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도 어젯밤 다 먹어 없앴으니 이제 홀가분하게 짐을 챙겨 다시 미국으로 들어간다
그동안 가이드는 소소한 선물이나 생필품 등 쇼핑할 일이 있으면
캐나다 국경에 있는 면세점을 이용하라고 안내했었다
캐나다에선 텍스가 20%나 붙는다며 면세점을 이용하되 그 외에는 미국에서 사는 걸 원칙으로 하라고 한다
미국에선 8.8%의 텍스가 붙는다
이곳 면세점에서 친구들이나 가족 선물용으로
메이플시럽, 메이플 크림쿠키, 아이스와인, 간단한 티셔츠 등을 구입했다
샘소나이트 캐리어도 얼마나 저렴한지 사 오고 싶긴 했지만 덩치 큰 물건은 되도록 삼갔다
미국행 비행기는 캐리어 23킬로 미만을 2개까지 허용하기에 샀어도 괜찮을 뻔했다
집에 캐리어 너무 많아요~~
다 나누어 줘서 몇 개 안 남았지만 소소한 것들 재빨리 구입하는 재미가 있다
이 국경을 통과할 때 착한 이민국 직원을 만나게 해달라고 밤새 기도할 것이라는 가이드 덕분인지
정말 가볍게 국경을 통과했다
이민국 앞에 섰을 때 수없이 이곳을 드나들었을 가이드는 희색이 만면하다
오늘 나온 직원 3명이 모두 착한 사람만 나왔다고 싱글벙글.
덕분에 여유 있게 면세점에서 쇼핑까지 흡족하게 했다
이 티셔츠를 몇 장이나 샀냐고 짠딸이 묻길래
우리 가족 단체복이야 했더니 웃는다
사위 몫까지 5장을 사 왔다
뭐~~ 단풍국에 갔으니 단풍잎 하나는 가져와야지....
이제 다시 미국땅에 넘어와 씽씽 달려 <오저블 케이즘>으로 향한다
이곳이 이 여행상품에 포함되어 있을 때 사실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미국 동부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리는 곳이라는 설명을 했지만
이미 미 서부에서 그랜드캐년을 비롯해
자이온캐년, 브라이스캐년,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앤텔롭캐년까지 다 섭렵하고 난지라
뭐 별거 있겠어? 하며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었다
여행 끝자락이니 더 그랬을 수도 있다
이미 볼 것 다 봤어하는 좀 김이 빠진 느낌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안내소에 들어가니
오저블케이즘을 즐기는 각종 액티비티 사진이 액자에 걸려있다
이 협곡을 걸어 나오다 발견한 래프팅 장소도 인상적이었다
이 협곡에서 래프팅을 한다고?
정말 강렬한 액티비티다
래프팅 장소가 이렇게 내려다 보이는 걸 보면 우리가 트레킹 한 곳은
깎아지르듯 서있는 협곡의 바위 중간쯤에 설치한 등산로였다
오르락내리락 바위 옆의 난간을 붙잡고 걸어가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내가 이 협곡의 바위길을 아슬아슬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오싹하기도 한다
저 지층 하나 만들어지는데 약 300년이 걸린다고 하니 도대체 몇 년간 퇴적된 것이란 말인가
약 2억 년 전에 형성된 협곡이라고 하니 그냥 막연하게 끄덕끄덕
앞장서서 씩씩하게 걷는 우리 부부를 가이드가 세우더니 찰칵해 준다
약 1시간 정도 걸으니 이정표가 나타난다
우린 버스정류장이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우리에게 허락된 길은 여기까지다
난 좀 아쉽다
좀 더 이 협곡길을 걸어보고 싶다
정류장으로 나오면 이 티롤이 와서 우릴 협곡 밖으로 데려다준다
내부도 나무로 되어있는 앤틱한 버스다
프라하에서 탔던 관광용 트램이 생각난다
내부가 나무로 되어있는 아주 오래된 트램말이다
달디단 공기를 맘껏 마신 기분이 들어 머리속이 맑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협곡 사이를 걸어 다닌 기억이 아주 오래갈 것 같다
이곳을 다녀가면 폐가 깨끗해지는 느낌이 든다는 가이드의 말에 공감한다
점심식사 시간,
이 식사가 제가 여러분들에게 사 드리는 마지막 식사입니다 하는 가이드의 말에
벌써? 하는 기분이 든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은 우드버리 아웃렛에서 쇼핑하고 각자 취향에 맞는 식사를 직접 사서 먹어야 하고
내일 아침은 호텔조식이니 가이드의 말이 맞네
아 여행 다 끝났어하는 조금 아쉬운 기분도, 후련한 기분도 함께 밀려온다
이제 우드버리까지 내려왔다
우드버리 아웃렛에서는 목표를 확실히 정하고 직진해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곳에서 쇼핑몰의 지도를 받아 들고 내가 가야 할 곳의 방향을 재빨리 눈으로 확인하고 움직였다
시간이 무척 많은 것 같지만 이 넓은 쇼핑몰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
이 우드버리 아웃렛은 뉴욕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데 상점이 240개가 넘는다
뉴욕사람들에겐 가장 유명한 쇼핑천국이라고 한다
이 지도가 그래도 도움이 되었다
사실 내가 갈 점포는 그리 많지 않기에 동선도 짧다
오늘 일정을 설명하면서 가이드는 일행 중 남편들에게 신신당부한다
이번 여행은 부부 여행자가 대부분이다
이 아웃렛에서의 남편 처신이 1년, 아니 10년의 신세를 좌우한다고
아내가 골라온 상품을 보고 비싸다느니, 그걸 뭐 하러 샀냐느니, 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고...
서로가 선물 같은 여행을 하고 있으니 그동안 고생한 아내에게 카드를 쥐어주라고...
사실 우리 일행들을 보면 사치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아내는 한 사람도 없다
모두 빠듯한 여행비 만들어 여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게다
아주 적절한 멘트를 하는 가이드에게 모든 남자들이 웃으며 수긍하는 눈치다
그래서 그런가
작은 백과 중간크기의 백을 들고 고민하는 나에게
"두 개 다 사"
역시 버스 안에서의 교육이 아주 적절했어
교육의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는 걸
2개의 가격이 한국으로 수입되었을 때의 1개 가격보다도 저렴하다
남편이 입고 싶어 하던 티셔츠, 딸들, 사위 옷까지 하나씩 사서
룰루랄라 만족스런 쇼핑을 끝냈다
시간은 빛의 속도로 지나갔다
우린 원래 쉑쉑버거를 저녁으로 먹어볼 생각이었는데
푸트코트 안을 다 돌며 찾아도 없다
아마 다른 푸드코트가 더 있나보다
할 수 없이 익숙한 맥도널드에서 간단한 저녁을 먹기로 한다
이제 관광지 여정은 모두 끝났다
우린 이 여행 마지막 숙소인 쉐라톤 호텔에서 귀국할 짐을 꾸리고 휴식을 취한다
캐리어의 무게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부피가 많이 늘어나 양쪽 가방에 짐을 나누어 담고 꼼꼼히 정리했다
그동안 이곳 시차에 잘 적응하고 지냈는데 돌아가면 또 한국시간에 적응해야겠지
오전 오후 정 반대되는 시차이다 보니 좀 고생은 할 거야.
요 며칠 강행군 덕에 완전히 꿀잠을 자고 있었다
자주 잠을 깨는 스타일인데 여행 중간쯤 지나서는 모닝콜이 울리는 소리에 잠을 깨는 숙면의 시간이었다
오늘도 굿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