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역 2번출구로 나가면 바로 바람길 들머리가 있다. 녹지축을 잠시 따라 걷다가 정왕호수공원을 한바퀴 돌아서 나온다. 늘어진 수양버들 너머 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의 잔 물결이 마음을 여유롭게 만드는 호젓한 산책길이다. 고운 자태를 뽐내며 막 피기 시작한 해당화와 한켠에선 바람에 실려오는 은은한 꽃 향기가 꿀벌을 유혹하는 탐스러운 등나무 꽃이 주렁주렁 피어있다.
길은 서해안로 옆의 차단녹지축을 따라서 옥구공원으로 이어진다. 세 개의 섬이었던 옥구도, 덕도, 오이도가 지금은 육지로 이어져 있다. 최근엔 배곧신도시까지 시흥시는 간척사업으로 계속 바다를 향해서 육지가 확장되며 끝없이 뻗어 나가는 땅, '늠내'라는 이름의 위력을 보여주는 듯 하다.
모처럼 옥구공원에 왔으니 코스에서 잠시 벗어나 옥구산 정상의 옥구정에 올라본다. 옥구산은 높이 95m의 작은 돌산으로 정상에 서면 한 여름에도 바람이 몹시 시원한 곳이다. 송도신도시, 덕섬, 오이도, 시화방조제가 조망되며, 시화공단도 한 눈에 들어오고 오늘 걸어야 할 길이 다 내려다 보인다.
옥구산은 작지만 둘레길 잘 조성되어 있는 듯하니 다음엔 한바퀴 둘러봐야 겠다. 옥구정에서 내려서서 오이도로 향하는데 갈매기를 비롯한 많은 새똥으로 뒤덮여 있어 한때 똥섬으로 불리우던 덕섬을 지나는데 사유지인듯 문패가 달려있다.
마침내 '바람길'을 대표하는 기나 긴 제방위로 올라서니 언제나 그렇듯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고 건너 편엔 송도신도시가 손에 잡힐 듯 하다. 기온이 높아 바닷바람이 무척 시원하게 느껴진다.
옛시인의 산책로로 명명된 제방길을 지나 오이도의 랜드마크인 빨간등대로 가는 길에 또 하나의 명물이 되어있는 노란색 부교로 이루어진 황새바윗길을 걸어본다. 계속해서 생명의 나무를 지나는데 평일임에도 나들이 객들이 제법 눈에 띄고, 제방 아래쪽 식당가에선 점심시간을 맞아 호객행위가 서로 치열하다.
대부분이 횟집으로 조개구이가 주 메뉴이고 가격대가 꽤 높다. 식사는 대부분 해물칼국수인데 면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고민끝에 빨간등대 부근 식당에서 회덮밥으로 점심을 먹고 간다.
빨간 등대는 오이도의 랜드마크다. 파란등대, 노란등대를 본적이 있는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등대의 색은 본래 빨강과 흰색 뿐이다.
오이도 등대는 관광용으로 멋을 부려서 약간 핑크색에 가깝게 칠을 해놓긴 했지만 ......
바다에서 육지를 향해서 항구로 들어올 때 빨간등대가 보이면 왼쪽은 위험하니 오른쪽으로 들어오라는 표시이며, 하얀등대는 반대로 등대의 왼쪽으로 들어오라는 표시라는 사실을 얼마전에야 알고는 아직도 내가 모르고 지내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느낀 적이 있다.
오랫만에 와서 잊고 있었는데 제방을 따라 모퉁이를 좀 더 도니 횟집이 아닌 식당들이 몇 곳 있다. 다음에 오면 이 곳에서 식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해양경찰의 퇴역함을 이용한 함상공원 앞을 지나는데 트랭글은 이제 겨우 매칭율 30%에 가까워지고 있다. 월요일이라 오늘은 휴관이지만 시간 여유가 있다면 함상공원도 한번쯤은 둘러볼만 하다.
혼자같으면 호기심에 처음보는 아트컨테이너도 둘러봤겠지만 오늘은 그냥 지나쳐서 잠시 후 '살막길'이라고 되어있는 해안가 언덕을 오른다. 살막이란 강이나 바닷가에 어살을 쳐서 고기를 잡던 것을 말하는데 이 곳은 어부들이 물때를 보아가며 살막을 치고 잠시동안 휴식을 취하던 곳이라는데 아마도 오이도 매립전에 작은 섬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군 초소가 있던 곳을 개방한 곳으로 짧지만 경치가 좋은 곳으로 마침 밀물 때라 바닷물이 들어 차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갯벌은 모두 바닷물로 가려지고 서해답지않게 모래사장이 드러난 바닷가로 내려서니 작은 해수욕장 느낌이 든다. 시흥에서 유일하게 모래사장이 있는 곳으로 비교적 푸른 바닷물과 바람에 철썩대는 시원한 파도소리가 마치 동해에 와 있는 느낌이 들게 한다.
해당화가 곳곳에 피어있는 작지만 멋진 백사장을 잠시 거닐다가 다시 제방 위로 올라선다. 저만치 시화방조제 초입이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개관한지 1년이 채 안된 오이도박물관이 있고 뒤쪽에 조형물이 서있는 언덕으로 올라서면 전망대가 있다고하는 오이도기념공원이다. 박물관은 어차피 코로나로 인해서 문을 닫은 상태고 전망대는 잠깐 들르고 싶었으나 갈 길이 멀고 이미 시간도 많이 지체된데다가 동행이 있어 다음을 기약하며 그냥 통과한다.
이제부터는 지루하고 긴 시화공단 길이다. 공단대로를 따라 길게 뻗은 인도를 한참 걸으면 옥구천과 만난다. 옥구8교에서 천변으로 내려서 잠시 걷다가 옥구7교를 지나면서 다시 제방위로 올라선다. 꽃이 다 진 벚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큰 병꽃나무들이 막 꽃을 피우고 있다.
우측에 늘어서 있는 화학공장에선 각종 약품냄새가 난다. 옥구천 수질도 그닥 좋아 보이진 않고, 공장의 매케한 약품 냄새와 섞여서 이 구간은 공기가 별로 좋지 않아 보이므로,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지나야 할 듯한 길이다. 바람길의 옥에 티라고나 할까. 주택가라면 지금쯤 옥구천을 좀 더 잘 꾸며서 개선했을텐데 하는 생각을하며 길도 그저그러니 지체된 시간을 만회할 겸 조금 빨리 통과하며 약 한시간 가까이 걸으니 중앙완충녹지길과 만난다.
옥구천변에서 중앙완충녹지로 가기 조금 전에 트랭글에서 뱃지 획득 알림음이 울렸는데 나는 무슨 이유에선지 겨우 65% 밖에 나오질 않았다. 남은 거리로 봐서 끝까지 가면 인증이 될 것 같긴 하지만 ......
중앙완충녹지 길에서 내려서지 않고 그대로 녹지길을 끝까지 쭉 따라가다보면 신길온천역으로 갈 수 있는데 시간이 약 30~40분 정도 더 걸린다. 걷기 좋은 길이지만 오늘은 '바람길'이 목표이니 곰솔누리길을 잠시 걷다가 서촌마루교에서 내려선다.
중앙완충녹지에서 벗어나 계속 트랭글 지도를 보며 방향을 잡아 '걷고싶은거리'로 간다. 중간에 시흥초등학교, 시흥중학교 등이 보이는 정왕동 아파트단지 사이로 깨끗하게 단장된 꽃길을 조성해 놓았는데 마치 양천둘레길 '도심형' 코스를 연상시킨다.
다양한 색상의 철쭉과 영산홍이 심어져 있고, 겹철쭉도 눈에 띈다. 정왕호수 공원에서도 잠깐 보았던 달콤하고 은은한 향기를 풍기며 흐드러지게 늘어진 예쁜 등나무 꽃이 눈길을 끈다.
등나무 터널을 지나가니 문득 '갈등(葛藤)'이란 말이 떠오른다. 칡나무(葛)와 등나무(藤)를 일컫는 '갈등'의 사전적 정의는 '일이나 사정이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 화합하지 못함' 또는 '서로 상치되는 견해나 처지, 이해 따위의 차이로 생기는 충돌'로 되어있다.
칡나무는 항상 왼쪽으로만 감아 올라가고 반대로 등나무는 항상 오른쪽으로만 감아 올라가니 두 나무가 서로 얽히면 풀기가 쉽지 않은 데서 유래한 비유적인 표현인 것이다.
계속해서 시인의 길과 소담길(소망을 담아 걷는 길)이라고 이름이 붙은 길을 지나는데 그제서야 나도 트랭글에서 인증음이 울린다. 다행스런 마음으로 계속 진행하니 냉정초등학교가 보이고, 담장을 돌아서서 소나무 숲이 있는 녹지길로 접어든다. 잠시 후 오솔길 아래 저만치 오이도 역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안내도엔 15Km로 되어 있으나 실제 거리는 조금 더 되는 것 같다. 더구나 옥구정에 올라 갔다오고 해변도 잠시 거닐었으니 트랭글엔 18Km 가까이 나온다. 식사시간을 포함해서 약 6시간 걸렸고 걸음 수로는 모처럼 3만보를 초과 달성했다. 연이은 트레킹에 피곤함이 다소 밀려오지만 마음이 맞는 동행이 있어 덜 지루하고 조금은 덜 힘들었던 것 같다.
늠내길은 다 좋지만 4코스 '바람길'도 걸어 볼만한 길이다. 완주가 목표가 아니라면 코스를 조금 바꾸어 오이도기념공원 까지만 갔다가 옥구천변 시화공단길은 제외하고 오이도 선사 유적공원을 거쳐 중앙완충녹지를 따라 신길온천역으로 가는 길을 'M.L코스'로 삼고 싶다.
이제 늠내길 3코스 '옛길' 뱃지만 획득하면 트랭글상으로 늠내길을 완주하게 된다. 시흥시는 내가 태어나기 전 부모님이 잠시 사셨던 인연이 있는 곳이라 친근감이 느껴지며 서해선으로 인해 접근성이 좋아졌고 늠내길 외에도 트레킹할 곳이 참 많은 지역이라 마음에 든다.
조만간 월곶포구에서 배곧신도시를 거쳐 오이도까지 해안 길을 걸어봐야 겠다. 그리고 소사에서 김포공항을 거쳐 대곡역까지 지하철이 완공되는 내년부터는 이동시간이 단축되어 강서구에서 더욱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되니 늠내길외에도 소래산, 관곡지 연꽃테마 산책길, 솔빛길 등은 물론 소래포구와 연계한 트레킹 코스로 시흥을 더욱 자주 찾게 될 듯 하다.^^


















































첫댓글 역시 옥구공원에서 본 뷰가 최고인듯 싶습니다
계백장군님 고맙습니다.^^
늠내길 4코스를 걸으셨군요.
한번 가보고 싶은 길이네요.
덕분에 즐감 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베테랑 가곡님도 아직 늠내길을 못가보셨군요.
시흥 늠내길 걷기 좋은 길이니 한번 가보세요.
서해선 개통으로 접근성도 좋아졌지요.
우선 1,2코스(시흥시청역)부터 걸어보세요.
고맙습니다.^^
감상 잘했습니다.
남궁종님 고맙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구론산님 고맙습니다.^^
한번은 꼭 가고싶었던길
달사랑님의 후기글를 보니
더욱 가고픈 시흥늠내길^^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평화누리길의 대표주자이신 죽산님도 시흥 늠내길은 아직 이시군요. ㅎㅎ
늠내길 4개코스(숲길/옛길/갯골길/바람길) 다 좋아요.
조만간 한번 가보세요.
고맙습니다.^^
가보고 싶은 길
후기보니 더 가고싶네요.
벨로스님 잘 지내시지요?
아직 못 가보셨으면 한 번 걸어볼만 합니다.
서해선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졌으니 시흥 늠내길도 1코스(숲길)부터 한번 걸어보세요.
고맙습니다. ^^
(아, 그리고 북한산성 16성문 종주 뱃지 증정이 지난 12월말로 종료되었다네요. 좀 더 서두를 걸. ㅠㅠ)
@달사랑(M.L) 코스북 같은것도 있나요.
@벨로스 트랭글 코스북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달사랑님 !
시흥 늠내길 제3코스 바람깅을 다녀오셨군요 ~
시화공단길을 지나며 맡게되는 화약약품 냄새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M.L.코스로 변경하면 정말 완볍한 코스가 될 것 같습니다~
다녀오신 여정의 후기와 동영상을즐감하였습니다~
좋은 길 소개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산타전님 다녀가신걸 이제야 보았네요.
토요일 인천(녹색)종주길에서 뵙지요.
고맙습니다.^^
@달사랑(M.L) 네 토요일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