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오백리 자전거 국토종주를 마치고
(2020/5/3 ~ 5/6)
직장 생활 32년차, 그
동안 시간적인 제약으로 해보지 못한 것이 많았다. 자전거 여행은 그 중 하나였다. 퇴직 후에 자전거 국내일주를 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작은 가방과
텐트를 자전거에 싣고 바람따라 구름따라 유유자적 일상에서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일철 선배 건수 형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5월 황금연휴를 2주 앞두고
평소 나의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왜 퇴직 후여야 하지? 그래
그냥 시작 해 보자. 한 번에 어려우면 여러 번 나누어서 말이다. 동갑내기
친구 밥몽이 말한 대로 더 늦기 전에 그냥 할 수 있을 때 하자.
바로 클럽에 공지하고 같이 동행할 철우를 찾았다. 출발일자를 조정해서
상익 선배, 수영, 종두와 의기투합했다. 그러나 문 고문님은 친구의 안타까운 사고로 이번 여행에는 동참하지 못했다.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아쉽지만 다음에 같이 해요~~)
이번 자전거 여행의 컨셉은 천천히 가면서 자연과 더불어 아름다운 우리 국토를 최대한 많이 보고 느끼는 것이었다. 처의 고향이기도 한 부산, 자가용으로 기차로 늘 다녔던 곳이지만
한강과 낙동강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로 가는 여정은 우리에게 특별했다.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는 태백의 검룡소와 황지 연못인데 거리가 15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 곳에서 태동된 작은 물줄기가 여러 갈래 물줄기와 합쳐지고 갈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서울과 부산을 길게 잊는 거대한
한반도의 젖줄기를 이룬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 것은 개인적으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첫째날은 아라 자전거길과 남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200km 이상을
타고 충주에서 숙박했다. 날씨도 좋았고 10~20km 마다
있는 빨간색 인증센터에서 인증도장을 찍고 인증사진을 찍는 재미가 솔솔했다. 첫날이라 컨디션도 좋았고
드디어 내가 국토종주를 하고 있구나 실감하면서 그 자체를 즐겼다.
둘째날은 충주댐을 찍고 탄금대를 지나 새재 자전거길에 올랐다. 소조령과
이화령이 있어 약간의 긴장을 했었다. 약 10% 경사길이
5km 정도 길게 이어져 있었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모두 무사히 이화령휴게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훈련이 부족했던 수영이가 왼쪽 슈즈의 클릭이 페달에 고정되지 않아 한쪽 발에 부하가 가해지면서 왼쪽
무릅에 부상을 입었고 엉덩이 마저 진물러 터져 오후부터는 제대로 탈 수가 없었다. 당초 구미까지 가려던
계획을 바꾸어 상주보에 도착해서 낙단보(들꽃)자전거 민박집에
전화를 걸어 픽업을 부탁했다. 수영이는 다음 날 자기가 따라가지 못하면 버리고 가라고 말하면서 풀이
죽어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상주보에서 숙박하기로 한 이 결정은 신의 한 수였다. 상주보에서
낙단보까지 14km를 점프할 수 있어 수영이가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었을 뿐 아니라 너무 인심
좋은 민박집 사장님과 사모님을 만나서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어 더 좋았다. 이런 것이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 아니겠는가?
셋째날 수영이는 진통제의 힘이었는지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전날 뒤쳐진
일정을 만회하기 위해 모두 부지런히 페달을 밟았다. 상주를 지난 이후부터는 인증센터 간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고 바람이 부는 강을 따라 직선으로 이어진 다소 황량한 자전거길을 달리다 보니 몸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가 선두로 가면서 좌회전을 하려고 속도를 줄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주오던 커다란 SUV차량이 우회전하면서 속도를 미쳐 줄이지 못해 나를 집어삼킬 듯이 덥치는 것이 아닌가? 다행히 그 차량은 내 앞 1~2m 앞에서 아슬하게 나를 피해 반대편
길가에 멈춰설 수 있었다. 휴우~~ 큰 사고 당할 뻔 했다.
문경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3시 못미쳐 합천창녕보에 도착했는데 다음
55km 떨어진 창녕함안보인증센터까지 갈 것인지 고민스러웠다. 그
중간에 다들 끌바한다는 악명 높은 박진고개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
마지막날 부산까지 120km만 타면 되고 좀 늦으면 부산에서 회를 안먹으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합천창녕보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적포에서 숙박하기로 결정했다.
마지막날, 박진고개는 약 13%의
가파른 경사이긴 하지만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아 천천히 올라갈 만했다. 그리고 고개 정상에서 보이는 낙동강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리고 긴 내리막길, 그 내리막길 끝자락에서
종두 자전거의 체인이 벗겨지면서 사고를 당할 뻔했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체인이 다행히 꼬이지 않아 사고를 면했다.
이제 큰 언덕은 끝이다라고 안도하며 가고 있었는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이름없는
가파른 고개가 우리 앞에 우뚝 나타나자 우리는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바로 내렸다. 조금 끌바를 하다가
경사가 조금 줄어드는 구간에서 다시 잔차에 올랐다. 가파르고 좁은 산길이 계속 이어졌지만 이를 악물고
정상에 올랐다.
창녕함안보에서 양산까지 55km를 달리는 중간 장인이 살고 있는 밀양을
지나 밀양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매기회를 먹었다. 맛도 일품이었지만 배경은 그림과 같이 멋진
곳이었다. 양산 물문화관 인증센터를 지나 드디어 부산에 입성. 온
몸이 쑤시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다왔다는 성취감에 통증조차 느낄 수 없었다. 낙동강하굿둑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우리는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행복을 만끽했다. 큰
사고 없이 모두 다 즐겁고 행복하게 완주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그리고 수영이와 종두와 개인적으로
좀더 친해 질 수 있는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첫째 날 일산에서 우리를 픽업해서 아라서해갑문까지 데려다
준 또다른 동갑내기 친구 강빵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고맙다 친구야~~
첫댓글 와 대단하시고 수고하셨습니다. 상황이 머리속으로 그려지면서 후기 너무 잘읽었습니다~ 꼭 도전해보고싶습니다..
힘드셨을텐데
모두 잘 다녀오셨군요
멋진 추억 하나 추가하셨네요 ㅎ
수고하셨습니다
잘 했어요
꾸욱 100점 도장 인정
수고들 하셨네 담에 함께 다시
엄청나게 뿌듯하시고 좋으시겠어요.
맞아요, 하루라도 빨리 도전하는게 낫죠!!
남자 세명이서 즐겁게 전우애 불태우며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두 다리로 다니셨으니 행복하셨을것 같아요
일상으로 복귀가 어렵지 않았을까요?? ㅋㅋ
회복 잘 하세요.
무사 종주 축하드립니다...
힘들었지만 재미 있었을 것 같네요.
모두 수고 하셨습니다^^
천오백리를~~~~ 대단하세요..
여러가지 사연으로 많은 추억이 묻어 보입니다.
회복 잘하세요~~ 선배님들^^
저두 기회 만들어서 꼭 해보겠습니다.!!!
꿈을 실행으로 옮기니 멋진 추억이 따라오네요~~!!
따끈한 곰국 한사발 합시당^^
수고들 하셨습니다...!!!
무사완주 축하드립니다~
좋은 추억 한개 추가하셨네요~~
천오백리라 계산이 안되는군요...
나도 꼭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고 부럽습니다.
수고들 하셨습니다. 그 긴 여정을 무사히 완주한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그냥 간접경험으로 만족하고 싶네요^^
멋지십니다. 수고하셨어요~^^
이제 4대강종주 그랜드슬램 가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