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은 저번에도 언급한 일이 있지요.
이걸 제 친구인 '미사카 미코토'에게 들려줬더니...
미: (웃은 뒤)근데 이거 원곡이 뭔지 아냐?
나: ?? 원곡?
미: 창세기~ 출애굽기~
아, 그러고 보니 들어본 적이 있는 노랩니다.
같은 곡이군요.
그렇다면! 지금! 이! 한국어 이름 성경 목록 암기용 곡을 일본인들이 가져가서 야마노테센의 곡명을 외우는 노래에 사용한 걸까요!
답은 물론 아닙니다...
오히려 저 성경목록곡이 야마노테송에 사용된 그 곡을 베낀겁니다.
그럼 그 원곡은 무엇일까요?
철도창가.
그렇습니다. 우리가 국어시간에 배운 '창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전인 1900년 5월 10일 만들어진, 일본의 오오노 우메와카(多 梅稚) 작곡, 오오와다 타케키(大和田建樹) 작사의 철도창가(鉄道唱歌)입니다.
처음 일본 철도 도카이도선이 개통하며 그 안내(...)를 한다고 할까요...? 그런 노랩니다.
그리고 이 곡은 일본의 식민지가 된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1910년 5월에 만들어진 '보통교육창가집'이라는 책을 보면 이미 철도창가와 매우 유사한 곡이 '학도가'(學徒歌) 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더 자세히 들어가면 1905년 김인식씨가 이 '학도가'를 작사했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이 김인식씨는 한국 양악의 선구자로 불려지며
홍난파와 이상준의 스승이기도 하며 스스로 애국가 1절을 작사했다고 말했다 합니다.
'학도가'는 '철도창가'의 곡에 새로운 가사를 붙인것으로
"학도야 학도야 청년학도야 벽상의 괘종을 들어보시오 한 소리 두 소리 가고 못 가니 인생의 백년가지 주마같도다" |
이런 가사였습니다. 그러다가 여러사람에 의해 개사되고 불려지며 심지어 실력양성론과 관련하여 학생들을 고취시키는 독립가같은 분위기로 사용되기도 했다니 아이러니컬합니다.
그리고 이 '학도가' 는 무려 '한국 최초의 근대 양악곡' 이란 타이틀을 붙이게 됩니다... 작곡가는 미상으로 처리한 상태로 말이죠...
20년대가 되어서는 고운봉이 불렀으며
"학도야 학도야 청년 학도야 벽상의 게종을 들어보아라 소년이로(少年易老)에 학난성(學難成)하니 일촌광음(一寸光陰)도 불가경(不可輕)일세
청산 속에 묻힌 옥도 갈아야만 광채나고 낙락장송(落落長松) 큰 나무도 깎아야만 동량(棟粱)되네
공부하는 청년들아 너의 기쁨 잊지마라 새벽달은 넘어가고 동천조일(東天朝日) 비쳐온다" 30년대에는 채규엽이 불렀고 명국환은 유신버전(...) "1. 청산(靑山) 속에 묻힌 옥(玉)도 갈아야만 광채 나네 낙낙 장송(落落長松) 큰 나무도 깎아야만 동량(棟樑) 되네
2. 공부하는 청년들아 너의 직분 잊지 마라 새벽 달은 넘어 가고 동천 조일(東天朝日) 비쳐온다
3. 유신 문화(維新文化) 벽두 초에 선도자의 책임 중코 사회 진보(社會進步) 깃대 앞에 개량자 된 의무로다
4. 농상공업(農商工業) 왕성하면 국태민안(國泰民安) 여기 있네 가급 인족(家給人足) 하고 보면 국가 부영(國家富榮) 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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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의 귀에 익숙하고 또 한국 최초의 양악곡인 이 곡은 일본의 철도관련 음악이었던 것입니다...
또한 일본에 가면 지겹도록 들을 수 있습니다.
순서대로 JR 동일본 시나가와역 5번선, 11번선의 발차 멜로디.
마지막곡은 별 상관 없는 오사키역의... 니반센, 도아가 시마리마스
실제 시나가와역 5번선의 영상.
이 '철도창가' 한 곡이 한국, 중국, 심지어 북한에도 영향을 미치니... 가히 20세기를 풍미한 음악 중 하나가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