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맞선 노무현 vs ‘초딩’ 맞선 오세훈 [폴리스코프] 같은 ‘여소야대’ 불구 다른 ‘상대방’…오세훈 무리수
2004년 1월. 조순형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입에서 처음으로 ‘탄핵’이라는 말이 나왔다.
노 대통령은 앞서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고,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은 반발했다. 다음 달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노 대통령에게 중립의무 준수를 요청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다음날 “선관위의 결정에 납득할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고, 새천년민주당은 긴급의총을 소집해 대통령이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한 점과 측근비리 등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는 특별기자회견을 가졌다. 청와대는 사과를 거부했고, 9일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그리고 3일 뒤 탄핵안은 가결됐다.
탄핵안이 발의되던 당시 노 대통령은 창원을 방문 중이었다. 소식을 전해들은 노 대통령은 “지금 이 과정은 새로운 발전과 도약을 위한 진통이라고 생각하며 그저 괴롭기만 한 소모적 진통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고,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도 참석해 “마지막일지 모르겠는데 내년에 다시 왔으면 좋겠다”고 말해 참석자들과 국민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기도 했다.
난해한 ‘與小野大’ 역풍 야기한 ‘탄핵주역들’의 몰락
최병렬을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와 조순형 등 새천년민주당의 ‘멍청한 선택’은 이내 역풍을 야기했고, 1개월 후인 4월 15일 열린우리당은 152석의 과반의석을 획득했다. 탄핵을 주도한 새천년민주당은 9석의 미니정당으로 전락해 제3당으로 부상한 민주노동당에도 밀렸다. 그나마 50석도 힘들다는 말이 나왔던 한나라당이 121석으로 개헌저지선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존재감 ‘제로’에 가깝던 박근혜 의원은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이며 대권주자로 부상했지만, 박관용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홍사덕 총무, 새천년민주당 조순형 대표와 유용태 원내총무 등 소위 ‘탄핵 5인방’과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정치권에서 퇴출되기에 이른다. 이후 홍사덕, 조순형, 추미애는 보궐과 총선을 통해 정계복귀에 성공했다.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정국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재적의원 2/3 이상을 야당에게 내준 상황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게 현실이다. 2011년 현재 국회는 보수정당이 2/3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와는 정반대의 압도적인 여대야소(與大野小)의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누리는 호사는 노무현 시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탄핵안이 발의되던 2004년 3월 9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은 60.6%, ‘사과가 필요없다’는 의견은 30.1%였다. 하지만 ‘탄핵을 반대한다’는 국민은 65.2%였고, ‘찬성한다’는 응답은 30.9%였다. 조사기관의 의도에 따라, 언론사의 목적에 따라 달라 보인다. 하지만 진정한 결과는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 탄핵주역의 몰락이었다.
부패세력에 맞선 노무현 vs 초딩과 맞선 오세훈
오세훈 서울시장이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 최근 “내 업적이 MB에 못지않다”며 대선출마가능성을 언급한데 이어, 대통령비서실의 절반이 넘는 규모의 ‘대선캠프급’ 보좌조직을 운용하고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공직선거법까지 위반해가며 헐벗은 어린 아이 사진까지 내걸고, “망국적 포퓰리즘”을 운운하며 무상급식 저지에 자신의 한 몸을 바치고 있다.
‘박근혜의 대항마’로 낙점받기 위한 판단이겠지만 현재 시의회의 3/4를 민주당이 차지한 상황에서 너무 무리한 승부수다. 오 시장은 시의회가 통과시킨 무상급식 예산안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했고, 자신의 추진한 대형사업에 대한 예산 삭감에 대해서도 “느긋하게 하면 된다”며 “우리에겐 4년이라는 시간이 있다”는 여유를 부렸다. 시의회도 4년이 있는데 말이다.
관건은 “국민의 뜻” 즉 민의(民意)다. 여론에 따라야 한다.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번호만을 대상으로 한, 주부와 무직자가 주로 응답하는, 응답률 10% 미만의 ‘억지 여론조사 수치’가 아닌 ‘바닥민심’을 알아야 한다. 애매한 질문으로 조사기관의 의도에 따라 달라지는 ‘여론조사’가 아닌 역사의 맥락과 민심의 기저를 관통하는 ‘irreversible’한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여소야대에서 승부수를 띄워 성공한 노 대통령을 따라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차떼기’ ‘책떼기’를 비롯한 구악세력, 부패세력과 맞선데 반해, 결과적으로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31조에 맞서 초등학생들에게 밥을 못 주겠다고 버티는 오 시장의 행보가 국민적 공감을 받을 수 있을 수 있을까. 괜한 짓 하는 것 같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