 다른 독특한 이력이 있다. 수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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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골들 응원에 보답하듯 몸짱사진도 게시한 남 약사. |
약대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을 때 약사 면허증만으로 경쟁력이 없을 것같아 수의학과에 다시 들어가 자격증을 손에 넣었다.
수의사면허증을 십분 활용해 애완동물을 키우는 고객들에게도 인기만점이다.
남 약사는 "애완동물을 데려오는 손님들이 많은데, 간단한 상담을 해주고 있다"며 "동물 상담으로 내방했다가 약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남 약사는 복약지도 말미에 늘 '즐거운 하루 되세요', '오늘도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그는 "약을 판매하기보다 건강과 행복을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한다"며 "고객들이 약국을 떠올리면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