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드디어 오늘, 실로 오랜만에 그립법을 뉴트럴그립으로 복귀했습니다.
애개.. 겨우 그깟 것 가지고 뭐 특별한 의미라고..? 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그 하찮은 일이 제게는 참 감격스러운 사건이랍니다.
오랜 시간 테니스엘보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정확히 2019년 3월 어느 날에 갑자기 엘보 통증이 시작됐으니까 어느덧 5년 반이나 됐네요.
세월 참..ㅎ
저는 원래 셰이크 잡을 땐 뉴트럴그립에서 아주 살짝 백핸드그립 쪽으로 더 감아잡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물론 백핸드의 편이성과 파워를 위한 그립이죠.
저는 자타가 공인하는 빽잡이, 빽돌이었고 누구보다 무엇보다 백핸드 펀치가 자신있었습니다.
백핸드 탑스핀은 그리 자주 쓰지도 않았고 썩 자신도 없었지만 짧든 길든 강하게 때려넣는 빠른 타이밍의 펀치(짧은 스윙의 스매쉬 같은)가 강해서 오픈 1부나 선출 코치와 게임할 때도 백핸드는 그닥 밀리지 않았지요.
초전진에서 맘먹고 때리는 짧은 펀치 한 방이면 거의 제 점수였습니다.
물론 그거 남발하다가 엘보가 왔구요.ㅎㅎ
그 날.. 몇 시간 연이은 게임에서 백핸드 펀치를 남용하며 전승을 즐기다가 갑자기 찾아온 엘보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과 같은 강한 펀치를 시도조차 못하게 저를 괴롭혀왔고 가끔 무의식적으로 저도 모르게 한 번 비슷한 스윙이 나오는 날엔 여지없이 엘보가 찌릿했습니다.
이러다 더 아프거나 아예 탁구 못 치게 망가질까 너무 겁이나서 마침 코로나 기간에 꽤 오래 운동을 쉰 후 다시 시작할 때 쯤부터는 궁여지책으로 그립법을 대폭 바꿨었습니다.
거의 극단적인 포핸드그립으로요.
포핸드 면은 많이 내려가 닫히고 백핸드 면은 많이 열리는 그립이죠.
그렇게 잡으면 포핸드는 하완을 좀 돌려 열어 조정하면 얼마든지 각이 만들어지지만 백핸드에서 닫힌 각을 만들려면 하완을 최대로 틀어도 손목은 고정되어 사실 참 불편해집니다.
일부러 그렇게 한 이유는 혹시라도 손목이나 하완이 자유로워져 저도 모르게 빠른 타이밍의 백핸드 펀치나 탑스핀을 치려는 무의식적 욕구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골육지책이었고 그 효과는 무척 확실했습니다.
라켓을 극단적인 포핸드그립으로 잡으면 백핸드에서는 할 수 없이 약간 늦은 타이밍에 열린 각으로 툭 밀어주는 정도의 스윙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폴로스로 끝에서 라켓을 덮어줄 수가 없기 때문에 강하게 치려 하면 전진회전도 없이 찍 뻗는 오버미스가 속출하게 되죠.
당연히 백쪽은 공격보다는 수비와 연결 위주로 조심스레 플레이하게 됩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왔습니다.
포핸드에 숏을 쓰면서도 포핸드그립으로 잡고 있었으니 참 답답하기도 했지요.
얇은 스펀지의 숏, 더구나 그립력이 거의 없는 킬러프로 같은 러버는 각을 충분히 열어줘야 하는데 포핸드그립에서는 라켓면이 자연스레 계속 숙여지고 닫히니까요.
그로 인해 실력은 컨디션 따라 들쭉날쭉 헷갈리면서.. 그래도 엘보가 아픈 것보단 백 배 낫다는 생각으로 꾹 참고, 이렇게라도 운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며 즐탁해왔습니다.
이제 엘보가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올해 초반까지만 해도 170g을 절대 넘길 수 없던 라켓 무게가 이젠 180g 언저리까지도 무리 없이 사용하게 되었음을 느낍니다.
5년 동안 참 열심히도 치료하고 주무르고 다스리고 참고 견뎌왔네요.
드디어 예전 그립으로 돌아가도 되겠다는 판단이 서서 며칠 동안 마음 속으로 준비하다가 오늘 처음으로 뉴트럴그립을 잡았습니다.
천국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저 스웨덴의 제 동갑내기 레전드 페르손처럼 그립을 약지와 소지로 움켜잡고 검지는 끝만 살짝 모서리에 대고 검지 중간은 다 떼어놓고 있었는데(그 친구는 그리 잡고도 우찌 그리 잘 치는지 몹시 신기합니다.^^) 오랜만에 검지 전체를 러버에 붙여 엄지와 맞잡고 라켓 두께를 느끼니 타구할 때 공의 감촉이 뼛속까지 파고듭니다.
맞아.. 이 기분이었어.ㅜㅜ
포어 백 기본 랠리 몇 분 하다가 눈물이 나올 뻔했습니다.
건강 때문에 포기했던 이 느낌을 건강이 좋아져 다시 느끼게 되니 정말 감격스럽네요.
몇 가지 조합들 두루 시타하며
새로운 주력 조합을 찾아봐야겠습니다.
p.s. 처음 이 글을 쓸 때 언급했던 칼릭스 조합은 쓰기는 너무 좋은데 판과 그립이 너무 얇고 가늘어 며칠 쓰다 보니 손과 팔에 살짝 무리가 오네요.ㅜㅜ
엘보에는 얇은 판, 가는 그립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포핸드그립일 땐 무관했는데 뉴트럴그립으로는 엄지 검지 사이에 판 두께가 좀 있어야 힘을 덜 줄 수 있군요.
참.. 걸리는 게 많아 어렵군요.
아무래도 많이 두꺼운 애로 골라야겠네요.
칼릭스당 당수직 복귀는 보류합니다.ㅜㅜ
엘보 통증에서 벗어나 너무 기쁜
공룡
첫댓글 건강도 좋아지시고 칼릭스 당수 복귀까지... 이중으로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저도 그립을 바꿔야 할까요 ㅜㅜ
어떻게 잡으시는데요?
@공룡 전형적인 백그립이죠 ㅎㅎㅎㅎ
@적룡혀니 사실 그립보다는 스윙과 임팩트 습관 때문에 엘보 왔던 거라..ㅎ
신날 땐 팔꿈치가 완전히 쭉 펴질 만큼 강하게 펀치를 치곤 했거든요.
그렇게 무리하지만 않았어도 이 고생은 안 했을 텐데.^^
@공룡 저도 비슷한 백핸드를 하죠 ㅎㅎㅎㅎ
@적룡혀니 조심하셔야 해요.
제발 살살 치세요.^^
@공룡 이미 양핸드 엘보 전형이라
약으로 버티고 있어요 ㅋㅋㅋㅋ
@적룡혀니 양핸드 엘보 전형??!!!!
@공룡 직업상 오더라구요 ㅋㅋㅋㅋ
축하드립니다. 엘보와 최전선에서 싸우고있는 사람으로써 너무 부럽네요
5년 동안 정말 많이 힘겨웠습니다..ㅜㅜ
힘내세요!
좋아지실 겁니다.
앨보 무서워요 ㅎㄷㄷㄷ
정말 끔찍합니다.ㄷㄷㄷ
칼릭스1 당원이였습니다^^ 채찍같은 라켓...가변 반발력 등등 한동안 주력라켓이였던 기억이...^^
공 커지고 무거워지면서 저도 잠깐 놓았다가 엘보 때문에 여태 주력으로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다시 제대로 써보니 쓰기에 충분하네요.
공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요.^^
가벼운 개체에 러버조정(선택)만 잘하시면 엘보고민 덜하실거같습니다^^
네, 그렇게 잘 지내왔어서 이젠 나은 것 같아 본문 내용처럼 된 겁니다.
감사합니다.
엘보전형 탈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눈물겨운 감동의 엘보우탈출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무기징역형 엘보우였는데 엄청난 뚱그립으로 출소했습니다. 다행히 재범하지 않고 2년째 즐탁중입니다~^^
코르크와 우드픽스 같은 애들로 맞춤 그립을 만드셨군요.
멋집니다.^^
그립이 가늘거나 목판이 얇으면 위험성이 높아지죠.
칼릭스가 워낙 얇아서 저도 그립 보강을 슬슬 생각해보려 합니다.
더구나 엄지 쪽이 얇은 숏이라 엄지가 닿는 쪽 두께를 좀 높일까 고려 중이죠.
손이 커서 사실 프카 정도 돼야 엄지 검지 사이 두께가 딱 좋거든요.
@공룡 역시 재료까지 한번에 알아보시는군요 ㅋㅋㅋ 다음에 기회되면 엘보우전형만 참가가능한 벙개모임 한번 주선해 보시죠~^^ 전부 엘보우 보호대 착용하고 웃프겠다 😆
@쟤모래 서로 위로해가면서 게임을..ㅎ
@공룡 "엘보우 몇부세요?"
"공룡님은 선수부시고 저는 엘보우3부 입니다. 저기 엘보우 새내기부도 오네요~^^"
@쟤모래
@쟤모래 저도 참가 가능하네요 ㅋㅋㅋㅋ
아이고, 축하드립니다!
저도 7월 중순에 갑자기 테니스 엘보 증상이 왔어요. 치료도 하고 쉬엄쉬엄 조심한다 하면서도, 탁구를 계속 쳐서 그런지, 증상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겨우 두 달 아픈 것도 벌써 지긋지긋해지는데, 5년 반을 고생하셨다니 정말 감개무량하시겠네요.
조심 또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