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강놀부번외
요새 나는 웃지도 않는다. 물론, 울지도 않는다. 누가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걸을 뿐. 학교에서의 나는 전혀 다르다.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지만 한공주가 왠지모르게 날 쳐다본다는 느낌이 들어 매일 악녀린와 함께 다닌다. 악녀린은 지겹도록
나에게 말을 건다. 하지만 나는 그 물음에 답해주지 않는다. 그랬다. 악녀린은 내가 자기 옆에 있어주는 것에 만족해버렸다.
오늘도 그렇듯,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악녀린과 함께 있다.
" 놀부야, 그거 알아? 내 친구들이 너 진짜 궁금해 한다? 막 잘생겼냐 물어보고, 성격은 괜찮냐 물어보고.. 그럼 나는 뭐라고
대답하는 줄 알아? 쪽팔린데.. 진짜로 너네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야라고 말해줬어. "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 그런데 악녀린의 갑작스런 질문이었다.
" 한.. 공주. 한공주,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털털한 성격? 아님 솔찍하고, 발랄한.. 뭐 그런 이미지? "
난 눈을 떠 악녀린을 주시한 뒤 이렇게 대답했다.
" 어. 내숭떨고, 착한척하는 그런 여자보다는 털털하고, 솔찍한 녀석이 좋거든. "
.....이라고. 내 말에 악녀린은 버럭 소리 지르기 시작한다.
" 그렇게 좋아하면서, 사랑하면서 왜 헤어진건데? 좋아하지도 않는 나같은 년이랑 같이있는건데! "
" …달래. 친구녀석이 한공주 사랑한다고 나보고 양보해달래. "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악녀린이다. 그래. 나도 알아. 미친놈처럼 보이겠지. 그런데 난 사랑보단 우정이거든. 우정보다는…
사랑이 더 배신을 잘하더라고. 내가 한 첫번째 사랑.. 피식, 역겨웠지. 돈보고, 집안보고 접근했더라고. 그런데 누가알아?
한공주도 날 배신할지 누가알아! 사랑해도. 아무리 내가 사랑해도, 그 사람이 날 사랑해주지않고, 이용한거라면 다
끝이잖아. 솔찍히 헤어진뒤에 한공주가 나한테 매달릴줄은 몰랐어. 그래. 이유없이 헤어졌으니까 한번 부딛혀보는거겠지.
그리고..... 믿었어. 날 해방시켜줄줄알았어. 그 악몽에서 해방시켜줄줄알았어. 하지만 한공주도 똑같은 여자더라고.
우정보다 사랑이라고 내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으면서…. 도대체 지키지도 못할말을 왜 한거야? 영화관에서의 내 잘못..
없는건 아냐. 그래도 버텨줄줄알았는데… 피식.
" 강놀부. 나 지금 엄청 비참한거 알아? 뭐야. 한공주 대신이였어? "
" 대신? 그래. 상상이야 자유지. 난 이제 교실간다. "
교실로 내려가던 내 발걸음은 어느새 시내에 나와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 조용하고 사람도 별로 안보이는
술집을 찾아 그 곳으로 들어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한공주와 헤어진 그날부터 나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뭐랄까?
한공주를 믿어보지도 않고 헤어져서? 피식, 내 자신도 못믿는데 누굴믿겠어, 내가. 큭큭-
" 그만 마셔. "
내 컵을 잡은 사람은 은흥부였다. 난 은흥부를 쳐다봤다. 내가 은흥부를 보고 던진 첫마디는 이거였다.
" 한공주하고는 잘 되는거냐? "
내 말에 흥부는 이렇게 대답한다.
" 비참하게 까였거든. 포기하려고~ 나보다 더 잘난놈이 있나봐. "
" ....... 뭐? "
" 힘들게 고생하지말고 가라고 말하는거야. 내가 모를줄아냐? 넌 내 손바닥 안이다, 새끼야. "
.........고맙다, 은흥부.
은흥부의 말이 끝나자 마자 나는 한공주네 집 앞으로 달려갔다. 초인종은 코앞에 있는데 누르는걸 손이 허락치않았다.
결국은 한공주네 집 앞에 쭈그려 앉아버렸다. 그렇게 앉아서 한시간 가량 있었나? 갑자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누, 누구세요? "
한공주의 목소리였다. 평생기다려도 나와주지 않을꺼같았던 그녀가 지금 내 뒤에 서 있다. 그녀는 나 인걸 알고는 들어가
버리려했다. 결국은 가지말라고 말했다. 발걸음을 멈추는가 싶더니 다시 들어가버린다. 역시.. 너무 늦은건가? 돌아가기엔
너무 늦은건가?…
그렇게 나는 새벽동안 한공주의 집 앞을 서성거렸다. 혹여나 다시 나와줄꺼란 희망이 조금이나마 있었다. 하지만 한공주는
나와주지않았다. 나한테 받은 상처가 너무 아파서, 너무 쓰라려서 그랬을까? 나는 그 뒤로도 매일 술취해서는 한공주네
집 앞에서 서성거리다 사라졌다. 혹여나 변명 할 기회를 줄까 싶어서…. 하지만 그녀는 냉정하기만 했다.
그리고 달라졌다. 한공주가 나한테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첫댓글 공주랑놀부가 다시이어졌음좋겠어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