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대 구경을 하고,
비를 쫄딱 맞으며 숙소로 가던길에 많은 한국인 학생들을 만났다.
여행을 가서 많은 같은 한국인들을 만난다는 것은 때로는 반가움이 되고 때로는 그 반대가 된다.
여행을 다니는 이유는 지극히 주관적이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울타리를 깨고 틀을 깨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나만의 여행의 이유가 합리화된다.
우리는 일년 중 많은 시간을 동네에서 보낸다.
인간은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 아닌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지역에 익숙해져버리고
우리가 매일 쓰는 말, 매일 보는 사람들, 매일 보는 풍경과 매일 타는 버스.
그 하나하나를 나는 질서라고 정의한다.
여행을 떠나는 순간 그 질서는 깨진다.
처음 보는 사람들, 익숙하지 않은 언어, 분명 똑같은 곳을 바라보았는데 매일같이 달라보이는 풍경.
이것은 무질서라고 정의한다.
질서에서 무질서로 우리의 사고방식이 전환되는 순간
나는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그것은 여행이 내게 가져다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된다.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을 더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외로 배낭여행을 갈 경우에는 '언어'라는 절대적인 질서가 꺠저버리고
난 영어 등의 철저하게 무질서화된 울타리 안으로 내 몸을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무질서 속에서 얼마나 버티고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지 내 자신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니까. 난 그 찬스를 놓치기 싫은거다.
시드니에는 한국사람이 많다.
Pitt st 를 걸어가고 있노라면 마치 서울의 어느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래서 적어도 시드니에서 만큼은 내가 한국에서 지켜왔던 질서를 완벽히 깨트릴 수가 없었다.
시드니에서 진한 아쉬움이 남았던 이유는 이때문이다.
철저하게 무질서화된 호수속에 내 몸을 던지고 싶어 이곳으로 왔지만.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대로,
내가 한 말에 대해서 악의는 없으니 행여나 이 글을 읽고 오해하는 분들이 없었으면 한다.
그냥 지극히 주관적인 내 느낌을 솔직하게 이야기 했을 뿐이다.
한국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호주에서는 소수민족이다.
호주는 다양한 인종이 모여살고 있지만 '백호주의(백인들의 호주)'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인종차별이나 갈등의 여지도 많은 것도 자명하다.
한사람 한사람의 노력이 정말 중요하다.
개개인의 행동이 자칫하다간 한인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노천 술집에서 새벽 늦은시각까지 단체로 술을 마시며 즐기는 학생들도 많이 봤고,
새벽부터 일터에 나가서 하루 장사를 열 준비를 하시는 아주머니들도 많이봤다.
극단적인 모습을 보고 같은 한국인으로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쉽게 정의할 수 없는 부분이고, 내가 교민들의 단편적인 묘습만 며칠동안 관찰하고
섣불리 내 생각을 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교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꼭 지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살이가 다 그렇겠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 보다는 피해를 주는 일이 더 쉽고 허다하다.
좀더 솔직해져보겠다.
사실 천문대에서 숙소로 돌아가면서, 그리고 숙소에 나와 잠시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내가 본 한국 학생들의 행동은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길거리 고성은 물론이고 본이 아니게 듣게된 그들의 대화는 한 사람의 여행객의 마음을 씁씁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는 다음날 새벽 시드니 공항 내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시는 한인 아주머니 두분을 뵈었다.
이 순간에 내 감정이 약간 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아주머니를 뵙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 거고
전날 밤 본 친구들에게 그냥 속으로 혀한번 차주고 말았을 것인데 말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무질서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오늘 우리가 가는 곳은 Hobart라는 도시다.
지도를 펴보면 호주 동남쪽 조그마한 섬이 하나 보일 것이다.
그 섬은 Tasmania라는 섬인데 남한의 약 2/3 정도 크기인 꽤나 큰 섬이다.
물론 호주 대륙의 크기에 비하면 비할바가 아닌지만 말이다.
호바트는 지난 호주 여행에서 가보지 못한 곳이었기 때문에
다른 도시를 여행했을 때보다 좀더 설레임이 느껴졌다.
<버진블루 체크인>
오늘도 우리는 버진블루를 타고 여행했다.
<Jet star와 Rex>
호주에는 버진블루 말고도 Jet star와 Rex(Regional Express)라는 저가항공이 있다.
Jet Star는 호주 국적기인 콴타스 항공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아침일찍 나오느라 식사를 하지 못한탓에 우리는 공항에서 아침을 해결해야만 했다.
계속 느끼한 것들만 먹어서 이날 아침에는 스시를 먹기로 했다.
알고보니 스시집에서 일하신 두 여성분도 한국사람이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하루 장사를 준비하고 계셨고 아마도 우리가 첫 손님인것 같았다.
스시를 사고 주변 테이블로 갔는데 마침 창가쪽이 자리가 비어서,
비행기 사진도 찍을겸 그곳으로 가서 앉았다.
활주로가 가까이에 있어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습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가 있었다.
<스시&우동&콜라>
<버진블루 비행기>
아침을 먹으며 구경을 하는데 활주로에서 콴타스 항공 B744기가 힘차게 이륙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재빨리 카메라 렌즈를 바꿔서 이륙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난 나름대로 비행기나 항공 분야에 대해 역학쪽으로 많은 공부를 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원리 정도야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하고 이해도 하고 있지만.
하지만 내 마음은, 솔직히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다.
어떻게 저 거대한 물체가 가뿐이 날아올라 먼거리를 총알같이 날아가는지 말이다.
뭐 인생을 오래산 것은 아니지만 세상살이라는게 참 뭐랄까,
머리로는 인정이 되는데 마음이 인정을 못하는 그런 일들이 많은 것 같다.
뭐,
그 반대일 수도 있고.
<싱가포르 항공>
싱가포르항공은 호주와 많은 인연이 있어보인다.
싱가포르-시드니 구간은 하루에도 3편이상 비행기가 투입이 된다.
그 정도로 수요가 많은 구간이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가 될 A380을 최초로 비행할 항공사도 싱가포르 항공인데
그 첫 구간도 싱가포르-시드니 노선이다.
<버진블루 B737-700>
<Welcome to Sydney!>
호바트로 갈 떄는 비행기가 정시에 출발했다.
다행이 전 출발지에서 아무 문제 없이 정시에 시드니로 비행기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예정보다 약간 이른 시각에 호바트에 도착했는데,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풍경은 확실히 기타 도시들과는 달리 좀더 멋지고 화려한 자연환경을 뽐내고 있었다.
호바트가 속해있는 타즈매니아라는 섬은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되어 있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
비행기 안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해볼 수 있었고.
<호바트 공항 Arrival>
호바트 공항은 정말 작다.
특히 도착 터미날은 위에서 보이는것이 전부일 정도로 아담하다.
예전에 스위스를 여행하면서 Small is beautiful 이라고 쓰여있는 기념 티셔츠를 본 적이 있다.
우리는 더 빠르고 높고 큰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때로는 저 문구처럼 작고 아담한 것이 정말 아름다울 때가 있다.
이날 호바트 공항에서만큼은 난 그 말을 믿었다.
시내까지 가는 방법은 택시를 타거나 아니면 Airporter라는 코치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난 후자를 통해 시내까지 갔는데 차안에서 바라본 호바트의 풍경은
정말이지 '평화스럽다' 라는 말이 어울릴만큼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우리를 기쁘게 했던 것은 날씨였다.
싱가포르에서 시드니에 이르기까지, 궂은 날씨와 비바람은 우리를 너무 허탈하게 했다.
몸과 마음도 지쳐가고 있을 때 쯤,
호바트는 이렇게 멋진 날씨와 맑은 하늘로 우리에게 첫인사를 건냈다.
Nice to meet you, Hobart.
숙소에 짐을 풀고 시내 구경에 나섰다.
처음으로 간 곳은 살라망카 마켓이다.
살라망카 마켓은 매주 토요일 크게 장이열린다.
따라서 호바트를 여행하려고 한다면 꼭 토요일을 껴서 여행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장이 오후 2~3시쯤 되면 거의 닫기 시작하니까
되도록 일찍가서 이것저것 많이 구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시장 입구>
<시장풍경>
생필품에서 부터 정말 특이한 물건들까지,
말그래도 없는게 없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티셔츠였는데,
Slang 티셔츠가 많았다.
재미있는 문구나 성(性)적인 풍자가 담긴 것들 등
두가지 정도만 소개하자면(사실 더 많지만 이런데서 언급하기엔 수위가 너무 높기 떄문에;;)
어떤 티셔츠에는 맥도날드 마크를 그려놓고 아래쪽에 Mcshit 이라고 쓰인 것도 있었고
또하나의 티셔츠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져 있었다.
I have a sex on the day which starts with T.
Today
Tomorrow
Tuesday
Thursday
Thaterday
Thunday
ㅋㅋㅋ
고테츠는 여기서 티셔츠를 샀는데
그 내용은 수위가 높아서 여기서 말하진 않겠다.
친구 선물이라면서 사던데
난 그 티셔츠를 사주는 것은 친구 x먹이는 거라며 말렸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결국 고테츠는 그 티셔츠를 샀다.
시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
초콜릿 Fudge를 파는 곳이 보였다.
배도 약간 출출했는데 시식도 해볼 수 있어서 가보았다.
다양한 종류의 퍼지가 있었고 시식해본 것 중 제일 맛있었던것 중 하나를 구입했다.
<초콜릿 Fudge>
이곳에는 케밥이나 샌드위치 핫도그 등도 팔기 때문에
점심도 해결할 수가 있었다.
고테츠와 나는 독일식 핫도그를 하나씩 사먹었다.
<고테츠 핫도그>
< 내 핫도그>
시장을 돌아다니니 어느덧 오후 3시가 훌쩍 넘었고 시장은 슬슬 끝이나고 있었다.
우리는 항구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나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는 환상의 조합이다.
크루즈 선들도 있었고 보트들도 있었다.
푸른 바다와 수많은 보트는 마치 샌프란시스코의 Fisherman's Wharf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항구 풍경>
<숙소 가는 길>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는 투어에 참여해야 했기 떄문에
이날은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고테츠와 나는 대부분의 이동을 도보로 했기 때문에 체력안배를 하는 것도 중요했다.
숙소까지 가는데도 걸어서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숙소로 간 다음에
잠깐 쉬었다가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도 숙소에서 30분 정도는 걸어가야지 나오기 때문에
밥먹는 것도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다.
물론 배는 무척이나 고팠지만.
1시간만 쉬고 나오려고 했는데 또 고테츠는 영원히 잠들어 버렸고
나는 또 그레이스 아나보미를 보다가 늦게 잠이 들어서 우리는 이번에도 2시간이나 잠을잤다.
난 고테츠를 꺠워서 얼른 밥을 먹으러 갔다.
우리의 저녁은
피자 한판+신라면 3개+맥주2병
정말 먹을 복이 터졌다.
호주에는 맥주의 종류가 다양하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가 많다.
우리는 태즈매니아에 왔으니 이곳에서 나는 맥주를 마셔보기로 했다.
호바트에서 나는 맥주는 Cascade 라고 하고
태즈매니아의 또 다른 도시인 론세스톤에서 나는 맥주는 Boags다.
나는 05&06 호주 최고의 맥주로 선정되었다는 Boags 프리미엄을 마셨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Pickled Frog라는 백패커스다.
이름이 독특했다.
술취한 개구리라니.
건물도 정겨운 크림슨색.
이래저래 마음에 들었다.
첫댓글 정말 사진으로만 봐도 샌프란시스코의 Fisherman's Whaff같군요. 이젠 고테츠도 내가 잘 알고있던 친구같네요.^^ 비가 그쳐 내마음까지 휴우~다행이다 싶어요.
어!! 21c파일럿 이분 몇년전에 여행매니아 한창 활발할때부터 활동하시던 그분 아닌가요? 아버지가 파일럿이라 어릴 때부터 여행 많이 했던 분. 여행매니아 안가본지 천년 됐는데 그때 활동하시던분 보니 반갑다믄서
고테츠라는 친구 진짜 엉뚱하고 잼나는 친구인듯... 쉬러가서 영원히 잠든것처럼 잠을 잔다니..ㅋㅋ
배~요트.....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