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 시간이면 Bruce는 거의 항상 로비를 청소하고 있다가 활짝 웃으며 문을 열어주고 나갈 때까지 잡아주며 말한다.
"Have a nice day!"
Bruce는 우리 아파트의 building manager이다.
그러나 남님들한테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 걸 보면 내게 하는 행동은 'Lady first'의 매너일게다.
문제는 그 Bruce가 나보다 나이를 더 잡쉈다는거다.
민증을 확인해본 바도 아니고(민증 같은 거 아예 없다)
물어본 일도 없으니 확신할 수는 없겠으나 아무리 외모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이 곳 사람이라해도 분명 나보다는 더 먹었다.
이 Bruce의 몸에 밴 Lady first의 매너가 난 좀 편하지않다.
왜냐하면 나는 장유유서, 경로우대의 나라에서 나고 자라난 대한민국 출신 이민자이기 때문이다.
어디에서건 나보다 연배로 보이면 양보해야 할 것 같고 우선해야 할 것 같고.
그나마 젊은 사람의 Lady first는 그런대로 누리는 재미가 있지만 허리마저 구부정한 남자 노인의 Lady first라니...
엊그제 위층에서 타고 내려온 젊은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동양인으로 보이는 그 젊은이는 나중에 탄 내가 문가에 더 가까이 있었음에도 로비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제끼듯하고 먼저 내렸다.
'뭐 바쁜 일이 있었겠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런 예의가 있나 싶었다.
서양식의 Lady first도 우리식의 장유유서도,
그냥 매너도 없다.
아마 이도저도 없는 제3세계에서 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산다.
문화와 전통이 다르고 종교도 다르니 아마도 예의에 대한 개념도 다를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식적으로 크게 다른 예의는 보지 못했다.
예의란 인간에 대한 보편타당한 태도인 것 같다.
여성이라서 무작정 누구에게나 Lady first의 양보를 기대하지 않는다.
나이 좀 먹었다해서 젊은 사람들이 무조건 배려해주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우리가 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여자든 남자든, 노약자든 젊은이든 이런 것을 떠나 인간에 대한 예의가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
예의를 운운하면 꼰대소릴 들을지도 모르겠다.
여기, 꼰대방지 5계명을 부록으로 첨부해본다.
첫댓글 아파트 매니저 Bruce는
레이디퍼스트를 읊으시면서
자신이 친절한 남자 임을
은근 즐기는건 아닐까요?
ㅎㅎ
다소 불편하셔도
너그럽게(ㅎ)
받아들여 주셔요.
그런걸까요? ㅎ
어쩜ᆢ
손발이 되어드려야 할
시어머님과 함께 살다보니
그 동안 반면교사로
절절히 느낀 것인데
액자에 걸어두고 새겨야 할
꼰대5계명
이렇게 감사할 수가요
월영님!
본글에
예의란 인간에 대한 보통타당한
태도라 생각하신다는 말씀도
백번공감하며
특히
꼰대5계명을 보고
삼국지
논어보다
촌철살인의 찔림을 받았습니다 ㆍ
저도 우연히 보게된 글인데 한번 쯤 새겨둘만 한 것 같아서요.
꼰대가 아닌 어른 노릇을 해야할텐데 어려운 일이네요.
Lady first와 장유유서가
상충하니 불편하신거군요
뿌리가 다르기에 지금 사시는 곳의
문화나 관습에 익숙해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닌가봐요..
Bruce란 분의 예의와 친절에 대해
진정성 있는 고마움을 표현하실 것
같은데 그것이면 된거죠..^^
글을 쓰심에 자신을 경계하며
돌아보시는 모습을 읽으니
성품을 조금은 짐작하겠습니다^^
이쪽 저쪽 문화에 양다리 걸치고 살다보니 가끔은 불편할 때도 있네요.
어려서 듣고 익힌 게 여전히 익숙한 걸 보면 갈데없는 1세대 이민자입니다.
여기서 교육받고 자란 애들하고도 사고방식이 다른 걸 느끼구요.
다 자란 나무를 다른 땅에 옮겨 심으면 뿌리를 내린 듯 해도 온전히 자리잡지는 못하나봅니다.
5계명 ㅎㅎ 잘 되워 실생활에 적용해야지요
전 아직도 독선적이라 관계를 넓히지 못하지요
자식들에게도 그렇고
이대로 늙어 가는 건 좋은데 생각은
바꿔야 겠어요 천성이 굳어서 써 먹진 못해도
심중에 내가 틀렸다는 건 인지하고 있어야 겠지요 ㅎㅎ
요새 보니까 제가 종종 틀리더라구요.
애들한테라도 틀렸으면 얼른 인정하고 사과합니다.
그땐 맞았는데 지금은 틀린 것, 아니 틀렸다기보다 달라진 것들이 많아진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됐든 나잇값하기 어려워진 세상인 것 같애요.
언제 전철에서 노인이
서서 젊은 청년에게
자리 양보할줄 모른다고
뭐라는것을 듣고서
저런 어른은 되지말자
생각이 들었습니다 ㆍㆍㅎㅎ
5계명 감사합니다 ^^
양보를 강요해서는 양보가 아니지 않을까요?
진심에서 우러나지 않은 양보는 아름답지 않습니다.
의무적인 양보를 기대하는 어른은 되지 맙시다요. ㅎ
아하~
월영님은 외쿡에 사시는군요^^
글도 참 재밌게 잘 쓰시네요^^
꼰대는 되지 말아야지
다짐해보는 밤입니다.
^~^
애들한테 꼰대로 낙인찍히면 인생이 외로워질듯요.
주책이란 소리 들으면서도 젊은 정신으로 살려고 합니다.
쉬운 일은 아니네요. ㅎ
5계명.......
잘 기억하고 있겠 읍니다
감사합니다
5계명 정도는 기억할만한데...
이 외에도 많더라구요...ㅎ
실천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습관이란게 무서운 거니까요.
부르스 만나면
드라이버 라이센스 보여달라고 하세요.^^
민증 대신 드라이버 라이센스 까보자고 할까요?
없으면 여권까지 동원해야할지도..ㅎㅎ
세상이 달라져가는
흐름에 얼릉 따라가줘야
꼰대 소리 안들을거
같아유.
그리구 월영님께서
많이 돋보이시구 시선을
끄시겟죠? 그분 아무나 한테
퍼스트로 대접하는게
아니구 특별하게 느껴지는
사람들한테 하는걸수도
있겟네요.부스스하게
함 나가보시소 그래도
그렇게 할지?
아유....
그렇게 착각하고 싶네요.
돋보이구 시선을 끈다고...ㅎㅎ
전혀 아니구요.
거의 기계적인 행동일껄요.
게다가 먼데서 온 이방인이라 조금 더 친절하게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