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부산 을숙도에서
40여년만에 을숙도를 갔다. 죽기전에 또 가봐야 하는 버킷 리스트(Bucket List)도 아니다.
누워 있다가 그냥 생각나기에 도시락 싸서 배낭 지고 나서는 그런 상황이다.
섬은 몰라보게 변했다. 미술관과 생태관 등의 대형건물이 들어섰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공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끝자락으로 향하여 걸어 들어가니, 두군데나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가로 막는다. 웬일일까? 안쪽엔 습지도 있고, 작은 도서관과 전망대 안내표지판도 붙었다.
막아서면 한바탕 따지고들 요량으로 닥치고 들어가니 시설의 이용자들이 있었다.
그럼뭐지? 가끔 정부시설물을 회원제로 하여 일반인들의 이용이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 소위 관에서 운영하기 귀찮으니 자신들과 친밀한 말 잘듣는 민간인에게 위임해 버리는 것이다. 이곳을 설마???
그럴리는 없다.
이런 경우 약간의 번거로움을 무릎쓰고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 그래야 열린 사회가 되기에 그렇다.
참고로 대만 같은 나라는 박물관 등 대부분 국가시설이 무료였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국민 세금으로 만들었다나. 맞는 말이다.
40여년전의 을숙도는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의 데이트 장소로 좋았다. 갈대와 모래뿐 아이스크림 가계 하나 없었기에 그랬다. 갈대숲을 거닐며 사랑하는 사람이 웅덩이에 빠질세라 두손을 꼭잡았던 추억들이 생각날만도 한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섬의 대부분이 푸른 숲으로 변했다. 우리네 울창한 산림이 그렇듯...
물빠진 개펄에서 움직이는 작은 게들을 보니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친구들과 어울려 갈대숲을 거닐다 개펄에서 게를 한마리 잡았다. 끈으로 몸을 묶어 갈대끝에 내달아 바닦에다 몇번 문지르면 녀석이 화가 치밀어서 집게 발가락을 크게 벌린다. 그런다음 물속에 있는 게에게 옮겨놓으면 화가 나있는 게가 동료게를 물고 늘어진다. 그래서 개구장이처럼 게를 잡았다.
그건 나쁘게 보면 남을 괴롭혀서 쾌감을 얻는 순전히 가학성(加虐性)이다. 어째든 그렇게 잡은 게들은 방면했다. 재미로 잡은 것이니 말이다.
탁트인 푸른 바다를 바라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언젠가 몇번을 올랐던 멀리 보이는 가덕도 연대봉, 그리고 바다를 가로막은 긴 모래톱과 작은 섬들... 이곳은 4대강자전거국토종단 출발점이기도 하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쉴겸 밥을 먹었다.
돌아갈길을 생각하니 까마득하다. 회귀점없는 트래킹은 힘이 든다. 보고싶은 것들은 멀리 있고, 그곳은 대중교통이 없다. 자칫 잘못 길들면 몇킬로는 더할 각오를 해야한다. 그래도 그넘의 호기심 때문에 신체를 학대하게 되니 어쩔랴?
어쩌면 나 자신 스스로 가학성의 희열을 느끼지 않길 바래야겠다. 힘들어 죽겠다면? 행복한 선택이다. 내가 건강하게 살아 왔음을 확인하고, 뭔가 보람을 느끼며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다.(뭐가 대단 한 것처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