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각시(우렁 색시)
손진태, '한국민족설화의 연구'
한국구비문학대계
*해설 및 감상
이 이야기는 ‘우렁 색시’ 혹은 ‘우렁 각시’ 유형에 속하는 민담이다. 전국적으로 전승되는 이야기로서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민담 가운데 하나이다. 손진태의 한국민족설화의 연구에는 ‘나중미부(螺中美婦)설화’라고도 되어 있다.
이 설화에는 여러 가지 화소(話素)들이 한 곳에 섞여 있다. ‘사람으로 변한 동물’, ‘평범한 남자와 고귀한 여자의 결합’, ‘지배자에 의한 서민 침탈’, ‘서민의 극적인 신분 상승’ 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 요소들을 통해 이 설화는 ‘예쁜 아내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꿈’을 드러내며, ‘그러한 소박한 꿈을 깨뜨리려는 험한 세상’을 확인하고, ‘그럼에도 행복한 삶이 결국은 성취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 이야기에는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사건 전개상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허구와 환상을 전제로 하여 전승되어 온 민담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와 같은 전제하에 이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뜻을 읽어 내야 한다.
변신담(變身談)에 속하는 이 유형의 설화는 대체로 가난한 총각이 우렁이 속에서 나온 여자를 금기를 어기면서 혼인하였으나, 임금 혹은 관리가 색시를 빼앗아 파탄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큰 틀이다. 본문의 내용과는 다소 다르지만 대부분의 공통적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가난한 노총각이 밭에서 일을 하다가 “이 농사를 지어 누구랑 먹고 살아.” 하자, “나랑 먹고 살지 누구랑 살아.”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다시 말하자, 대답도 역시 같았다. 총각이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 보니, 우렁이 하나가 나왔다. 우렁이를 집에 가져와 물독 속에 넣어 두었는데, 그 뒤부터는 매일 들에 갔다 오면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이상히 생각한 총각이 하루는 숨어서 살펴보았더니, 우렁이 속에서 예쁜 처녀가 나와서 밥을 지어 놓고는 도로 들어갔다. 총각이 처녀에게 같이 살자고 하자, 처녀는 아직 같이 살 때가 안 되었으니 좀더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러나 총각은 억지로 함께 살았다. 하루는 우렁각시가 들일을 나갔는데, 지나가던 관리가 보고는 자기 처로 삼으려고 데려오게 하였다. 우렁각시는 자기를 데리러 온 관리의 하인에게 반지, 비녀, 옷고름, 겉옷을 차례로 내주면서 이것밖에 없더라고 말해 달라고 하였으나, 끝내 관리에게 붙잡혀 가게 되었다. 이를 안 총각은 애를 태우다가 마침내 죽어서 파랑새〔靑鳥〕가 되고, 우렁각시도 죽어 참빗이 되었다는 설화이다. 여기에서 나타난 파랑새는 자신의 정당한 배필을 빼앗긴 억울함을, 여자의 필수품인 참빗은 성취되지 못한 애정을, 우렁이는 여자의 성기를 각기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설화는 남녀의 만남조차도 쉽사리 이룰 수 없었던 하층민들의 운명적인 슬픔이나 현실적인 고난이 담겨 있다. 새가 된 총각이 우렁각시를 향하여 불렸다는 민요도 전해지고 있다.
이 설화에 등장하는 어떤 사람(혹은 노총각)은 일상적인 인물로서, 신화나 전설에 등장하는 신기한 능력을 지닌 사람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거지 잔치는 종교적인 차원에서 적선의식(積善意識)을 표방하여 총각과의 만남을 기원하는 매개적 수단으로 볼 수 있다. 고전소설 「심청전」에서 왕후가 된 심청이 맹인 잔치를 통해 아버지를 만나는 모티브와 같은 것이다.
*소재의 상징성
이 설화에서 크게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부분에 나타난 ‘용상(龍床)’을 이야기하기로 하자. 용은 권위와 조화에 초능력을 지닌 상상적 동물로서 수신(水神)으로서 지상계의 비를 관장한다. 그러므로 제왕의 다스림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농경 사회에서 왕과 용은 자연스럽게 결합되었다.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서 “용이 기운을 토하여 구름을 만들었으므로 구름도 영괴(靈怪)하고, 용은 그 구름을 탐으로써 신묘함을 부린다.”고 하였다. 이러한 용은 임금과의 동질감이 점점 확대됨에 따라 그 권위로써 임금을 나타내는 데에 많이 쓰였다. 즉, 임금의 얼굴은 용안(龍顔)으로, 임금의 평상은 용상(龍床)으로, 임금의 옷은 곤룡포(袞龍袍)로 나타낸 것이 그것이다. 특히 임금의 즉위를 용비(龍飛)라고 하는데, 「용비어천가」의 제목은 바로 이성계의 등극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며, ‘해동 육룡’은 바로 조선 태조 이성계와 그의 조상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입신출세를 의미하는 ‘용문에 올랐다[登龍門]’라는 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른 작품과의 관련성
이 설화는 중국의 태평광기(太平廣記)에 실려 있는 ‘백수소녀(白水素女)설화’나 ‘오감(吳堪)설화’와 비슷하다. 이들 문헌의 설화는 이 이야기처럼 여자가 떠나면서 남자를 부자가 되게 한다든지, 임금이나 관리를 요술로써 혼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외에도 ‘우렁(조개, 소라) 색시 설화’의 변이형은 매우 많다. 관리에게 색시를 빼앗겼다가 속임수로 그 관리를 물리치고 색시를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벼슬까지 하였다는 이야기는, 부당한 횡포는 받아들일 수 없고 물리쳐야 한다는 생각이 강조된 것이다. 임금이나 관리에게 잡혀가는 부분이 없고 기한이 안 되었는데도 혼인하였기 때문에 우렁각시가 완전한 사람이 될 수가 없어서 불행한 결말이 왔다는 경우도 있다. 혹은 시어머니가 우렁이를 거름통에 버려서 우렁각시가 죽게 되었다는 변이형도 있다. 또한 총각은 색시를 잃은 후에 혼자 쓸쓸히 지내다가 다른 여자와 혼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요약정리
종류:민담
주제:고난 속에 찾아오는 행복
표현:서민적, 토속적
*연구문제
(1) 이 설화와 「나무꾼과 선녀」설화와 비교하여 인물과 구조, 주제면에서 유사성을 찾아보자.
*「나무꾼과 선녀」에서는 평범한 시골 총각이 신이하고 아름다운 여성과 짝을 맺는다는 내 용을 바탕으로 고난을 거쳐서 결국에는 행복을 되찾는다는 서사 구조, 행복에 대한 소박한 꿈 등이 나타난다.
(2) 이런 설화를 일컬어 ‘관탈민녀(官奪民女)형 설화’라고 한다. 그 근거가 무엇인가.
*임금이 민간의 아녀자인 우렁색시를 데려 갔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손진태(1982), 한국민족설화의 연구, 을유문화사.
편찬위원회(1991),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6,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김현룡(1976), 한중소설설화의 비교연구, 일지사.
유증선(1972), 「조개색시 구혼민담 소고」, <한국민속학> 2, 한국민속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