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원 목사님이 예장 개혁 개혁신학연구원에서 1987년에 가르치신, 이른바 “이단의 교리”, ‘행위(생명)언약’ 전문全文

[四季 朴埰同]

    ※. 페친 황철민 목사님이 ‘서철원 목사님이 개혁신학연구원에서 강의하신 조직신학 녹취록 전 권ㅡ{서론}, {신론}, {인간론}, {기독론}, {구원론}, {성령론}, {종말론}’을 제공해 주셨다. 아래 강의는 ‘서철원 {인간론} (서울: 예장 개혁 총회신학교 개혁신학연구원 서철원 교수 1987년도 1학기 {인간론} 강의 녹취록 팀, 1988)’ 20쪽~30쪽에서 옮기는 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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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행위언약 속에 있는 인간

    ‘언약’이라는 말은 사회적인 용어로는 ‘계약’이고 성경적인 용어로 ‘언약’이다. 하나님은 처음에 인간을 창조하시고, 창조주와 피조물로서 처음 창조 질서에 계신 것이 아니라, 창조물인 인간을 자기의 교제 대상으로 삼기로 작정하셨다. 그리고 그 교제의 대상으로 삼기로 작정하시면서 교제의 동반자로 함께 길을 가도록 일정한 약정을 하신 것이다. 그 약정이 ‘언약’인데, 이 약정에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부과하신 요구 조건이 있다. 순종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것을 가리켜서 ‘행위언약’이라고 하는데, 이 언약으로 하나님께서 인간을 자기와 함께 교제를 나누는 교제의 상대자로 삼아 길을 함께 가기로 하신 것이다. 전에는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였는데, 이제는 교제의 상대자로 삼으셨을 뿐 아니라 언약의 당사자로 관계설정을 하심으로써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이 약속하신 큰 영광에 또한 그러한 목표에 이르도록 함께 길을 가도록 하신 것이다. 그러한 조건 속에 순종이 포함돼있는 것이다. 즉, 하나님이 인간에게 요구하신 약정 속에 순종이라는 요구 조건이 들어있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행위언약”이라 일컫는다.

    그런데 그 언약의 그러한 면에서는 행위언약이어도 은혜로운 언약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셨으므로 인간은 피조물로서 하나님에게 순종할 당연한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피조물로서 억제된 순종이 아니라 자발적인 순종을 하도록 하려고 그와 같은 약정을 맺으시고 또한 그러한 조건을 인간에게만 지우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도 그 약정의 규제들 안에 두심으로써 자신을 거기에 매신 것이다. 이제부터는 미래에 관한 한 하나님 단독으로 일하실 수 없다. 인간에게 하나님의 진행사항을 알릴 필요가 없어도 되지만, 일단은 그렇게 하셨기 때문에 그 언약은 은혜로운 언약이다. 그 언약이 인간에게 순종이 요구됐어도 그 행위언약은 은혜로운 언약이고,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베푸시는 호의의 결과다. 피조물인 인간을 끌어올려서 자기와 길을 같이 가는 동반자로 삼으셨으므로 이것은 하나님의 큰 호의인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과 인간의 자연적 관계는 언약의 관계에서 보충되고, 행위언약의 조건인 순종이 인간의 생에 계속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순종을 조건으로 해 미래의 완전과 행복을 가져오게 하셨다. 그런데 그 순종의 기간은 아직 말할 수 없다. 아마 하나님이 정하신 어느 기간까지만 아담이 순종했더라면 영생이 허락됐을 것이다. 그러므로 순종의 요구가 충족되면 그 요구가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되는 것이다.

제1절

행위언약의 성경적 증거

    처음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는 언약 관계가 아닌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였다.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는 항상 분명한 선(line)을 요구하고 있어 종말에 가서 인간이 영화 돼도 피조물로서 남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에서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로, 아버지와 자녀로서 사랑의 교제를 나누는 관계로 바꾸신 것이다. 그것이 언약 관계의 설정이다. 이 관계에는 요구조건이 제시되는데, 그것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자발적인 순종을 요구하신 것이고 거기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영생과 축복을 약속하신 것이다. 이렇게 언약 관계에 들어가게 됨에 따라 쌍방이 당사자이므로 이제는 서로가 일방적으로만 행동할 수 없게 됐다. 즉, 언약 관계로써 인간은 하나님의 자녀로 확정됐으며 상호 법적 구속 관계에 하나님과 인간이 함께 서게 돼 길을 같이 가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은 자신의 미래 작정과 경륜을 아담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으시게 됐다.

    이제는 언약이 맺어지므로 아담에게 필연적인 순종이 아니라 자발적인 순종이 요구된 것이다. 그러나 이 언약 관계는 동등한 두 당사자 간에 체결된 것은 아니다.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일방적인 명령으로 체결된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간을 당사자로 삼아 법적 구속 관계를 성립하게 하셔서 하나님 자신이 이 법적 구속 관계에 매이셨으므로 언약은 충분히 성립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왕이 신하를 향해서 일방적인 명령으로 약속을 해도 그 법적 관계가 왕과 신하에게 성립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해 하나님도 이 맺은 언약의 의무를 스스로 지셨다.

    하나님은 언약을 맺어도 약속을 이행할 아무런 의무가 없으시다. 그런데 언약을 맺으시므로 아담을 자녀로 인양하고 끌어 올리셨다. 하나님이 창조주로서 언약을 체결할 의무가 없어도 체결하셨으므로 언약은 하나님의 은혜, 그분 호의인 것이다. 비록 인간의 온전한 순종을 조건으로 성립된 행위언약이지만, 언약 체결 당시에 하나님과 피조물의 관계를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로 인양해 끌어 올리셨으니 하나님의 전적인 호의요 은혜다. 그러면 왜 이렇게 은혜가 되는 언약인데도 “행위언약”이라고 말하는가? 그것은 일시적인 순종을 조건으로 하니, 행위언약이다. 아담이 일시적 순종의 조건만을 통과하면 영생이 부여되므로 또한 은혜다.

    그렇다면 행위언약과 은혜언약의 차이는 무엇인가? 대개 경우 “행위언약이 실패하므로 은혜언약이 등장했다.”고 이야기하나, 그러한 이해는 바른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처음 인간으로 하여금 순종의 요구를 담당하도록 하셨다. 그러나 인간은 처음 요구받은 순종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즉, 인간의 순종 실패는 언약의 파기를 가져오게 됐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실패 때문에 자신도 언약을 파기하신 것이 아니라 처음 인간과 맺은 언약을 이루고 지키기로 하신 것이다. 왜냐면 하나님은 성품이 신실하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행위언약에서 인간에게 부과됐던 순종의 요구를 하나님이 하신 것이다. 전에는 인간이 그 요구를 이뤄야 했는데, 이제는 하나님이 하신다. 하나님이 그 순종을 인간의 자리에 오셔서 우리를 위해 하시는 것이다. 그러니까 은혜언약이다.

    따라서 그것이 우리에게는 은혜언약이어도 순종을 이루신 예수그리스도께는 행위언약이다. 왜냐면 순종을 예수 그리스도가 하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순종은 죽음에까지 이르러 가신 순종이다. 전에는 순종만 하면 생명으로 갔는데, 이제는 언약이 복귀되는 일에 죽기까지 순종이 필요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겟세마네 사투를 이해해야 한다.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죽기까지 순종은 하나님의 의를 획득하게 했는데, 이 의가 우리에게 전가된다. 즉, 이 순종이 우리에게 전가된다.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에서 의란 무엇인가?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 권리를 의라 한다. 이제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믿기만 하면 하나님 앞에 다시 설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내 것으로 전가된다. 그 행위언약을 이루시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다 준비해 오시고 역사해 오셨다. 예수 그리스도가 순종으로 우리가 하나님 앞에 다시 설 수 있는 권리를 다시금 획득하셨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의다. 또한 하나님께서 우리로 하여금 자기 앞에 다시 서도록 하셨으니까, 그것은 하나님의 의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다시 자기 앞에 설 수 있는 권리를 허락하시고 그 일을 친히 자신이 이루신 것이다. 우리는 순종을 이룰 수 없는 자들인데, 예수 그리스도가 이루신 순종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믿음이 곧 순종이다.

    이 행위언약을 맺으므로 아담은 출발 지점에서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의 시작에 서 있었다. 아담은 완전하게 중립적인 상태가 아니라 적극적인 거룩의 상태로 지으심을 받았다. 그러나 여기는 시작이고 목표점이 아니다. 따라서 아담은 언약이 약속한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 가야 했다. 그런데 그 목표로 가는 길에서 탈락해 스스로는 그 길에 서서 가는 일이 불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이 다시 이 일이 가능하도록 했고 다시금 목표에 도달해 가도록 했다. 그렇다면 아담의 목표, 곧 우리의 목표는 어디인가? 아담의 목표, 즉 우리의 목표는 예수 그리스도이다. 마지막에 우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에게까지 이르러 간다. 그러므로 부활하신 천상의 그리스도가 우리가 도달할 목표이다. 또한 거기에 가기까지 순종만 우리에게 주신 것이 아니라 거기까지 우리가 이르러 가도록 보장하신다. 우리가 목표에 도달하도록 하나님께서 보장하신다. 그러니 완전 은혜인 것이다.

         1. 성경에 표시돼있는 언약의 모든 요소

    창세기에는 ‘언약’이란 말이 없어도 호세아 6장 7절에는 창세기의 ‘언약’을 직접 언급한다.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그리고 주권적으로 아담과 ‘언약’을 체결하셨으니까 은혜인데, 왜 ‘언약’이란 말을 사용하는가 하면, 비록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주권적으로 언약을 맺으셨으나 언약의 조건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계약을 맺은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그 조건, 형벌, 약속이 들어있어 언약의 성립이 이뤄진다. 창세기 2장이 이러한 언약 관계를 말하고 있는데, 비평학자들은 “창세기 1장은 엘로힘(E) 문서이며 창세기 2장은 여호와(J) 문서다.”고 말해 “각각 다른 문서를 편집자가 편집해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창세기 1장은 ‘창조의 하나님’을 말하므로 ‘Elohim’이라는 성호가 나오고 창세기 2장은 ‘언약의 하나님’을 말하니까‘ Jehovah’라는 성호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야웨’는 ‘언약의 하나님’ 뜻하는 성호이며 언약의 조건은 순종, 상은 영생, 벌은 저주와 죽음의 형벌이다.

    하나님과 사람 관계는 다 언약 관계이고 물리적 자연 관계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도 그렇게 하기를 원하지 않으신다. 자발적인 순종과 교제의 관계를 원하시므로 묵시적이 자연적 관계가 아닌 도덕적이고 법적 상호 구속적 관계인 언약 관계다. 이스라엘도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셨으므로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이 된 것이지 아브라함의 후손이기 때문에 그냥 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시내산에서 언약을 다시 체결하셨다. 그래서 출애굽기 21장에서 23장까지를 “언약의 책”이라 말한다. 이 언약이 어떤 형태로 돼 있는가? 소위 헷 제국의 언약 체결의 문서형을 좋아서 됐다. 이러한 언약 관계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한 학자들이 있는데 M.Kleine, G.Mendelhall, D. Maclarthy 등이 있다. 한국 교회에 언약에 관한 이해가 제일 안 돼 있는데, 하나님과 사람 관계는 다 언약 관계이고 물리적인 자연적 관계가 아니다. 언약 관계로 도덕적, 법적, 상호 구속적 관계에 서는 것이다.

    범죄가 어떻게 성립하는가? “아담이 선악과를 먹었으므로 죄가 됐다.”고 말하는데, 먹은 것 자체만으로 죄를 유발했다고만 볼 것인가? 결과적으로 먹은 것이 죄이지만, 먹은 것 그 자체만을 생각하는 것은 바른 이해가 못 된다. 선악과를 따먹은 것에만 아니라 하나님과 맺은 언약 관계의 파기 때문에, 아담이 언약을 파기했기 때문에 하나님 앞에 범죄자로 선다. 그냥 먹지 말라고 하셨는데 단순히 먹는다는 수준을 넘는 것이다.

    창조는 하나님께서 이뤄야 할 의무가 있으신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필연적으로 창조할 의무가 있어서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기뻐하심 때문에 그 기쁘신 뜻대로 창조하셨다. 그러니 창조는 하나님 의지의 일이며 또한 하나님의 은혜다. 그리고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모든 만물의 지배자로, 창조의 왕관으로 창조하셨다. 거기에다가 하나님과 사람 관계를 자연적인 관계로 국한하신 게 아니라 언약 관계를 맺으셨으니 더욱 하나님의 은혜와 호의다. 즉, 하나님과 교제하게 하고 하나님을 섬기게 하셨다. 단순한 언약이 아니라 순종을 조건으로 영생을 주기로 하셨다. 언약 체결 목적은 영생이다. 영생이 무엇인가? 영생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섬기 하나님과 교제하도록 하나님이 언약을 맺으셨는데, 그렇게 함으로 인간에게 영생과 영광을 주기로 하신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선한 뜻을 가지고 언약을 맺으셨으니, 더욱 은혜요 호의다.

    그런데 이러한 하나님의 큰 호의를 저버리고 이 관계를 깨뜨렸으니 그것이 범죄이다. 그냥 두셔도 좋을 터인데 창조하셔서 자녀의 위치로 끌어 올리신 다음에 영생을 주시고자 하셨으니 이 모든 것이 큰 은혜이다. 이처럼 큰 하나님의 선한 의지와 뜻을 배척한 것이다. 그러니 죄가 참으로 큰 것이다. 하나님의 큰 은혜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배척했기 때문에 그냥 피조물 수준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보다, 자연적 관계에서 저지른 범죄보다 더 큰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2. 아담의 죄가 전가된 까닭

    언약은 대표자와 체결해 맺으셨다. 아담은 그 대표자로 인류의 머리였고 당시에는 홀로 인류였다. 하나님은 아담 안에서 인류와 언약을 맺으셨기 때문에 아담의 타락은 인류의 타락이다. 그러므로 아담의 죄가 전가된 까닭을 언약의 조건에 의해서 찾으며, 아담 안에서 누구에게나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아담을 대표로 하고 언약을 체결하셨으니 이 대표원리에 따라 죄가 전가된다. 아담은 인류의 머리이니 그가 매이는 것에는 그의 후손도 매이게 된다.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도 마찬가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스도가 은혜언약의 대표로서 그리스도와 은혜언약이 체결됐기 때문에,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가 획득하신 의가 그 후손에게도 전가된다.

제2절

행위언약의 요소

        1. 언약의 당사자

    첫 언약은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첫 사람으로서 인류의 머리이자 대표자인 피조물 아담과 맺으신 언약이었다. 하나님이 아담을 피조물로 지으신 후에 아담을 자녀의 위치로 인양할 의무가 없는데 피조물인 인간을 자녀의 위치로 인양하셨으니 은혜이다. 순종의 의무로 영생을 주려고 하심도 은혜다. 설혹 순종했다 하더라도 순종했기 때문에 복을 달라고 요구할 권한은 피조물에게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래 피조물이므로 다 창조주에게 순종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그 순종에 영생을 주실 필요가 없으나 은혜를 베푸신 것이다.

        2. 언약의 약속

    언약의 약속은 생명의 약속, 영생의 약속이다. 이제 자연적인 존재에서 그리스도의 영광인 최고의 영광까지 올라간다. 그렇다면 아담은 죽게 창조됐는가? 아담은 창조 시 죽음의 가능성을 가지고 창조되지 않았다. 외부로부터 상해(다침, 공격)가 가해지는 것이 없는 한 생명이 계속된다. 계속해서 존속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지금 죽게 된 것은 외부에서 죄의 개입 때문이지 자연적인 처음의 상태가 아니다. 죽음의 법에 종속되지 않고 죽음의 씨를 안고 창조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아담은 죽음에 종속되지 않았으나 그럼다고 하나님과 같은 영생을 소유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순종으로 획득할 일이었다. 따라서 아담은 길의 출발점에 서 있지 목표지점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죽음의 법에 종속돼 있지 않았다. 처음 창조될 때 죽음의 씨를 안고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영생할 수 있었고, 하나님과 같은 영생은 하나님의 은혜로 획득할 일이었다. 그것은 길의 목표지점에서 획득할 것이지 처음부터 받지 않는다. 그러면 아담이 획득해야 할 영생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과 함께 사는 삶이다. 그냥 늙지 않고 영생불로, 장생불로하는 영생이 아니고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과 교제하는 삶이 영생이다, 그런데 그 삶은 하나님의 은혜로 얻는다.

    그러면 왜 타락했는가? 아담은 중립상태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선의 상태로, 거룩의 상태로 창조됐어도 가변성의 상태로 창조됐다. 따라서 아담은 죄를 짓지 않을 수도(posse non peccare) 있었다. 즉, 타락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선택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가변성이란 범죄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어느 한쪽으로 결정된 상태는 아니라, 올라갈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는 상태다. 완전한 창조이지만 범죄의 가능성이 있다. 타락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두 길이 있는데 아담 자신이 여차해서 범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면 지금은 어느 상태인가? 지금은 인간이 내려온 상태다.

    이러한 가변성의 상태가 행위언약과 은혜언약의 차이점이다. 은혜언약은 한번 은혜 입은 자가 은혜에서 탈락함이 불가하거나 탈락하려고 해도 탈락할 수가 없다. 우리가 은혜를 붙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와서 우리를 붙들므로 한번 예수 믿어 택한 자로 은혜를 입은 자는 은혜가 그냥 놔두지 않는다. 로마교회, 알미니안, 루터교회는 다 은혜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중간에 교회와 신자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연옥으로 가거나 지옥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개혁교회는 한번 받은 은혜는 탈락되거나 상실할 수가 없다고 가르친다. 이것이 은혜언약이고 진짜 복음이다. 그러니 개혁신학이, Calvinism이 바른 은혜의 복음이다.

    그렇다면 죄짓는 것이 불가능한가? 개혁신학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죄지을 수도 있고 실수하고 범죄할 수 있다. 그럴지라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은혜 밖으로 내버리시지 않는다. 그러면 은혜언약에서 은혜의 상실이 불가능하니까 맘대로 해도 좋은가? 그럴 수 있는 자는 벌써 은혜를 욕되게 했으므로 은혜 밖에 있는 자다. 같은 원리에 따라서 성령의 내주와 성령의 오심을 설명할 수 있다. 단번에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며 그분을 믿으면 성령께서는 우리 안에 와 계신다. 이처럼 한번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 베푸심을 받아서 성령이 오시면, 택한 자녀인 우리가 실수하고 범죄했다는 까닭으로 한번 오셔서 내주하신 성령이 떠나가시는가? 그렇지 않다. 떠나시지 않으며 단지 성령의 역사가 소멸하고 성령이 일하시지 않는 상태에 계시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종말에 가면 죄를 지을래야 지을 수가 없다. 죄를 지을 수 없는 상태(non posse peccare)에 있게 되는 것이다.

        3. 언약의 조건

    행위언약은 무조건적이 아니라 조건적이어서 순종을 조건으로 영생에 이르게 했다. 그러나 자발적인 순종이 인간에게 요구됐고, 또한 영구적인 순종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 동안 일시적 순종이 아담에게 지시됐다. 하나님의 요구는 완전한 순종을 요구하신다.

    범죄의 시작은 여자에게서 시작됐어도 책임은 아담에게 있다. 왜냐하면 아담은 언약의 근본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책임자는 아담이었고, 여자는 돕는 배필, 돕는 짝이기에 여자는 책임의 완전한 주체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아담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여자는남자를 돕는 자다. 특히 여자의 존재는 남자 인격의 완성이다. 그러니 남자의 야성과 정서적 안정은 여자를 통해서 다듬어지고 남자의 인격이 완성된다. 아담은 명령을 받았고 아담은 하와를 지켜야 할 자요, 하와는 아담을 돕는 자의 위치에 있으므로 여자는 혼자 살 수 있어도 남자는 혼자 잘 못 산다.

    여기에서 선악과 문제를 거론하기로 하자. 하나님은 적극적인 명령으로서 아담에게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 하셨는데, 이 하나님의 요구를 준수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결정할 것인가? 하나님의 법이 절대적이냐, 내 판단이 절대적이냐가 문제이다. 그런데 아담은 하나님의 명령이 절대적인 것 같지 않아 먹어도 죽지 않을 것 같고 지혜롭게 하도록 그렇게 희한하게 보여 자기의 판단을 절대적인 자리로 끌어 올렸다. 불순종이 무엇이냐 하면, 내가 모든 것의 선악을 결정함이다. 그러나 선악의 결정은 우리 자유가 아니다. 우리 자유는 하나님께 순종할 자유다. 즉, 하나님의 선악 결정에 순종할 자유이다. 이것이 우리 자유이다. 선악은 하나님이 결정하시는 영역이지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아담은 자기가 결정한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그 자체로 절대적인 권위를 갖는 것이 아니고 내가 그 여부를 실험에 봐야 한다고 한 것이다.

        4. 언약의 형벌

    언약의 형벌이 사망과 고통과 질병 같은 이러한 것들을 포함한다.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음이 하나님의 권위와 통치를 전적으로 무시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이 그 정도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엄위와 거룩을 훼방했기 때문에 그 벌이 사망에 이르게 됐다. 즉, 하나님의 법으로서 타당하다고 인정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 창조주로서 창조주에게 합당한 예우로 순종함이 아니고, 하나님의 엄위와 거룩을 훼방했을 뿐 아니라 하나님의 법이 하나님의 법으로서 타당하지 않다고 무시함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자리에 바로 나를 세움, 그것이 바로 범죄이다. 그러니까 그 벌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

    그러면 사망이 무엇인가? 사망은 하나님에게서 분리이다. 그렇다고 멸절은 아니라 하나님의 면전에서 끊어짐이다. 그러니까 낙원에서 추방됐다. 따라서 몸은 풀어져 다 소산되지만 영혼까지 없어져 버리지 않는다. 옛날에는 영혼은 영생하고 육은 사멸돼 가는 것으로 알았으나 지금은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인들까지도 영생을 믿는 사람들이 많지 못한 것 같으며 예수 때문에 교회에 나온 것이 아니라 그 이외의 원인 때문에 나오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현대인들에게 “영혼이 있느냐?”고 물으면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증명을 하지 못하므로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영혼이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하나님도 존재하시지 않은 것인가? 과학적으로 이를 증명하지 못하니 대개 경우 “하나님이 안 계시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영국에 유명한 Gilbert Ryle(1900년~1976년)이라는 경험론 철학자가 있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육체 안에 영혼이 있다는 말은 기계 안에 영이 들어있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했다. Gilbert Ryle은 “육체 안에 영혼이라고 하는 독립적인 영적 존재가 있다고 하는 것은 기계 안에 귀신(ghost)이 들어있다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런데 Wilder Penfield(1891년~1976년)라는 과학자는 미국 프린스톤 대학교 철학부를 졸업했는데, 1921년에 우리나라 신경외과에 해당하는 두뇌 의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그래서 두뇌 의학 의사가 됐다. Wilder Penfield는 영국으로 건너가서 당시 두뇌 의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Sherrington 경에게 사사 받아서 세계적인 누뇌 학자가 됐다. 후에 그는 캐나다 맥길(McGil) 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는데, 이 사람은 수천수만의 환자 두뇌를 수술하고 검사했다. 그런데 이분은 수천수만의 환자들, 간질병 환자나 교통사고로 뇌를 다친 이들을 수술하거나 고쳐주고 결론을 내렸는데, “영혼은 두뇌와 별개로서 독립된 존재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이론을 {The Mystery of the Mind}라는 책으로 펴냈다. 그 책 마지막 부분에 그의 신앙고백이 있는데, 자신이 어렸을 때 부모에게서 배운 성경 교육이 자기로 하여금 그렇게 경험적 사실에 의해서이지만 그런 결론에 이르러 갈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영혼은 두뇌와 독립해서 존재한다. 영혼은 두뇌와 독립해서 존재할 수 있지만 두뇌를 떠나서는 활동하지 못한다. 마치 프로그램 없이는 일을 못 하고, 컴퓨터 programmer가 program을 집어넣어 줘야 일을 하듯이 그렇게 설명될 수 있다. Penfield는 설명하기를 “자율적인 학습수준이 높아지면 대부분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영혼은 더 높은 차원을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나 영혼은 독립될 뿐 아니라 출생하고 창조된다. 뿐만 아니라 영혼은 존재한다. 우리는 하나님 말씀의 권위에 근거해서 영혼의 존재를 우리가 믿고 분명히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5. 언약의 상징

    언약의 상징은 생명과이다. 생명과는 우리에게 생명이 약속됨을 뜻한다. 그러나 에덴의 생명과나 계시록에서 약속된 생명수는 재래 조직신학에서는 상징적이라고 하나 성례전 (Sacramentum)이라 해야 바르다. 즉, 거기에 생명이 있는 것으로 표시됐으나 생명이 아담 밖에서 하나님 즉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나타낸다. 다시 말하면 그 나무 자체를 생명임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담의 생명은 아담 밖에 있음을 지시한다. 생명과나 아담 자신에게 생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하나님 안에, 그리스도 안에 생명이 있음을 지시한다.

    요한계시록을 보면 생명강이 있고 강가에 생명나무가 있어 12 가지 과일을 달마다 맺으며 그 잎사귀는 만국을 소생하기 위해 있더라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 이해에 따르면, 하늘나라에 가면 12 과일을 달마다 따먹고 또한 욕심이 많아 두 개씩 더 따먹을 생각을 하니 얼마나 좋은가? 그 과일을 먹고 생명수를 마시니 장생불로하므로 그토록 그 나라를 가기를 사모하는 것 같다. 또한 생명강을 생각해보자 어디로 그 강이 흐르는가? 길 복판으로 흐를 뿐 아니라 보좌에서 흘러나와서 넘쳐간다고 쓰여 있는데, 보좌에서 무작정 물이 솟아오르면 보좌에 앉아 계신 이가 옷이 젖어서 어떻게 앉아계실 수가 있겠는가? 또한 물이 길 가운데로 흐르되 넘쳐 흐르니 길에 걸어 다니는 성도들이 익사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런 식으로 해석하고 이해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낙원에서 약속한 생명과가 종말에서 성취됨과 완성됨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 생명이 우리에게, 아담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좌와 어린 양에게 있음을 나타내 보인 것이다. 어린 양과 주(보좌)가 일치한다. 그러기에 그 보좌로부터 생명수가 흘러내린다. 즉, 그리스도로부터 생명이 풍성하게 모든 인류에게 넘침을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길 가운데로 흐르는가? 몰살해 죽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길은 사람들이 다니는 통행로이므로 모든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생명이 풍성하게 임한다는 의미다. 즉, 하나님의 약속에 따르면, 계시록에 따르면, 종말에 그리스도의 생명이 풍성하게 임하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성찬식을 베풀 때 “떡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상징한다.”고만 말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교회가 죽은 성례만 하게 되는 것이 되고 천주교의 미사보다 못하게 된다. 그러니 이 진리를 바로 알지 못하고 성례를 바로 행하지 못함이 교회 타락의 첫번째 길이다. 성례전 (Sacramentum) 적인 이해 부족으로 말쯤 선포가 없는데, 이것은 큰무지이다. 화체설은 떡과 주의 살이 일치돼 그 떡이 바로 살이다. 우리가 성찬 시에 밑음으로 받을 때 이 떡을 주의 살이라고 일치시켜도 그 요소가 본래 지시하는 떡을 넘어서서 실체이신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지시한다. 그러니 말씀 선포가 필수적이다. 그냥 단순히 상징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받으면 이 떡이 우리 구속을 위해서 찢기신 주의 몸이요, 믿음으로 받으면 이 포도주가 십자가에서 흘리신 주의 피이다. 즉, 말씀을 선포함으로 주의 살이라고 하고 우리가 믿음으로 받으면 주의 살을 먹은 것이다. 그렇지만 실은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을 지시한다. 실제로 떡을 씹으면 실제로 살을 씹는 것이 아니라 신령한 은혜가 그것을 통해서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례전적이다. 그 자체를 말하면서 그것을 넘어서서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으로 넘어간다. 요약컨데 성례전은 우리가 이 떡을 가리켜서 “주의 피다.”고 함으로 주의 피와 포도주를 일치시킨다. 그렇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해 천상에 계신 그리스도의 몸을 지시한다. 실체를 지시하는 것이다-. 포도주를 받으며 “주의 피다.”고 하면서 그것을 넘어서서 십자가에 못 박혀 흘리신 그리스도의 피를 지시한다. 실체를 지시하는 것이다. 그 요소와 실체를 일치시키면서 그 요소를 넘어서서 그 요소가 지시하는 실체를 가리키는 것이다.

제3절

행위언약의 유효성

    언약의 핵심은 순종이므로 순종의 요구는 타당하다. 그러기에 순종 요구의 타당성은 바로 믿음의 타당성이기도 하다. 즉,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야 하는 타당성인 것이다. 그렇다고 책임까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부도를 내면 부도를 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은 것처럼 순종의 요구 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1. 행위언약은 어떤 면에서 폐기되지 않았는가?

    불신자들에게는 행위언약의 요구인 순종이 폐기되지 않았다. 지금도 타당해 언약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2. 행위언약은 어떤 면에서 폐기됐는가?

    하나님께 순종함이 의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순종을 수납한 자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행위언약의 의무가 폐기됐다. 그 행위언약의 방식으로 순종해야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를 믿음이 순종이요, 그리스도가 다 이뤄 놓으신 그것을 내 것으로 믿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러니 그리스도인들은 행위언약의 요구 아래 놓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순종의 요구 아래 놓였으나 우리가 못하므로 그리스도 곧 하나님이 순종하셔서 획득한 하나님의 의를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에게 덧입혀 주시기 때문이다. 그러니 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