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망상증!
서른 여덟의 나이에 세 아이의 아빠가 되는 분과 상담을 했다.
상담센터를 처음 찾았을 때 심리검사(PAI)를 실시한 결과 피해의식이나 타인에 대한 의심이나 불신감, 피해망상증이
수치적으로 대단히 높게 나타났으며 기타 높은 수치의 조울증세, 낮은 수치의 자기존중감을 보였다.
상담을 시작하게 되면 언제나 중요한 부분으로 살펴 보아야 할 것이 내담자가 성장해 온 환경이다.
일단은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들이 대부분 일관성 없이 쏟아져 나와서 제대로 정리하기가 많이 힘들었는데
함께 동행한 부모님과 내담자의 아내를 통해 총체적인 정리가 되었다.
정리 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는 유년 시절부터 부모님이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계셨다.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일하고 들어오시는 관계로 형제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먹기도 하고
놀기도 하곤 했는데 늘 부모님이 잘 챙겨주시는 식사를 하고 옷을 말끔하게 입혀주는 부모님을 둔 동네친구들을 대단히
부러워했다고.... 더구나 어머님은 날마다 장사를 마친 하루의 피곤함을 표현하시고
자식들에게 살뜰한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으며
아버님은 너무 엄격하고 권위적이고 보수적이어서 성격적으로 유순한 내담자는 늘 부모님이 귀가하시면 불안해 했다.
또한 다른 집과 비교해서 서로간의 언제나 따뜻한 정이 없고 무관심한 가족들이 너무 싫었으며 사춘기가 되면서부터는
집으로부터 벗어나고 또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자주 일어나곤 했다.
그는 고2때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본의 아니게 고3 무렵 그녀가 임신을 하고 말았다고 한다.
너무 당황하고 겁이 난 상태에서 여자친구의 집에서는 결혼시킬 것을 강요했고 그는 선택의 여지없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뭔가 일을 해야할 것 같은 생각에 쫒겼지만 현실은 그를 받아주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여태 부모님 집에 얹혀서 살고 있는데 일정한 수입이 없는 상태였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알아 낸 그의 심리상태는 불안감에 가득 차 있기도 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무능한 자신을 멀지 않아 아내가 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이 늘 깔려 있으며
부모님 역시 장성한 아들이 아직도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태여서 자신의 아이들이 할머니나 할아버지로부터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음이 늘 아쉽고 슬펐다고....
가끔씩 아버지로 부터 듣는 꾸중은 그를 너무나 주눅들게 하고 겁에 질리게 하기도 했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수록 출발 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부모님이 좀 더 근사하고 유능한 부모였으면 자신의 인생이 이처럼 망가지지 않았을텐데....
자신의 부모님이 자신에게 조금만 더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 주었으면 자신은 성공한 인생을 살아갈텐데....
그러한 회한은 늘 그를 따라다녔다고....
돌아보는 그의 짧은 삶은 존중 받고 격려 받고 사랑 받은 기억이 하나도 없는 듯 했다.
늘 꾸중듣고 눈치보고 외롭고 불안하고..... 남들이 부러운 순간이 더 많았던 듯한 것이었다.
그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음을 몇 달 전부터 가족들이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미국에서 유명한 정치인의 아들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으며,
국내의 주요인사들이 자기를 늘 주시하고 질투하며, 그 정치인의 반대세력이 자신을 어떻게 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 새댁이 밤마다 자신을 찾아와서 사랑을 고백한다고.....
그리고 이웃의 어느 아가씨와 깊은 관계라고 걱정하기도 하고.....
그런 얘기들을 공공연하게 하기 시작하면서 가족들은 기가 막히기 시작했기에 병원으로 찾아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그냥 우울증과 관련된 정신분열증 정도로 이야기하며 약물치료를 계속하기를 권해서 그렇게 하고 있던 중
내담자의 형이 본 상담센터 이야기를 듣고 상담예약을 한 것이었다.
내담자의 상태가 현실과 망상 사이를 자주 왔다갔다 하느라 일관성이 너무 없었기에 상담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렸다. 그의 심리 상태를 심층 분석해 본다면, 그는 차라리 망상 속에 존재하는 것이 더 안락하고 편안한 것으로 판단되며
그 망상이 그나마 그를 견디게 해 주는 힘이 되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 내가 흔히 강의 중에 이야기하는 에릭슨적인 치료법, "닭이 된 왕자"를 치료하는 그 치료사처럼 접근해야 한다.
내담자의 이야기를 한 없이 들어주며 공감해 주고 (말이 되든 안되든 관계없이), 때로는 그의 이야기에 대단히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그는 대단히 즐거운 표정으로 바뀌어져갔다.
이런 경우엔 지속적인 상담이 필수적이기에 그가 가슴에 들어있는 다양한 정서들을 자유롭게 풀어내고 인정받고 공감 받는
기회가 늘어날수록 그는 점차로 자신의 혼란스러운 정서에서 조금씩 분리되어 나올 것이다.
가족의 협조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설득시켰다.
장기간의 상담이 진행되겠지만, 그 내담자는 상담이 끝난 후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환히 웃었다.
그러나, 그는 곧 현실과 망상속을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이런경우 내담자와 상담자, 그리고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상담횟수와 시간을 줄여갈 것이며
회복 속도를 빠르게 할 것이다.
때로는 이렇게 마음의 상처가 깊고 오래된 내담자들을 만나지만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과 정성이 담긴 마음으로 상담을 이어가는 일에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이다.
첫댓글 어제 SBS에서 한 SOS 프로그램에서 관계망상증을 보았습니다.. 40대 남자인데 연예인을 상대로 20여년동안 관계망상증을 앓고 있는데 증상이 너무 심각했습니다.. 보면서 우리 아카데미에 와서 박사님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에 안타까움이 더 컸습니다..T.T;...
ㅎㅎㅎㅎ.... sos는 우리가 보기엔 빙의 문제가 너무 많아 보이는데....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