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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오산교회-아낌없는 투자
농어촌 어린이 연합수련회 18년째 운영
하늘나라 새싹들이 더위 속에도 무럭무럭 자랐다. 위도에서는 배를 타고 바다 건너, 마이산에서는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 찾아온 고창 땅에서 아이들은 복음과 함께 꿀맛 같은 사흘을 보냈다.
고창 오산교회(전홍엽 목사)가 농어촌교회와 미자립교회 어린이들을 초청해 개최하는 여름성경학교가 올해로 3회 째를 맞았다.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올해 행사에는 고창을 중심으로 김제, 부안, 정읍, 진안 등에서 21개 교회 180여명의 어린이들이 찾아왔다.
대부분의 경우 어린이 수가 15명 미만인데다, 교사 확보 또한 쉽지 않아 여름성경학교는 커녕 평상시 주일학교 운영도 벅차하는 교회들이다. 아이들은 어른들 틈에 끼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예배드리거나, 또래들과 예배당 안팎으로 들락거리며 뛰노는 게 고작이다.
때문에 이번 행사는 아이들에게 가히 환상적이었다. 신나는 노래와 율동, 감동적인 어린이 부흥회, 맛있는 식사와 간식, 처음 경험하는 캠프파이어, 친구들과 마음껏 즐기는 물총놀이와 종이 접기 등등으로 시간을 보내다보면 아이들에게는 긴긴 여름해도 짧게만 느껴졌다.
위도교회를 다니는 5학년 찬욱이는 처음으로 교회에서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공을 차며 뛰노는 것이 마냥 즐거웠고, 옹중교회에 다니는 2학년 혜림이는 멋진 선생님과 재미있게 성경공부 한 것이 가장 큰 추억으로 남았다. 이렇게 큰 행사를 치르지만 사실 오산교회는 면소재지에 자리잡은 평범한 농촌교회이다. 92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이웃 교회들보다 규모가 조금 더 크기는 하지만 급격한 이농현상과 주일학교 침체로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교회 자체로 보아서 별다른 '소득'이 없는 이런 행사를 매년 완전히 자체 부담으로 치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산교회를 담임하는 전홍엽 목사는 나름대로 간직한 행사개최의 동기를 설명한다.
"저도 어릴 적 친구 따라 여름성경학교를 나갔다가 신앙을 배워 이렇게 목사까지 되었죠. 이곳에 부임해보니 주민들 대다수가 한 번쯤은 성경학교에 나와 성경구절 몇 개는 암송하다 시피하고 있고, 그런 배경이 목회에 큰 보탬이 된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어린 시절의 신앙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 가만히 손놓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교회의 시설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빠듯한 예산을 이리저리 짜 맞춰 2002년 처음으로 연합성경학교를 열었다. 첫해에는 140명의 어린이들이 다녀갔고, 입소문이 곳곳에 퍼지면서 매년 참가인원이 조금씩 늘고 있다. 3년째 계속 만나온 아이들끼리는 친분도 두터워졌다.
올해에는 오산교회의 사역에 군산 영생교회(이대수 목사)가 동참했다. 당초 고창지역 한두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계획했던 영생교회는 오산교회의 소식을 듣고, 인력과 프로그램을 전폭 지원하며 합세했다.
사흘간 열심히 봉사하며, 어린이들과 서로 잊지 못할 진한 시간을 나누었지만 안타까움 또한 크다. 가장 큰 염려는 이 같은 행사가 '반짝'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영생교회 이성진 전도사는 "농촌 주일학교가 마치 황무지처럼 변모해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농촌에는 특히 결손가정 아이들이 늘고 있고,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지속적인 신앙교육이 필요한데 그 몫을 도시교회들이 감당해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입니다"라고 말한다. 무거워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멍에를 짊어지려는 교회들이 남아있는 한, 농촌 주일학교에도 소망은 있다. 전홍엽 목사는 폐회예배에서 아이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했다.
"지루하고, 재미없어도 주일은 꼭 지키고, 예배 열심히 드려야 해요. 그러면 내년에 더 유익하고 즐거운 수련회를 여러분에게 꼭 선물할게요." (기독신문 제1496호 / 정재영 기자)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