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시 민
최 민 우
주말은 내 몸이 아직 평일인지 모른다 자는 동안 배송 중인 시집들이 곤지암 허브에 갇혔다 누군가 햄버거를 먹으며 친구에게 말했다 석촌호수에 시체 나온 게 한 달도 안 됐는데 어떻게 물맛 좋다는 제목을 쓰지 존나 기괴하다 동사무소 거울 앞에 항상 행복하세요라고 쓰여 있길래 이 건물이 내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민원 넣었다 바다가 날 부르는 줄 알았어 네 옷에 떨어진 모래가 녹아 녹색 유리로 변했어 새벽마다 꿈에서 헤어지는 너의 말을 메모한다 밤을 새면 심장에 무리가 가서 수명이 줄어든다는 속보를 비웃다가 끔찍하게 좁은 방에서 바라보는 재개발 구역 철거민 연합 지하철 승객을 막는 경찰들 나를 뛰어넘는 뭔가를 알아 버리면 다시는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보지 못한다 뒤통수에 돌 맞다 죽기 싫어서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하기 시작했다 저는 농담과 진담을 잘 구분하지 못해요 마주치는 사람마다 웃음을 떼어 나눴다 너는 우리에게 충분히 좋은 사람이야 아스팔트에 달라붙은 전단 문구를 보고 언제 울지 몰라 손수건을 챙기는 습관이 생겼다 내 코골이에 내가 깨서 냉장고를 들여다본다 곰팡이는 눈 깜짝할 새 자란다 버스 정류장에서 경기 바다 해양 수산물 기준이 "안전"인 것을 발견했다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은 완전히 고립됐다는 뜻 아닙니까? 그래 제길 나 이렇게 살았어 까마귀 울음소리가 고요한 아침을 찢는다 나조차도 납득 못 하는 나의 세계관을 떠올리고 커피 내리는 걸 잊는 게 일상이다 일상을 뜸 들였구나 돌아오는 길에 문 앞에서 죽은 새를 보았다 가지런히 누워 있길래 무심코 애도했는데 동시에 고양이의 보은일까 생각했다 창문이 나를 비춘다 범인이 현장에 다시 온 것처럼
- 시집〈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타이피스트 -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 - 예스24
독립 문예지로 활동을 시작한 최민우의 첫 시집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가 타이피스트 시인선 005번으로 출간되었다. 최민우 시인은 이번 시집 출간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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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 시집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 타이피스트 |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