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날아오른다 / 손택수
강이 휘어진다 乙, 乙, 乙 강이 휘어지는 아픔으로 등 굽
은 아낙 하나 아기를 업고 밭을 맨다
호밋날 끝에 돌 부딪는 소리, 강이 들을 껴안는다 한 굽
이 두 굽이 살이 패는 아픔으로 저문 들을 품는다
乙, 乙, 乙 물새떼가 강을 들어올린다 천마리 만마리 천
리 만리 소쿠라지는 울음소리-
까딱하면, 저 속으로 첨벙 뛰어들겠다
<「목련전차」, 창비, 2006년. 반경환의 명시1.2>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 풍경속에 들면 고단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보는 것과 체험하는 것의 차이겠지요. 용솟음치는 물을 바라보노라면 어지럼증을 일으키며 마악 뛰어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강이 휘어지는 아픔과 강을 들어올리는 물새떼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놓은 문자와 아기를 업고 밭은 매는 등 굽은 아낙의 힘겹고 고단한 삶의 풍경이 고스란히 아픔으로 배여들고 있습니다.
'소쿠라지다' 는 사전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①급히 흐르는 물이 솟구쳐 용솟음치다.
② 물이 세찬 기세로 용솟음친 채로 얼다.
'소쿠라지는 울음소리' 시어도 시 전체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단어 같습니다. 어떤 시인은 시에서 참신한 단어 하나만 읽을 수 있어도 그 시는 성공한 시이며 시를 읽는 맛이 난다고 합니다. 이렇게 전체 시의 내용과 잘 결부되는 단어 하나도 시를 한 단계 업그레드 시키는 효과가 있겠지요.
첫댓글 참 대단한 글이지요 강과 육지와 허공의 경계를 지워버렸습니다. 시인은 허공 또한 강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부는 바람도 강물이 되었습니다. 시인이 아니면 어찌 엄두를 낼 일이겠습니까 1연 안에서 그 내용이 서로 부딪히는 것 같지만 정황직유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소쿠라지다"라는 말도 있었네요. 이렇게 생소하고 새로운 말을 만나면 마음껏 표현 할 수 있는 우리말이 새삼 얼마나 고마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