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삼(玩花衫) ~ 목월에게 / 조지훈, 1942년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
주) 제목 ‘완화삼(玩花衫)’ 뜻
玩: 희롱하다, 즐기다, 사랑하다
花: 꽃
衫: 적삼(얇은 윗옷)
→ “꽃이 스치는 소맷자락을 즐기는 적삼”
즉 꽃을 가까이 두고 즐기는 선비의 옷이라는 이미지.
나그네 / 박목월, 1942년.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같은 해(1939년) 문단에 등단한 박목월과 조지훈이
시로서만 서로 교류하다가 1942년 영양에 사는 조지훈이 경주에 사는 박목월을 처음으로 서로 만난 후
돌아가 조지훈이 완화삼 이란 시를 지어 박목월에게 보내고
답시로 박목월이 나그네라는 시를 지어 조지훈에게 보냈다고 하네요.
이 때 조지훈 나이가 22세이고, 박목월 나이가 27세 였다고 합니다.
두 시인은 이미 다른 세상 사람이 되었고,
84년전 두 사람간에 오간 우정의 시는 오늘까지 남아 그 의미를 전하고 있네요.
사람은 가도 시는 영원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