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LH 보상 착수 공고…상당수 토지 소유주 다른 토지 매매계약 12월 LH 태도 돌변…"물가ㆍ원자재 값 상승, 사업 어렵다" 보상 지연 공고
울산 중구 장현 첨단산업단지 토지 보상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토지 소유자들이 신속 보상을 요구하며 집단반발한 데 이어 중구의회가 보상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면서다. 하지만 토지매입 당사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물가 상승ㆍ원자재 값 인상 등으로 불과 1년 4개월 만에 산단 조성 총 사업비가 1천467억원에서 2천700억원으로 늘어나 토지 매입을 지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LH 측이 사업 지연에 따른 손실 보상 규정은 없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내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지난 2015년 11월 중구 장현동 일원 31만6천398㎡를 도시 첨단산업단지 조성지구로 지정한 뒤 7년 만인 지난해 7월 토지 소유주들에게 연내 보상 착수를 통보했다. 이어 11월 토지 감정평가도 마쳤다. 이에 따라 상당수 지주들은 다른 곳에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매매 약정을 체결하고 선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LH가 물가 인상ㆍ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사업 인가 당시보다 사업비가 두 배로 늘어났다면서 돌연 보상 지연 공고를 내 현재 해당 지역에 토지를 가진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LH가 사업 수지를 검토해 사업계획을 변경할 경우, 국토부의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하고 이에 따라 사업 지연 기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왕재호 보상협의회 위원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에서는 올해까지 농사를 지으라고 하지만, 지난해 7월 연내에 보상에 착수한다는 공지를 받고 농사를 포기하거나 다른 곳에 농사지을 땅을 구해 매매 계약을 한 주민이 30퍼센트 이상"이라며 "지난해 11월 감정평가까지 마쳤기 때문에 당연히 보상이 이뤄지고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알고 하우스 등 농사시설도 더 이상 보수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데가 많다"고 주장했다.
울산시청 산단개발 관계자는 "국토부 공모로 선정된 산단이라 울산시가 직접 관여할 부분은 많지 않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 측에 보상 절차를 우선적으로 시행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하고 있으며, 사업 진행 상황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는 LH 측과 여러 번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 관련 부처에 따르면 LH는 사업 수지를 다시 검토해 사업계획 변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앞서 지난 6일 울산 중구의회 김도운 의원과 장현첨단산업단지보상협의회 주민들은 `주민 신속 보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고 중구의회(의장 강혜순)는 14일 `LH 장현첨단산업단지 주민 보상 이행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정호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