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이 NO를 만든다는 발견은 10여년 전 영국 과학자들에게 의해 이루어졌으며 혈관에서 생긴 NO는 인접 근육 세포를 이완시켜 혈압을 낮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따라서 협심증 환자들이 먹는 아질산아밀과 니트로글리세린으로부터 NO가 생겨 혈관을 확장시켜 주기 때문에 이 화합물이 환자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설명이 된다. 우리 인체에서 NO를 만드는 화합물을 복용하며, 이들로부터 생긴 NO는 인체에서 수초밖에 머물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간은 인명을 구하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다. 정상인은 아르기닌이라는 아미노산으로부터 NO를 만든다. 물론 cGMP가 항시 우리 몸에 충만해 있다면 평상시 남성들이 지내기 매우 불편하겠으나 다행히 cGMP는 포스포디에스테라아제(PDE5)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비아그라의 위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비아그라 화합물은 그 모양이 cGMP와 매우 유사해 PDE5가 그 차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얼토당토않게 비아그라 분자에 들러붙어 본연의 임무인 cGMP 분해 능력을 잃게 한다. 이렇게 되면 NO 덕분에 생긴 cGMP가 오래 머물게 되므로 장시간 남성 성기의 발기를 지속할 수 있게 한다. 비아그라의 경이로움은 완전히 우연한 발견의 덕이었다. 화이자사에서는 이 약을 협심증 치료제로 실험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환자들이 협심증 치료보다는 성생활 향상을 더 자랑하는 것이 아닌가... 심장근육에도 PDE5 효소가 별로 없다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비아그라의 시판은 훨씬 빨랐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문 : NO가 몸에 많이 남아 있는 것이 몸에 좋을까 ?
부작용 없는 제2의 비아그라 개발된다
국내 연구진 원자수준에서 원리 밝혀
“음경(陰莖)은 자기 주인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 주인은 자기 뜻대로 음경을 발기시키거나 수그러들게 하고 싶어 하지만. 그러다가도 주인이 잠들면 제멋대로 발기해버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음경이란 녀석은 자기 자신의 마음을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시체 해부를 통해 발기시 음경이 피로 꽉 찬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한 장본인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발기 현상은 여전히 수수께끼였고 결국 위와 같이 잘못된 결론을 내리고 만다.
현대 의학의 연구 결과 발기는 중추신경계, 즉 뇌와 척추의 완벽한 통제 아래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남성들이 여전히 다 빈치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중추신경계의 통제는 무의식의 영역으로 어차피 우리의 의지가 개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엉뚱하게 발기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꼭 발기가 돼야 하는 때 말을 듣지 않아 낭패를 보는 일이 생기기 시작하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특히 나이가 듦에 따라 이런 ‘고개숙인’ 남자들의 비율이 점점 높아진다. 미국의 경우 40대의 40%, 70대의 70% 정도가 발기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비아그라,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1998년 비아그라의 등장은 많은 고개숙인 남성들에게 기적같은 소식이었다. 여기저기서 비아그라 덕분에 ‘남성’을 되찾은 사례가 대서특필되면서 비아그라는 전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1백15개국 1천7백만 남성들이 무려 7억1천5백만개를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화려함 뒤에는 약물의 부작용이라는 어두운 장막이 드리워져 있다. 비아그라는 심장마비, 두통, 시각장애 등 상당한 부작용으로 출시 이후 줄곧 논쟁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부작용이 없는 새로운 발기부전 치료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그 첫단계로 기존의 약물이 정확히 어떻게 작용해 효과를 내는지 밝히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을 이해하게 되면 새로운 약물의 구조를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전세계 수많은 연구자들이 참가한 이 레이스에서 최종 승리의 영예는 놀랍게도 국내 연구자들이 차지했다. 영국의 저명한 과학저널 ‘네이처’ 9월 4일자는 비아그라가 작용하는 원리를 원자수준에서 밝힌 우리나라 바이오벤처인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연구 결과로 표지를 장식했다. 차세대 발기부전 치료제를 향하는 첫걸음으로 평가되는 이번 연구의 내용과 의미를 알아보자.
신경 신호 끊기면 발기 안돼
9월4일자‘네이처’표지에 실 린 PDE5-비아그라 결합체 의 3차원입체구조. 왼쪽 구 슬덩어리처럼 생긴 분자가 비아그라고 PDE5 분자는 뼈 대만 표시돼 있다.
먼저 발기가 일어나는 과정을 잠깐 살펴보자. 주로 시각이나 촉각으로 유발되는 성적 자극은 신경계를 타고 음경까지 전달된다. 음경은 스펀지 같은 음경해면체조직으로 이뤄져 있는데 평소에는 혈액이 많지 않아 조직이 부드러운 상태다.
발기를 일으키라는 신경계의 명령을 받으면 동맥을 둘러싼 평활근이 이완하면서 동맥이 확장돼 피가 몰려들어온다. 반면에 피가 나가는 통로인 정맥이 막히면서 피가 음경을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 결과 해면체조직을 가득 채우면서 음경이 커지고 동시에 딱딱해진다. 즉 발기가 되는 것이다.
이때 신경계의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이 사이클릭구아노신모노인산(cGMP)이다. cGMP는 필요에 따라 세포내에서 순식간에 만들어지고 역할이 끝나면 역시 바로 분해돼 발기가 풀린다. cGMP를 분해하는 역할은 포스포디에스테레이즈 5(Phosphodiesterase 5, PDE5)라는 효소가 맡는다.
만일 cGMP가 만들어지는 양이 적으면 신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동맥이 이완하지 않고 따라서 발기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PDE5의 작동을 일시적으로 중지시키면 신호를 전달한 만큼 cGMP 농도가 높아질 수 있어 발기가 가능할 것이다. 바로 비아그라가 하는 역할이다.
효소는 촉매활성이 있는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보통 수백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덩치가 큰 분자지만 실제 촉매작용은 이 중 아주 일부의 영역에서 일어난다. 이 부분을 활성부위라고 한다. 효소는 이 활성부위에 꼭 들어맞는 물질, 즉 기질에 대해서만 촉매반응을 일으킨다. 효소가 자물쇠라면 기질은 열쇠인 셈이다.
PDE5의 기질인 cGMP가 효소의 활성부위에 자리를 잡으면 물분자 하나가 다가와 반응이 시작된다. 즉 물분자가 cGMP의 인(P) 원자와 결합하면서 cGMP의 고리가 끊기며 구아노신모노인산(GMP)으로 바뀐다. 이렇게 만들어진 GMP가 효소를 떠나면 새로운 cGMP가 활성부위에 다가와 같은 촉매 반응이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