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소감
가을이 깊어 입시 한파를 하나 봅니다
해마다 이렇게 시상이 쏟아지는 연말이면
늘 부러워만 하던 문학상을 받게 되니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죄스런 마음입니다
한비 작품상 얼마나 뜻깊음을 알기에
솔직히 더 부담스러운 마음입니다
열정적으로 글 쓰시는 문우님에게 가야 할 것을
하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이제 등단 3년차 아직 그 깊이를 모릅니다
한 20년 여년 지나야 글을 조금 알게 된다지요
부족하지만 더욱 노력하여
어디에 내 놓아도
모자라지 않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낙엽이 뒹굴듯 언젠간 저리
흔적을 남겨두고픈 욕심으로 사색에 잠겨
단풍잎처럼 홍조 띤 고운 글 앞에 서성이며
이젠 겨울채비를 나섭니다.
수상작
너를 살라(외2편)
복잡한 도시에서 마음 한 켠 떼어
한적한 농로를 거닌다
붉게 탈 듯 일렁이는 자운영 들판에 탄성으로 다가간다
씨앗 뿌려 그 뿌리 밑거름 만들어 토양을 살리고
무기농으로 하얀 밥알 입에 넣음에
고와라 곱구나
그 너울에 주저앉아 봄 햇살 맘껏 받아
올 한해 농부 이마에 주름 거두어
훤히 미소나 주렴,
■ 작가 프로필---------------------------------------------------------
곽송자 시인
월간 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
한국 한울문학문인협회 영남지부 수석부지부장
한국 한비문학 작가협회 행사국장
창작과 의식 동인회 회원
김해문협회원
한비문학 이달의 추천작가 2007년 6월호
한울문학 이달의시인 2007년 8월호
한울문학 창사6주년기념 작가상 수상 .
수상 소감
사진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제자에게 스승은
달걀 하나를 주고 일 년 동안 달걀만을 찍으라
합니다. 처음에 제자는 달걀을 어떻게 일 년 동안이나
찍을까 생각했지만 스승의 뜻을 알려고
달걀 곁을 떠나지 않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똑같은 달걀을 계속해서 찍어 나가다가 어느 날 달걀이
한순간도 똑같은 적이 없었음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아침과 점심, 저녁으로 떨어지는 빛에 따라 다른
모양이었고 또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또 다른
모양이었습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오묘한 우주의
모습을 보고 스승을 떠나
자신의 세계를 찾아나섰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촛농이 떨어진 자리에 발갛게 물집이 잡히는 듯한
시작詩作을 위한 방법의 고민이었습니다.
표현은 '창조'다는 말씀만 해 주시고 지켜보기만 하시던
선생님이 제게도 계셨습니다. 시어가 근육질 덩어리라고만
말씀하시고 몇 번의 퇴고를 시키시던 선생님이 내심
서운하기도 했지만 평생 그만큼 뭐에 씐 사람처럼 시어의
소리를 들으려 한 적이 없지 싶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어에도 단순한 공기의 떨림으로 표현된
소리 말고 들을 수 없지만 느낄 수 있는 소리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암호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닫힌 문맥 속이
아닌 둥글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전이되는 시어를 빚어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뜻밖에 과분한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상 소감을 보내라는 통보에 그렁그렁 눈물이 눈가에
가득해졌습니다. 첫 시집을 출간하고 얻은 것은 눈물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글 쓰랴 집안 살림하랴
기사 쓰랴 논문 쓰랴 밤과 낮을 거꾸로 분명히
달음박질쳤는데 도대체 무엇을 썼지 싶을 부족함을 안고
있던 가슴에 통증이 도졌습니다. 수상 소감을 쓰면서
바지춤에 손바닥을 연방 문질렀습니다. 손바닥에 미끈거리며
달라붙는 것은 땀이 아니라 긴장감입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열심히 쓰고 좋은 작품을 내라는
따끔한 채찍으로 긴장해봅니다. 아직은 덜 다듬어진
작품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으로 감사 드립니다.
지켜봐 주세요. 문학한테서 받은 은혜를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되갚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상작
새벽 강(외2편)
밤새 구부리고 앉아 있는
등덜미를 기억한다
말을 갓 배운 듯 더듬거리며
뽀얀 젖물 같은 풍경과
순한 살결을 더듬는다
가라앉지도 못한 채
허둥지둥 속옷 챙겨 넣는 한강 모습을
훔쳐 본 것이다
아래 몸 감추고 그렇게
가슴으로 안기는 안개가
혓속 미늘에 걸려 뻐금거리며
입술이 입질을 한다
한 여자는 지금
더듬더듬 말대꾸를 하려 하고
젖은 속눈썹이 깜빡이는 햇살은
부숭부숭한 얼굴로 밭은 기침을 해대고
강물도 여자도 사래 걸려
온몸이 붉어지려 한다
■ 작가 프로필---------------------------------------------------------
정설연 시인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한국 한비문학 작가협회 회원
한국잡지 협회 기자
프리랜서
시집 내마음의 자명고 발간
심사평
고교 시절 시인이던 국어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괴테가 했다는 '저 개를 내쫓아라. 저놈은 비평가니까.'
라는 말이 평생을 따라다니며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이 세상에 어느 누구 완벽한 사람이
있어 타인의 글을 평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잘하면 한 시인, 작가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잘못하면 비수가 되어 한 시인, 작가를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타인의 글에 대한 평을 삼가는데 이번에는 평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먼저 마음이 무겁다.
1년 동안 월간 '한비문학'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훌륭한 작품을 발표한 작가를 선정하여 수여하는
이 상의 예심을 거쳐 선정된 곽송자 시인과 정설연 시인의 작품을 넘겨받았다. 곽송자 시인의 작품은
'너를 살라', '팔순 노모', '봄나물'의 세 편이었고, 정설연 시인의 작품은 '도시가 눈을 감지 않는
이유', '장화리 낙조(落照)', '새벽 강'의 세 편이었다.
먼저, 곽송자 시인의 작품을 살펴보면, 도시에 살면서도 농촌을 그리워하며 농부에 대한 고마움과
농부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마음을 노래한 '너를 살라'나, 늙은 몸을 이끌고 딸을 찾아갔다가 돌아가는
어머니의 자식 사랑을 그린 '팔순 노모'나, 농촌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봄나물' 등 세 편 모두가 순수한 감성에서 우러난 향토적 서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는 머리로 지은
시가 아니라 가슴으로 지은 시라는 뜻이다. 특히 '붉게 탈 듯 일렁이는 자운영 들판에 탄성으로
다가간다.' 같은 표현은 뛰어나다고 하겠다. 이는 시인이 긍정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따뜻한 가슴의
소유자라는 뜻이며, 앞으로도 시인의 시 세계를 넓히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
부언한다면, 시에서 마지막 마무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고 영탄으로 감정을 노출하거나
설명으로 긴장감을 놓아 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다음으로, 정설연 시인의 작품을 살펴보면, 정설연 시인의 시는 모두가 하나같이 비유로 이루어져
있다. 시에서 비유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비유는 잘 사용하면 시의 완성도를 높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시를 망칠 수도 있다. 이는 비유로 이루어지는 시를 짓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의 깊은 고독을 읊은 '도시가 눈을 감지 않는 이유'에서 현대인은 '무언극의 배우들'로
나타나며, '고독의 알약을 입에 털어 넣느라 / 고개들 때 보인 별 하나'는 시적 자아의 고독을 더 깊게
하는 매개 이미지로 사용되고 있다. 석양과 시적 자아의 동질성을 노래한 '장화리 낙조(落照)'에서는
'낙조(落照) 성주괴공(成住壞空)'이란 시행이 눈에 거슬렸다. '성주괴공(成住壞空)'의 뜻을 몰라
자전까지 찾다가 끝내 포기했는데, 이럴 땐 주를 달던가 순수한 우리말을 찾아 표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새벽 강'은 세 편 중에서 비유가 가장 성공적으로 된 작품으로 나무랄 데 없는
수작이다. 물안개 피운 한강의 새벽 해 뜰 무렵을 이만큼 시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시인의 저력이
그만큼 탄탄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밤새 구부리고 앉아 있는 / 등덜미를 기억한다.'로
시작하여 '강물도 여자도 사래 걸려 / 온몸이 붉어지려 한다.'로 끝낸 시 '새벽 강'에서 오랜만에
시를 읽는 즐거움을 맛본다.
이에 곽송자 시인의 '너를 살라'와 정설연 시인의 '새벽 강'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며,
두 시인에게 축하와 함께 앞으로 더 훌륭한 시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낸다.
심사위원 : 허일 신광철 김영태 심사평 : 김철진 시인
곽송자 시인님 중년의 열정이 이제 한없이 꽃피우고 있습니다 그모습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중년은 아름다워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아침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정설연 시인님 카메라 셔터 후레쉬 번쩍이는 순간만큼 빠른세상을 한손으로 잡으셨습니다 가날픈 그 강한 의지 빛나 보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사무국장님 배려에 늘 감사드리며 고맙습니다 ^^
곽송자 시인님, 정설연 시인님의 시향이 깊은 것 늘 느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늘 든든한 자리 지켜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