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
남자들은 가끔 화장실에서 소변을 본 다음 물을 내리지 않고 그냥 나오는 실수를 범한다. 특히 잠이 덜 깬 새벽녘에 그런 일이
많다.
아내들은 남편의 이런 실수를 봤을 때 불평만 할 게 아니라 오줌 색깔과 상태를 가끔 들여다보길 권한다.
오줌을 보면 남편의 건강 상태를 엿볼 수 있다.
정상적인 오줌은 담황갈색을 띠며 맑다. 만일 남편 오줌 색깔에 붉은색이 비친다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을 수도 있으니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 콩팥에서 오줌이 만들어져 ‘요관-방광-요도’를 거치는 과정에서 피가 새어 나와 혈뇨(血尿)가 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거품이 많이 생기는 것도 요주의다. 오줌을 통해 단백질이 흘러나오면 거품이 일고 심한 지린내가 난다. 건강한 사람의
신장에서는 혈액 속 단백질이 여과되지 않기 때문에 오줌 속에는 단백질이 거의 섞여 나오지 않는다. 섞여있다 해도 아주
미량이다. 하지만 신장이 약해지면 여과기능이 떨어져 오줌으로 단백질이 흘러나오는 요단백이 나타난다.
적혈구 또한 본래는 신장에서 여과되지 않지만 신장 기능이 나빠지면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는 요잠혈이 된다. 요단백이나
요잠혈이 나타났다고 해서 당장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방치해 만성적인 신부전으로 이어지면 매우 위험하다.
만성신부전은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자각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천천히, 분명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소변검사에서 요단백이나 요잠혈이 나타나면 서둘러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단 나빠진 신장은 치료를 해도 원래 상태로 되돌아올 수 없어 만성신부전으로 진행되기 전에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장은 한번 나빠지면 원상회복 안 돼
신부전은 신장 기능이 떨어진 몸의 상태를 총칭하는 것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인이 되는 질환을
찾아내야 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 합병증이다. 그 다음이 신장 조직의 염증이 지속되는 만성신염, 고혈압에 의한
신경화증 등이다. 최근에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이 원인인 신부전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 만성신부전이 진행돼 투석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원인 질환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1988년을 기점으로
당뇨병이 만성신염을 제치고 1위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2004년에 그 비율은 당뇨병이 41%, 만성신염이 28%, 신경화증이 9%였다.
생활습관병이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조사해본다면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병의 원인을 찾았다면 식사요법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빠르고 적절하게 치료함으로써 신부전의 진행과 인공투석이 필요한
시기를 늦출 수 있다. 평소 먹는 음식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하며 담배는 끊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하루에 40~120㎎ 정도의 단백질이 오줌에 섞여 나온다.
하지만 하루 150㎎ 이상의 단백이 오줌으로 나온다면 ‘이상’으로 본다. 활동량이 많은 젊은이가 장시간 서있거나 운동을 했을 때
일시적으로 요단백 현상이 생기는 ‘체질성 단백뇨(또는 기립성 단백뇨)’는 신장 정맥이 압박을 받아 생기는 것이므로 염려하지
않아도 되지만 신장이 나쁘거나 요로가 감염되어 생기는 단백뇨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소변검사는 간단하지만 조기에 병을 진단하는 실마리가 되므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병적인 요단백은 리트머스지를 갓
채취한 오줌에 담가 색깔이 변화하는 것을 보고 판정한다. 오줌 속의 단백이 15㎎/dL 이하에서는 음성, 15~30㎎/dL에서는
의양성(양성의심), 30㎎/dL 이상에서는 양성으로 본다.
싱겁게 먹으면 콩팥도 건강해져
하루 3.5g 이상 대량의 단백질이 지속적으로 오줌 속에 섞여있으면 ‘네프로제 증후군’이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온몸이
심하게 붓는 ‘부종’ 증상이 나타나며 오줌 양이 매우 적어진다. 하루 0.2g 이상 소량의 요단백이라도 계속된다면 신장의
사구체에 병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구체는 모세혈관의 덩어리와 같은 조직이다.
양쪽 신장에 200만 개나 있다. 노폐물을 포함한 혈액을 여과해 몸에 필요한 적혈구나 단백 등은 통과하지 않도록 하는 교묘한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사구체에 병변이 일어나면 정상적인 여과작용을 할 수 없어 적혈구나 단백이 그대로 통과해버려
오줌으로 섞여 나오게 된다. 오줌 속에 단백과 적혈구가 함께 섞여 있다면 신장병이 생긴 것이다.
신장병의 원인이나 증상은 20여 종류에 달한다. 병명이나 진행 정도를 정확하게 진단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등
쪽에서 바늘을 찔러 신장의 조직을 조금 뽑아 조사하는 ‘신장 생검’이 유효하다. 오줌 속에서 포도당이 배출되는 요당(尿糖)도
일반적으로 리트머스지법으로 검사한다.
오줌 속의 포도당 유무를 검사하는 것은 당뇨병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정상인 사람이라도 오줌 속에서 10~30㎎/dL의 포도당은
배출된다. 리트머스지의 감도는 30㎎/dL 이상이므로 색깔이 약간 변하면 의양성, 많이 변하면 양성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검사만으로 당뇨병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혈당 검사를 받았을 때 공복 시 혈당치가 140㎎/dL를 넘고, 수시 혈당치가 200㎎/dL를 넘을 때 당뇨병으로 판단하게 된다.
혈액 속의 포도당은 신장의 사구체에서 여과돼 요세관으로 나오지만, 보통 그곳에서 재흡수돼 오줌으로는 아주 미량만
배출된다. 하지만 요세관으로 나오는 당이 많아져 재흡수가 늦어지면 오줌으로 당이 섞여 나오는 것이다.
당뇨병이 아니더라도 체질적으로 요세관의 재흡수 능력이 떨어져 오줌에서 당이 섞여 나오는 사람도 있다.
이를 ‘신성(腎性) 당뇨’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신장이 허약할 때 숙지황, 산수유, 두충 등의 한약재를 쓴다.
태을양생한의원의 허담 원장은 “이들 한약제는 신장에 정(精)과 혈(血)을 보충해 준다”며 “음식으로는
밤, 검은콩, 배, 토마토, 호두, 잣 등이 신장에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신장이 나쁘면 음식을 짜게 먹어서는 안 된다. 염분을 과다 섭취하면 수분 섭취량도 증가해 신장 기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야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안쓰러워 늦은 시간에 푸짐한 술상을 내놓는 것은 결코 남편을 위하는 행동이 아니다.
자기 전에 음식을 먹으면 신장은 물론 위와 대장에도 손상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