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사육하다 ─ 고성만

[이결]

 슬픔을 사육하다
                                                                                    고 성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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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코입 오목조목한 여자를 얻어
  재우고 입히고 먹이고 학교 보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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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자 결혼하여
  그 여자 닮은 딸 낳으면
  저녁 문간에 걸어둔
  가녀린 등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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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가끔 심청 생각이 나나 몰라 젖동냥 길러주신 아비께 눈물 밥 지어 올리고 상머리에 앉아 이것은 밥이요 이것은 반찬이요 떠 넣어드리는, 제 몸 팔아 아비 개안시키는 자식 되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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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입 안 가득 하모니카를 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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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추운 겨울날 부모 살릴 생명수 구하러 홑껍데기 누더기 걸치고 고꾸라졌다 일어서서 서천서역국 찾아가는 바리데기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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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긋이 물속에 잠겨
  초점 없는 눈동자 위로 툭
  떨어지는 꽃송이들
  황금색 몰약 같은 꿈 다시 꾸고 싶어

[난지]

이런 저런 생각만 하다가 결국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답답한 한생을 그렇게 보내지는 않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