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단어 "슈퍼매치" 수원 vs 서울. "더비"라는 단어도 있는데 왜 슈퍼매치라 불러야 하는가?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슈퍼매치', '슈퍼클럽'에 집착하는 한국
4월 1일, K리그 경기 중 가장 치열한 경기로 손꼽히는 "ㅅㅇ더비"가 수원 빅버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언론은 이것은 "슈퍼매치"라고 일컫는다). 치열한 열기와는 달리 수원의 일방적인 공세로 2대0 완승을 잡으며 서울이 수원에게 이겨본 지 최소 753일로 미뤄지게 되었다(FA컵에서 마주치지 않는 한 8월 18일 상암에서 이 두 팀이 격돌한다). 경기 내용이나 그 두 팀 서포터즈 사이가 얼마나 극악인지는 잘 알고 있다. 그것도 그렇지만, 나는 이 매치가 왜 "더비"가 아닌 "슈퍼매치"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불리우는 지 매번 불만스럽다. 물론, 수원이나 서울이 K리그에서 소위 말하는 강팀 대열에 속해있다고는 하나 이 두 팀만 그렇게 특별하게 띄워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슈퍼매치"라는 어원을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이 두 팀간의 대결만 가장 특별하고 그 외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다른 강팀 간의 경기(예를 들어 울산-포항의 동해안 더비라던가, 성남-수원의 마계대전, 그리고 전북-포항이나 성남-포항 같은 경기)는 그냥 그저 그런 경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의외로 한국 축구팬들 대다수가 "슈퍼클럽", 혹은 "슈퍼매치"에 상당히 집착하는 것 같다. 이런 걸 느낀 것이 어제오늘일이 아니라 제법 오래된 현상이다. 그러한 바람이 밑에 깔려있다보니 축구 칼럼니스트인 존 듀어든씨가 "한국에서 슈퍼클럽이 나올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칼럼을 쓰기도 했었다(존 듀어든 - 한국에서 슈퍼클럽이 나올 수 있을까? http://sports.news.nate.com/view/20120314n16961?mid=s1000 참조). 우리가 흔히 말하며 동경하는 '슈퍼클럽'으로는 전세계적으론 딱 3개 클럽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바르셀로나 만 해당할 것이다. 물론, 슈퍼클럽이라는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맨유나 레알, 바르샤처럼 전세계적으로 지배하는 이미지가 아니더라도 전세계 사람들에게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클럽(존 듀어든은 보카 주니어스나 LA 갤럭시를 예로 들었다)이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슈퍼클럽이라는 존재가 K리그에 나타난다면 분명히 아시아를 대표로 하는 클럽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하고, 이것이 K리그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에 있어서 제법 많은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조건 슈퍼클럽이나 슈퍼매치를 만들어낸다고 해서 K리그의 리그격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속한 라리가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라리가는 우스갯소리로 신(神)계와 인간(人間)계로 나뉘어져있고, 언제부터인가 리그 우승은 레알 아니면 바르샤가 독식해왔다. 그렇다고 다른 라리가 클럽팀들이 경쟁력이 형편없다고 볼 순 없으나, 두 거인과 벌어지는 격차를 줄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매 해마다 제기되어왔는데, 라리가의 중계권료 배분문제도 레알+바르샤가 가지고 가는 중계권료가 나머지 18개팀이 받는 중계권료의 합보다 훨씬 커서 부익부 빈익빈은 심해지고 있다. 세리에A는 더하다. 최근에 나폴리, 라치오가 치고올라오곤 있다하지만, 세리에A는 뚜렷한 강팀과 약팀의 경계선이 그어진 지 오래고, 국제대항전에 나간 세리에A팀들이 전멸하는 것도 이러한 격차를 줄이지 못한 탓이 크다. 매번 우승하던 팀들이 타이틀들을 다 쓸어가는 마당에 과연 중위권 팀들이 리그에서 뛰어야할 목표의식이 있을까? 슈퍼클럽, 슈퍼매치로 특정지었다가는 훗날 우리도 이러한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리그 내 팀끼리의 경쟁력에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엘클라시코 같은 슈퍼클럽들의 맞대결도 좋지만, 이것이 언제나 긍정적인 면만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K리그에 필요한건'슈퍼클럽', "슈퍼매치"가 아니라 '전체적인 리그 상향 평준화'다.
(우리가 닮아야 하는건, 바로 분데스리가처럼 매시즌마다 우승팀을 예측하기 힘든 리그다. 이것이 진정한 재미 아닌가?)
K리그가 닮아가야 할 이상향을 꼽자면 다름 아닌 독일의 분데스리가다. 분데스리가는 세계 최다 관중수를 기록하고 있고(도르트문트의 한시즌 평균관중 수가 세계1위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분데스리가는 매시즌마다 우승팀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매력이 넘친다. 분데스리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절대강자 바이에른 뮌헨도 다른 17팀을 압도하는 전력을 갖추고도 매시즌마다 우승하지 못했고, 그들이 2시즌 연속 디펜딩챔피언을 했던 적도 상당히 오래 되었다. 항상 바이에른 뮌헨을 견제하는 도르트문트라던지 샬케04, 그리고 최근 돌풍의 팀으로 떠오르고 있는 묀헨글라드바흐나 하노버96까지 매번 풍성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올시즌만 하더라도 그렇다. 마이스터 샬레에 올라섰던 도르트문트가 초반에 부진을 겪음과 동시에 바이에른 뮌헨이 다시 선두로 달라니 싶었으나, 묀헨글라드바흐 돌풍에 맥을 못추며 선두자리에서 다시 내려오기도 했다. 또한 도르트문트와 4대4까지 물고갔던 슈투트가르트의 맞불작전도 상당히 볼만했다. 즉, 특정팀이 계속 우승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리그 수준이 상향평준화되는 것이야말로 리그 발전에 더욱 도움이 되었고, 덕분에 분데스리가는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슈퍼클럽의 영향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충분히 유럽 3대리그(EPL, 라리가, 분데스리가) 자리까지 올라서지 않았던가?
(현재 K리그 16개 구단이 펼치는 롤러코스터 레이스가 내가 보기에는 훨씬 더 바람직하고 좋은 이상향이라고 본다)
다시 K리그판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해보자.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당신은 이미 결말을 다 아는 영화를 보는 게 더 재밌는가, 아니면 다음 장면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영화를 보는 게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가? 후자 쪽이 오히려 다음 내용이 어떻게 될 지 상상하면서 더욱 재미를 가중시킬 것이다. 현재 K리그 구도가 그렇다. 강팀들은 있지만, 그들이 언제나 이길 것이라고 장담 못하는 경기. 이런 경기를 보면 침이 바짝 마르고,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애간장은 타고하는 그러한 스릴이 있지 않는가. K리그는 2002-2003 성남의 2연패 이후에 매번 우승팀이 수시로 바뀌었음에도 충분히 재미를 느끼지 않았던가? 그러한 혼돈 속에서 매시즌마다 돌풍을 일으켰던 시민구단들의 활약 또한 상당히 재밌고, 큰 이슈였다. K리그는 이미 '슈퍼클럽', '슈퍼매치' 없이도 충분히 재밌는 볼거리를 많이 만들고 있지 않는가? 올시즌도 이와 다를 게 없다.
올해 K리그에 참여한 지 이제 겨우 2년차 밖에 되지 않은 시민구단 광주, 지난시즌에 처음 리그에 참여할 때만 하더라도 그들의 목표는 '꼴지만 하지말자.'였으나, 그들은 리그 후반기에 6강 플레이오프 팀을 결정짓는 칼자루를 쥐면서 부산, 전남, 울산 등을 상당히 골탕먹이면서 리그 또한 최종순위 11로 끝내면서 예상 외의 선전을 펼치며 첫시즌을 마쳤다. 그리고 올시즌, 광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현재 리그 2위(3승 2무 승점 11점, 8득점 5실점)로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광주는 유일한 무패팀이며, 특히나 광주의 홈에서 그들을 이기기란 상당히 불가능해보였다. 당시 통산 400승에 목말라 있던 포항조차도 광주 원정에서 광주를 상대로 승점 1점을 겨우 따냈을 정도로 광주의 진화는 예사롭지 않다. 광주 못지 않게 'K리그의 혁명군단'으로 불리고 있는 대구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올시즌 브라질 출신의 모이사르를 감독에 앉히면서 강팀 킬러로 변모하고 있다. 개막전에서 서울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펼치며 서울의 기를 어느정도 죽여놓았고, 무패행진을 달리던 울산을 홈으로 불러들여 그들을 쓰려트렸다. 또한 작년 디펜딩챔피언인 전북을 전주성에서 3대2 펠레스코어로 눌러버리면서 K리그 판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러한 대구와 광주의 매서운 돌풍이 눈 앞에 떡하니 보이고 팬들조차도 체감하고 있는데, 정작 언론들은 그저 '슈퍼클럽', '슈퍼매치'로 포장하기에 급급해보인다. 대구의 역전드라마가 메인이 될 수 있음에도 스포츠뉴스 보도는 이동국의 골신기록이 제목으로 나왔다. 그렇게 강팀 위주로 보도해야만 했나(물론 이동국의 골신기록은 대단한 일이지만, 대구의 역전승이 더 흥미거리 아닌가)? '슈퍼매치'라 불리우는 ㅅㅇ더비 수원 vs 서울 경기도 언제부턴가 라이벌이라기 보단 수원이 서울의 천적관계로 바뀌고 있기에 그들이 포장해놓은 슈퍼매치라고 하기엔 이제 무색할 지경이다(서울 vs 전북 경기가 수원 vs 서울 경기 시청률보다 더 잘나왔다고 하던데?). 그렇게 상업적인 이름이 가득한 '슈퍼매치'에 집착할 시간에 차라리 대구나 광주같은 시민구단에 관심을 기울여줘야 하고 그들을 집중조명해줘서 팬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K리그를 진정 알리는 방법은 슈퍼클럽으로 강팀과 약팀을 구분짓는 것이 아니라 시민클럽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주면서 전반적인 리그 수준을 상향평준화 시키는 것이 지속적인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슈퍼매치', '슈퍼클럽'이라는 단어, 오로지 상업적인 냄새만 가득한 단어로 K리그를 포장할 필요가 없다. 차라리 표현을 할꺼라면 '더비'를 사용해라. 물론, 더비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것이기에 여기에 목숨걸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론들이여, 그리고 팬들이여. 슈퍼클럽과 슈퍼매치가 K리그를 국제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깨길 바란다.
첫댓글 다음은 철퇴차례
이 글에 반대합니다. 서울수원전을 굳이 명칭을 슈퍼매치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는 점은 대략 동의할 수 있지만 이 경기가 다른 경기들과 열기나 관중수에서 확연히 구분되는 건 사실이고 언론에서만 이를 조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현재 K리그가 추구해야 하는 것이 상향평준화라는 말에도 일부만 동의합니다. K리그 인프라가 적어 모든 부분이 상향되어야 한다는 면에서는 동의하지만 리그의 평준화가 흥행을 가져오는 게 아님은 연구결과에서 밝혀진 바 있습니다. 관심과 흥행을 주도하는 몇 개의 클럽이 있는 것이 리그 전체의 흥행에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 리그의 특정경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라리가 특정경기의 관심 정도를 염두에 두고 비교하여 판단을 조정해야 할 필요는 결단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실과 이상에 대한 인식의 차이
근데 현실적인 면에서 서울이나 수원이 아니면 언론의 관심도는 현저하게 떨어지자나요. 대구의 역전승이나 광주의 활약을 비중있게 보도한다고 해서 그게 일반인의 관심을 얼마나 이끌어 낼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죠..
과거 야구가 흥행에 별로일때 언론에서 계속 롯데의 관중이나 응원을 집중 조명해서 전체적인 야구 열기를 끌어올린걸 생각해 보면 지금 K리그는 평균적인 관심보다 흥행할수 있는 부분을 널리 알리는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그런 부분에서 불공평하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이 글의 기조가 그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요.
저글 취지는 좋은데 슈퍼매치에 대한 언론의편중을
머라하기전 각팀 서포터부터 더많아지고 치열해져야
한다고봅니다 그다음이 상향평준화 언론의 고른관심을
꺼내는게 맞지않나봐요 언론의 관심을 받도록
치열한승부 응원저 이런게 갖추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슈퍼매치때문에 다른경기 결과가 묻히거나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슈퍼매치가 없었으면 다른경기에 더 관심이 갈거란 생각에 동의할수가 없어요 슈퍼매치가 사라지면 그 관심이 다른경기로 갑니까?
오히려 그나마 슈퍼매치덕에 K리그가 더욱 흥행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슈퍼매치만 홍보하지말고 전체적으로 다 홍보 부탁 .....
근데 언제부터 슈퍼매치란말을 썼지........ 흠...
이거 마저 안하면 하향평준화 될거같은데....
지금 야구판 성장한 요인중에 하나인 롯데를 집중조명한 언론의 사례를 봐왔으니까요..
'슈퍼매치'란 단어에 그닥 반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바르샤-레알 경기를 '엘클라시코'라고 부른다고 라리가에서 두팀 경기만 전통이 있는것도 아니듯이 K리그에 다른 슈퍼매치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미 정착되어 가는 '슈퍼매치'라는 용어를 바꿀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사람들에게 쉽게 인식된다면 그걸로 '슈퍼매치'란 단어는 성공한거죠..
슈퍼매치란 용어 좀 쓰지 맙시다. 352 경기 모두가 슈퍼매치입니다. 물론 기존 K리그 팬들은 그냥 특별한 더비의 이름으로만 인식하겠지만 일반인들의 입장에선 어떤 이미지로 다가갈까요? 차라리 아이유더비가 낫겠습니다.
맞아요 슈퍼매치보단 다른 더비 이름을 지읍시다!
저는 수퍼매치, 수퍼클럽 이란 용어 사용에 긍정적입니다. k리그에서 다른 것도 물론 중요한 경기이고, 좋은 팀들이지만... 현재 언론의 행태상... 그나마 띄워주는 건 이 경기뿐입니다. 즉... 이걸 통해서 일반인들에게 관심을 유도하고 그로 인해 유입된 팬들이 다른 경기에도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게 먼저라는 생각입니다.
슈퍼매치 아주 좋은데요.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 상황에서 적용해보면 슈퍼매치라는 단어를 듣고, 슈퍼매치를 보고, 슈퍼매치를 계기로 K리그에 빠지는 팬들이 많습니다. 이건 리그팬들이라면 꽤 많이 본 현상일걸요
하지만 EPL처럼 슈퍼클럽 몇팀이 우승번갈아가면서 하는것도 나쁘진 않을것 같아요. 언론의 관심과 리그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슈퍼클럽이 필요하죠. J리그와 분데스리가의 평준화된 모습은 그다지 보기 좋진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챔스에서의 활약이 떨어지게 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