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30분부터 대전 유림공원(유성구청 근처)에서 공연이 시작된다고 했지만,
분명 미리 자리를 잡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동물적인 감각에...
오전 10시 20분 새마을호를 타기로 합니다.
> 간만에 타본 기차.
> 출발!!!
> 날씨가 흐릿해서 살짝 걱정...
했지만, 그래도 여행이라 생각하니, 즐겁더군요.
> 12시 20분 대전역 도착
대전은 처음이었습니다.
고층 건물은 없지만, 있을 건 다 있더군요.
종로 + 을지로 + 명동 + 강남역 느낌의 번화가가 블럭별로 펼쳐진 느낌...
사람은 적고, 차는 많고, 신호는 길고, 가게 주인들은 친절했습니다.
점심 식사는 인터넷에서 급히 검색해서 알게 된 '밀양국수'로 향했습니다.
> 인터넷에서 찾은 밀양국수 1호점 사진
대전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콩국수가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를 시켰습니다. (각 4천원) ㅋㅋㅋㅋㅋ
그리고, '두부 두루치기'를 꼭 먹어보라는 인터넷 글이 있길래
두부 두루치기를 시켰습니다.
> 그런데, 김밥이 나왔습니다. ㅋㅋㅋㅋ
-_-;
주인 아주머니 왈
"오늘 두부가 맛이 갔어요. 삼일동안 김장하느라고 두부를 안 돌봤더니,
도무지 손님들한테 내놓을 수가 없네. 맛이 없어.
그래서, 대신 이거 먹어요. 이게 우리 집에선 제일 잘 나가."
맛있긴 하더군요.
"아주머니, 이따 저녁에도 먹어야 하니까 3인분만 싸 주세요."
"어디 가요?"
"콘서트요. 혹시 유림 공원이라고 아세요?"
"유림공원? 모르겠는데, 무슨 콘서튼데요?"
"... 나는 꼼수다..."
맛있게 먹고, 나와서 소화도 시킬 겸,
대전 중앙시장을 돌아 다녔습니다.
이 시점까지도 핸드폰 배터리 충전을 맡겨 놓은 상황이라, 사진이 없네요...
재미있는 경험은,
"대전 온 김에 '로또'나 한 번 해보자."라며 시장 한 쪽에 있는 로또집에 들어갔습니다.
"여기 명당집이라면서요? 저희 이 가게에서 로또하러 서울에서 대전까지 왔어요."라는
구라를 쳤더니, 사장님(여자분)께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요." 이러시네요. ㅎㅎ
그래서, 얼결에 커피 한 잔씩 얻어 마시면서 자질구레한 대화를...
주변을 둘러 보니, 우표들이 잔뜩 있길래 "원래 우표집이었나봐요?"라고 여쭈니,
"ㅇㅇ 원래 우표집이었어요. 90년대까지만 해도 백화점 안에서 장사를 했지.
동네 중고등학생들이 주말만 되면 우루루 몰려 와서 막 난리통이었지.
주말 하루에만 수 십만원씩 팔았다니까.
지금은 로또로 집세 내는 정도는 벌어요."
ㅎㅎㅎ 사장님의 폭풍 히스토리!
재미있게 듣다가 손님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대전 인심 좋다는 걸 실감한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편의점에 맡긴 배터리를 찾아서 마침내 '유림 공원'으로 고고씽.
탁현민 교수가 "카이스트 맞은편 유림공원"이라고 트위터에 알린 바람에
택시로 카이트스를 한바퀴 도는 삽질 한 번 가볍게 해주셨네요.
(유림공원이 그리 큰 공원이 아니라서, 기사님이 모르심.)
뭐 덕분에 드라이브는 잘 했습니다.
카이스트가 꽤나 넓더군요. 고등학교 때, '카이스트나 갈까...' 고민했었는데,
안 가길 잘 한 것 같습니다.
너무 넓어서, 방향치인 제가 다니기엔 적절치 않더군요.
...
핸드폰으로 급검색.
'유성 구청' 근처에 '유림 공원'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기사님이 "아 거기!"하시며 급 유턴하여 공원에 도착하게 됩니다.
> 시간 되시면 읽어 보세요. ㅎ
> 공원 입구. 구름 다리.
날씨가 이 때까지는 흐릿흐릿합니다만, 비가 그친 후라서 그런지 공기는 상쾌했습니다.
이 때 시간이 오후 2시를 조금 넘은 시간...
이른 감이 없진 않았지만, 오픈 콘서트의 특성상 분명 자리를 미리 점령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졸망졸망 옮겨 보니!
> 짜잔 펼쳐진 무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길래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 정면 샷!
그런데, 헐...
-_- 우리보다 빨리 먼저 온 사람들도 있구나...
이런 잔망스런 인간들. 아침 밥도 여기서 먹은 거니.
아무튼, 그래도 빨리 온 축에 들었기에 두번째 블럭 (무대와 약 50m거리?) 가운데 통로쪽에
떡하니 자리를 맡아 놓고 여유있게 주변 공원을 둘러보게 됩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얼마나 올 지 짐작도 못 함...
참, 무대 주변에 천막들도 많았습니다.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에선 빵을 나눠주고 있었고,
어떤 천막은 김용민 교수의 책을 팔고 있었고,
어떤 천막은 핫도그를 구워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었고,
어디서는 시사인 최신호를 팔고 있었고...
사진은 안 찍어서 뭐 그정도 기억이 나네요.
미권스에서 받은 빵을 한 개 들고 공원을 돌아 다니다 보니...
> 공원에서 닭과 거위를 키우고 있더군요.
카페에서 받은 빵을 던져주니 좋아라 먹더라는...
(하핫. 죄송... 저도 반은 먹었습니다.)
> 그러다가, 옆을 보니 토끼들도...
정체성이 불분명한 유림 공원...;
저 소년의 손에 들린 '사료'는 ... 역시 카페에서 받은 빵입니다. ㅎㅎ
소년도 신나라 하고, 토끼들도 좋아라 하고...
봉빵 하나로 세상이 풍요로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 공원 중간에 있는 물레방아...
여차저차 돌아 다니며 시간을 떼우다가
방금 도착한 따끈따끈한 주진우 기자와 최초로 악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손이 의외로 크고 단단하더군요.
복싱같은거 한 듯. ㅎㅎ
주진우 기자는 도착해서 사인회를 했는데, 저는 뭐 별로 관심은 없었습니다.
> 여자친구는 관심이 있었는지, 사인회 하는 주기자를 찍었다며, 신나하더군요.
그리그리 시간을 보내고 나니 오후 4시 30분.
서서히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지길래,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기로 합니다.
> 흐릿하던 날씨가 맑아졌습니다.
맑시즘의 도움일까요.
> 첫번째 게스트는 '이한철'
"괜찮아 잘 될 거야~ 넌 나의 슈퍼스타~"
예전에 문신부님 칠순 때도 봤는데, 좀 더 멋있어 졌더군요.
노래 하나 할 때마다 웃장을 까던데...
감기 안 걸렸으려나.
사실, 이 시점까지 문제는 '정봉주 전 의원'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순서가 바뀌어 가수 이한철이 먼저 오프닝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ㅎㅎ
> 대전 콘서트 기획 회의 영상
기획 회의 결론은 "기획 회의는 의미가 없다."
> 탁현민 교수 등장.
"안녕하세요. 탁현민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추모 행사, 서거 1주기 추모 행사,
그리고, 현직 이명박 대통령 헌정 행사... 대통령 행사 전문 탁현민입니다.
제게 마지막으로 소망이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추모 행사를 하고 싶다는 겁니다.
임기 중에..." ㅎㅎㅎ
뭐 이런 평범한(?) 멘트로 행사가 시작은 되었습니다만...
이 시점까지도 정봉주 전 의원은 도착하지 않음... ㅎㅎㅎ
그래서, 탁현민 교수가 직접 등을 선물로 나눠주며 시간을 때우는 거라고 실토하더군요.
선물을 나눠주며 시간을 보내다가, 6시가 넘었나...
그 무렵 정봉주 전 의원이 도착했고, 드디어 진짜 공연이 시작됩니다.
> 가카의례
모두 왼손 새끼 손가락을 세우고, 경건한 마음으로 가카에 대한 맹세를 합니다.
씨뻘건 조명과 가카의 눈 웃음이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가카의 포스는 사진만으로도 쩔더군요. 토쏠려서 죽을 뻔...
"가카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닙니다!!!!"라는 묵언을 마음속으로 되내이며,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라는 방언을 저도 모르게 내뱉게 되더군요.
그리고, 진짜 등장한 (아 씨바 여기까지 절라 길게도 썼다...-_-;) 꼼수 4인방.
사람들 환호성과 열광.
가카에 절대 뒤지지 않더군요.
뭐 이빨 까는 중이라, 딱히 설명할 말이...ㅎㅎ
> 공지영 작가
일명 '공깔때기'라더군요. 4인방과의 인연을 재미있게 얘기해 주고 나가셨습니다.
> 안희정 지사...
예전 옥천 때도 직접 봤지만, 역시 뭔가 바른생활 사나이 같은 느낌.
멘트도, 애티튜드도 정석적인 정치인이더군요.
개인적으로는 "FTA 찬성이냐?"고 따져 묻고 싶었지만,
분위기 깨질까봐. ㅋ 일단 봐줬음.
> 카피머신의 공연.
"저희가 어지간한 락페(락페스티발)는 다 가봤는데,
오늘처럼 사람이 많은건 처음입니다.
앞에 계신 분들은 모르겠지만, 정말 장난 아닙니다.
이게 다 가카 덕분입니다!"
"로제오~ 로제오~ 에불바뤼세이! 로제오~ 로제오~"
완전 신났습니다.
벌떡 일어나서 스캥킹을 하고 싶어질 정도로...
...
사진은 못 찍었는데,
가장 재미있던 토크는 민주당 당직자 일명 '단무지'라는 분...
나꼼수 12화 - 엄펜션 편에서 엄펜션을 잡아 내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던 바로 그 당직자분이 직접 나왔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가식 없는 모습을 직설적으로 얘기하면서
콘서트장을 들었다 놨다 하더군요.
ㅎㅎ
> 마지막은 역시 정봉주 전 의원.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말을 하더니,
끝날 때 노래도 본인이...
김광석의 '일어나'를 관객들 모두 일어나서 함께 불렀습니다.
...
휴....
긴 후기가 드디어 끝나갑니다.
마지막에 4인방이 한 명씩 나와서 인사말을 했는데, 생각나는 말만 적어 보겠습니다.
주진우
"고소, 고발 정말 많이 당했지만 겁나지 않습니다.
이길 자신있었고, 계속 이겼습니다.
그런데, 요즘 조금씩 지고 있습니다...
커다란 파도가 밀려 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서지더라도 쪽팔리게 살지 않겠습니다."
정봉주
"오늘 이 추운 곳에 몇 시간씩 꼼짝도 하지 않고 함께해 주신 여러분
정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넙죽 절)"
김용민
"(몇 가지 성대모사로 핸드폰 진동음 패러딬ㅋㅋ 좀 웃김)
여러분을 위한 영원한 광대가 되겠습니다."
김어준
"지난 삼년 반동안 저들이 우리를 쫄게 만들었죠.
어...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이젠, 네들이 쫄 차례다."
광대같은 사람들이 대중을 향해 자세를 낮추고
불의에 쫄지 않으면서, 오히려 불의를 쫄게 만드는 그런 정치.
기대해 보렵니다.
ps. 콘서트 자체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두 번 볼 콘서트는 아닙니다. ㅎㅎㅎ
노래 게스트들이 흥을 돋우고, 4인방이 토크 게스트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냅니다....만.
주제는 딱히 없습니다.
그냥 흥겨우면 되고, 어차피 우린 나꼼수 방송을 통해 이미 한통속이 되어 있기에,
주제따위 필요 없죠.
그래서, 듣보잡 인터넷 뉴스에서 "내용이 없다."고 까는 걸로 생각됩니다.
말 그대로, 콘서트 자체는 진짜 내용이 없습니다.
내용은 없는데, 진심은 있습니다.
자, 그럼 모두 새끼 손가락 들고...
가카 퇴임의 그 날까지!
쫄지마 씨바!
첫댓글 참. 경찰추산 5천이라던데, 그건 개뻥이구요. 최소 1만... 맥시멈 1만 5천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3만 얘기 나오던데,,, 그건 좀 오바해서 잡으신 듯. ㅎㅎ
이런 잔망스런 인간들. 아침 밥도 여기서 먹은 거니. ㅋㅋㅋㅋㅋㅋ
우와....감상 잘했습니다. 콘서트의 의미는 팬서비스 아닐까요?
하나로 뭉치는 것에 의의가 있는 듯^^
ㅎㅎ 그러게요..우리는 한통속이지요....우리의 사랑은 편파적이야........약오르지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ㅁ^
우리는 한통속... 저들에게 없는 진심만 있으면 되는거죠... 캬~ 감사해요...
쫄지말자구요... ^ㅡ^)/
깨알 같은 뒷담화 대단하심!
기본에 충실한 후기인 것 같습니다. 접신이 된 듯 아주 잘 읽었습니다. 감솨~
ㅎ 후기 잘읽었습니다. 4인방 마지막멘트를 다시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저도 어제 새마을호 타고 대전 내려갔는데 같은 열차를 타고 가신거네요 ^^
아쉽지만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D 부럽습니다!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쫄지말아요. 우리.
가고 싶어요.
나꼼수교의 일종의 부흥회입니다.....ㅎㅎㅎ
오! 잘 읽었습니다^^ 주제가 무슨 필요란 말입니까. 우리 모두 각하에 대한 충심 하나면 되는 것 아님미까?? ㅎㅎ
ㅎㅎ근데 두번 볼 콘서트가 아니라는데,, 서울서 보고 또 대전까지 4시간에 걸쳐 차타고 가서 또보고
오늘 올라온 영상 또 보는 저희 부부는 뭘까~~~~요???
조은 음악 조은 가수 쫒아다니면서 콘서트 다니는 기분 알 거 같아요 ㅎ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깨알같은 후기 감사합니다 ㅋㅋ 맑시즘의 영향 ㅋㅋ
후기 아주 맛깔스러워요 ㅎㅎㅎ 맛깔대기 ...
잘 읽었습니다 정말 같이 콘서트에 다녀온 기분드는 그런 자세한 후기네요 ^^
정독 했습니다..^^
후기 잘봣습니다~~ 꼼꼼한 후기 ㄳㄳㄳ!! 일산때도 공작가 나오셨는데ㅋㅋㅋㅋ
마지막에 김총수님 한 말씀 하실 때 울컥 하셨는지 순간 눈이 살짝 반짝 하시더라구여...맨앞줄에서 봐서 김총수님 고런 모습도 생생하게 봤내요..감동스런 순간이었내요..
디테일한 후기 감솨드려요~~ 나꼼수 4인방 정말 감사드려요.. 나꼼수로 인해 정치에 관심없는 40대 저역시 신문 읽으면서 공부 하고.. 또 20~30대 젊은이들까지 정치에 관심가지고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행동하게 한게 가장 큰 공로라 생각되요 ^^
후기 잘 봤습니다...여기 중국인데...나꼼수 중국 순회 공연도 해 줬으면 좋겠어요...중국 북경대나 복단대에서도 나꼼수 4인방을 초청해서 강연 좀 해야 할텐데...공산주의 국가라...영 힘들 것 같아요...ㅜㅜ
ㅎㅎ 담에도 디테일하게 후기 써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