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바인 기사의 가을나기

[鶴村]

날아간 글 다시 써 봅니다. 제엔장...아 김빠져..

하루죙일 잡은 미꾸라지 담은 바케스, 능금대 풀에 걸려 쏟은 기분도 이랬지요.

어제는 아침을 아래 그림처럼 근사하게 먹고 벼타작 준비를 하였어요.

고구마, 묵은지, 커피, 단감 디저어트까지..

고구마는 막내 처제가 보내 준 것인데 참 달고 맛있었어요.

타작할 논은 두 도가리로 하나는 450평, 다른 하나는 600여평이니 다섯마지기 택이나 되죠.

요즘은 벼 타작이라야 콤바인 기사부부가 하는 것이라 사실 농사꾼이 할 일은 별로 없지요.

그저 우케나 널어 놓으면 되니까요.

  해서 아침이슬이 깨기 전에 비닐하우스에 고추장용 고추를 널었어요. 벌써 이 짓을 몇 번째 하고 있어요. 왜냐구요? 널어놓으면 흐리거나 비오고, 또  그러고...올 가을은 참 심술궂었지요. 고추장용 고추는 만지면 차랑차랑 소리가 날 정도로 잘 말려져 있어야 하는데 가을 맨 햇살은 그렇게 말려 주지 못해요. 그래서 고추장용 고추는 뜨거운 여름 햇볕에 말려 비닐봉투에 꼭 매어 두든지 가을에는 적어도 비닐하우 안에서 말려야 되거든요.  비닐하우스 안에 말리던 옥수수, 땅콩, 참깨 따위를 갈무리 하고 고추를  널어놓고 우케 준비를 하려 갔습니다.

 요즘 시골 우케는 흙있는 집 앞 마당이나 동네 넓은 공터가 아니라 가끔 차를 타고 다니며 보셨겠지만 도로가 우케 널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아스팔트 열기도 있고 해서 참 잘 마르죠. 대신 차가 오가며 잔 돌이 날려 우케로 들어가기 때문에 우케 널 도로 가장자리를 비로 쓴 다음 그물망을 널지요.

그래서 100여 미터를 빗자루로 깨끗이 쓸어 그물을 길게 널어 놓았어요.

*남의 논 타작하던 콤바인기사.

 근데 말이예요.

우리 논에서 타작하던 일을 거들다가 우케 널려고 한 곳에 와 보니 옆 논에서 타작을 마치고 가던 콤바인기사가 콤바인 체인바퀴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진흙을 우케 널 곳을 지나며 줄줄줄줄 흘려 놓은 것입니다. 거진 12시가 되어 배도 고픈데 다시 비로 쓸어야 한다는 생각과 그물이 길게 널려 있으면 우케 널 곳이려니 생각하고 좀 멀리 운전을 해 가도 될터인데 하는 생각이 드니 참 화도 나고 짜증도 났어요.

그래서 바로 옆에 벼를 싣기 위해 온 부인한테

 '아 저 사람은 농사짓는 사람 아니요?'하니

'아이구 모르고 그랬나봐요.'한다. 보라고 달려 있는 눙깔은 우짜고..참 나원...

그러나 어째요. 빗자루로 쓸리지 않는 진흙을 치우기 위해 할 수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호파괭이를 갖고 와 진흙더미를 콤바인 기사한테까지 날아갈 정도로 냅다 집어 던지며 치웠지요. 그리고 대빗자루로 다시 쓸고..

아마 이 가을은

콤바인기사에게 벼 외는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게 하나 봅니다.

* 우리 논 타작한 콤바인기사

 11시경부터 시작한 타작이 거진 2 시경 끝이났어요. 이미 콤바인 주변엔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시골 노인들이 줄 지어 앉아 기다리고 있었지요. 콤바인 타작은 보통 부부가 하는데 남편은 콤바인으로 타작을 하고 부인은 콤바인 전용 화물차로 탈곡한 벼를 실어나르죠. 우리 논 타작이 거진 끝날 쯤 그 부인에게 얘기했어요. 노인들이 버티고 있으니 저러다 오늘 점심 못 먹게 될 것 같으니 우리 타작 끝나면 남편 납치해서 얼렁 우리집에 가서 밥 먹고 일하라고.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지요.  그러나 우케를 널고 하마 오나하고 기다리는데,  콤바인 기사는 옆 논 노인 눈빛을 이기지 못했는 지  다시 꾸역꾸역  타작을 하려 들어가는 것입니다.

 저 논만 타작을 끝내면 밥 먹으려 오겠지하며 기다리는데 오후 3시가 넘었어요.

그러나 콤바인 기사는 그 논 타작을 끝내고서도 다시 기수를 남으로 돌려 다른 논으로 타작을 하려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부인은 밥을 먹었으면 하는 눈친데도 무심한 남편은 이를 아는 지 모르는 지 그렇게 떠난 것입니다.

아마 이 가을은

콤바인기사에게 밥 먹을 짬도 주지 않는가 봅니다.

[orchis*^*]

wow!!!!goguma and dangam,muggosipeyo,.....

[鶴村]

ㅎㅎ num aerubda...

[담사]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인데, 예전엔 추수하는날 인심 난다고 잔치날 같았는데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鶴村]

그렇지요. 온 들판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던 지난 날과는 너무 대조적이죠. 콤바인 두 어대가 온 들판을 오가며 타작을 다 해대니 말이죠. 편리한 세상, 그러나 사람 사는 맛은 줄어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