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정리
- 이옥진
뵐 듯 말 듯 구멍으로
시간이 새고 있다
헐겁고 성긴 길로 색깔 먼저 날아가고
저잣길 돌아다니다 짝도 잃고 누웠다
떠난 지 삼년인데
배롱꽃은 또 피는데
서랍 속 깊은 곳에 얌전히 들어앉아
가야 할 저기 먼 길을 꿈만 꾸고 있구나
-제23회 나래시조문학상 수상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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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라 사람들의 발은 거의 맨발 수준입니다
두터운 양말을 신고 다니는 이는 적고,
거의가 발목까지만 오는 짧은 양말을 신고 다녀서인지 발목이 상큼합니다
빨랫줄에 걸린 양말은 주인의 성품도 엿보게 해 줍니다
색깔이 바랜 것도 있고, 구멍이 나기 직전인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먼 길 가려면 양말은 두터워야 하고 발목도 길어야 합니다
그러나 새 양말보다는 몇 번 신어서 발에 익숙해진 양말이어야 한다는 걸 우리는 잘 압니다
오늘은 옛 친구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말입니다
교육대학 동기생들이 일곱번째로 안동에서 만나게 될 터인데...
이제는 가야 할 길이 거의 비슷해진 나이인만큼 추억을 공유하는 시간이 더 즐거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