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지구에서 생산 되는 식량이 인구 대비 부족하지 않는다는 건 공공한 비밀입니다. 서로 공평하게 나누기만 한다면 어느 누구도 굶주린지 않을 만큼 세계의 먹거리 생산량은 넉넉하다는 거지요. 그럼에도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굶어 죽는 아사자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건 틀림없이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 갈취하는 도둑이 있다는 증거 입니다. 우리는 그 도둑이 누군지 대략 유추할 수 있는데요. 세상의 먹거리를 매점매석 하는 악락한 유통업자 식량을 무기화하는 나쁜 정치인 새식량을 저장하려고 창고의 묵은 곡식을 멀고 먼 바다에 폐기처분하고 있는 고약한 기업 때문에 우리는 떵떵거리고 으스대며 별의별 짓을 해대는 떼부자의 행태을 불쾌해 합니다. 그리고 이 절체절명으로 굶주림을 해결할 장본인들이 딴짓만 하는 꼴에 아니꼬워합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 들어보셨나요? "당신이 지금 즐기고 있는 것이 당신이 유산으로 조상의 것이니까 당연히 내 것이라고 하지 마라 그것은 실제로 남의 것이다"라는 얘기 말이죠 또는 "당신이 저축해 놓은 돈은 가난한 사람의 돈을 도둑질한 것이다"것 얘기는 어떤가요. 문제는 온갖 것을 쌓아 놓고 호사의 극치를 살아가는 떼부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처럼 여긴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이 우리 같은 서민과는 철저히 별개이며 면제된 사항이라 착각한다는 점이니다. 평범하게 고만고만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맨 우리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겨울의 길목 힘센 볕을 참고 비바람을 견텨낸 땅은 갖은 열배를 선물로 내어 준 체 미련없이 물러서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연은 우리 모두에게 세상에서 물러나야 할 존재임을 일깨우며 삶에서의 소유와 소비의 가치를 엄숙히 돌보도록 합니다. '하루걸러 어머니는 나를 업고 이웃 진외가집으로 갔다. 지나가다 그냥 들은 것 처럼 어머니는 금세 도로 나오려고 했다. 맛있는 밥 냄새를 맡고 내가 어머니의 등에서 울며 보채면 장지문을 열고 진외당숙모가 말했다. 언놈이 밥 먹이고 가요 그제야 나는 울음을 뚝 그쳤다. 네가 허둥지둥 먹는 걸 보고 진외당숙모가 나에게 했다. 밥때 되면 만날 온나 나는 이날 이때까지 이렇게 고운 목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다.(오탁번 '밥 냄새')문득 "가난한 사람에게 베푼 다고 말 하지 마라 그들의 것을 그에게 돌려주는 것 뿐이다"라는 암브로시오 성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남의 말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덜렁 도둑질해서 귀한 지면을 채우는 제 모자람이 부끄럽습니다. 죽었다 깨어도 이르지 못한 혜안의 경지에 감동하여 고스란히 옮겨놓을 수밖에 없는 재주가 가엽습니다다. 다만 '도둑질해서' 쌓아둔 제 방의 숱한 것들에 양심이 찔리고 있는 순수의 감정을 가상히여겨 주기를 바랍니다. 이렇게라도 마음에 낀 얼룩을 지워 내려는 노력으로 보듬어 주기 바랍니다. 작은 사랑들이 모여 세상의 응달에 온갖 가득하길 기도하는 마음을 거두어 주시길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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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泉 池古瓮
첫댓글 이 설음 저 설음 해도 배곺은 설음이 가장 섧다는 옛 어르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감사
그래서 전에는 머리 띠하고 '자유' 아니면'빵'을 외쳤잖아유 요즈음 광화문에서는 뭐유 이거 이라다가 다 죽는 것아니유
연말을 맞아 뜻 깊은 글, ㄱ ㅅ
왠지 자꾸 슬퍼지네유 왜들 이라는지
생각이 순수하고 자연스러워 좋은 글...감사
至順한 것이 최고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