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계절<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개끔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時祭 지내려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對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11월의 노래/김용택
https://www.youtube.com/watch?v=SND6wB6Uw7I
참 따뜻
햇빛 먹은 단풍 찬란
그저
멍하니 바라 본다
아침 톡보내고 잠 한숨
아직 여섯시도 못되어 주위가 어두컴컴
일어나니 일곱시
일 한바탕 한 후 아침 먹자고
어제 집사람이 서리태콩을 거의 베었단다
오늘 마무리 짓고 땅을 갈아 양파 심잔다
그도 참 좋은 생각
낫갈아 가지고 내려가 서리태콩대를 베었다
거의 시간반을 베니 모두다 벨 수 있었다
집사람과 앉아 콩잎을 땄다
따주어야 콩을 빨리 털 수 있단다
콩대를 대충 옮기고 나니 어느새 아홉시
오늘은 남창골에서 친구들 모임
집사람은 모든걸 제치고 모임시간 맞추어 가잔다
아이구 그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야지
마늘밭에 물을 주었다
아침에 부직포를 걷어보니 모두 일률적으로 나지 않았다
남들은 마늘이 잘 나던데 우리가 심은 건 왜 이래?
마늘을 잘못 심나?
어느새 모임 시간
아침도 먹지않고 바로 남창골약속장소로
김교장은 먼저 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박교장과 지교장이 와 식사할 식당앞에 두잔다
남창골에 펜션하는 병선친구에게 물어보니 마지막 수퍼앞에 식사시키고 주차하란다
그도 괜찮겠다며
닭백숙과 도리탕 시킨 뒤 식당주차장에 파킹
산책하시고 두시간 후에 오시란다
6개월만에 서로 얼굴 보는 것 같다
모두 건강해 보여 참 좋다
난 내 나이대로 가는데 자네들은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냐며 웃었다
입암산성 남문까지 다녀오자며 산책길로 들어 섰다
계곡의 단풍이 햇빛 받아 유난히 빨갛고 노랗다
남창 계곡 단풍이 백양사 단풍보다 더 아름다운 것같다
이곳은 물기가 있어 아직 단풍잎이 고슬라지질 않았다
전북과 장성을 잇는 새재 넘어가는 갈림길에서 한컷
전북 입암과 잇는 이 길은 험준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알맞은 등산코스
유명지보다 이런 곳을 다녀 구경하고 체력을 쌓는 것도 좋을 듯
입암산성 남문을 코 앞에 두고 되돌아섰다
집사람들이 더 이상 못가겠다고
그래 굳이 무리해 갈 필요 있을까?
내려와 닭백숙과 닭도리탕
모두들 맛이 좋단다
중환친구가 막걸리 한잔 갈아준다
그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많이도 마셨다
여기 왔으니 집에 들러 가라고
얼마만의 만남인가?
영준 친구는 내가 닭을 많이 잃어버린다니 덫을 놓으란다
난 모르겠다니 덫을 사가지고 가자고
덫을 사와 산짐승이 다닐만한 곳에 놓는데 간단하다
저리 간단한 걸 왜 저걸 못 놓는 거지
친구가 놓는걸 보니 이제 덫놓는 것은 수월할 듯
집사람은 이것저것 몇가지 친구들에게 챙겨준다
영준 친구는 시골에 살고 있어 줄 게 별로
일이 있어 먼저 일어섰다
난 중환, 종익이와 베란다에 앉아 막걸리 한잔 더
바라보는 경치가 넘 좋단다
경치 좋아 매일 베란다에 앉아 술마신다고
기분 좋게 잘 마셨다
내가 키우는 닭을 한 마리씩
애써 키워 선뜻 주냐고
내가 언제 친구들 주어 보겠는가
왔을 때 한 마리 챙겨 주는 거지
항상 건강들 하자며 일어선다
항상 보고 싶으니 언제든 불쑥 찾아오라고
어쩜 이게 사는 맛이 아닐까?
노열동생이 밭을 갈러 왔다
이제 막 들깨대 불사르려했는데...
집사람은 갈기 전에 먼저 들깨대부터 불사르자며 불을 피운다
잘 마른 들깨대라 금방 타 버린다
케이티 직원이 왔다
금요일에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오늘 방문 했다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며 선을 점검 해준다고
선을 점검하고 몇가지를 살펴 봐 준다
이젠 속도가 개선되었을 거란다
고맙다
노열동생이 밭을 말끔히 갈아 놓았다
갈아 놓은 땅에 우리가 양파를 심기엔 넘 넓다
작은형님께 혹 양파 심으시겠냐고 전화
땅이 있으면 심으시겠다기에 우리가 심고 남은 곳에 심으시라 했다
수요일에 양파 모종을 사서 오시겠단다
노열동생이 양파 심기전에 살충제 한번 더 뿌리고 제초제도 뿌리란다
노열동생이 수고해 같이 가서 저녁이나 먹자고
내동아짐과 성준이랑 같이 오라했다
김가네로
낮부터 술을 마셨건만 식사하며 또 한병
술이 넘 과하다
김가네 사장에게 돼지 앞다리를 부탁
내일 가져다 주겠단다
작은 사돈이 방아찧으시느라 고생하시는데 하나 가져다 드려야겠다
하루 일과 정리하려 컴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데 계속 오타
아이구 술이 넘 취해 안되겠다
이럴 땐 자는게 최고지
가로등 불빛이 어슴프레
새벽안개 이나 보다
님이여!
11월이 문을 열었습니다
좀 아쉽지만 올해도 부지런히 잘 달려오고 있었으리라
년초 세웠던 계획 다시 한번 되돌아 보며
아쉬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11월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 달에도 님의 따뜻한 마음으로 날씨는 추워져도 주위는 늘 훈훈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