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5야 합동산행이 있고, 또 학포종회 운영위를 화순에서 열리므로, 산행이 끝나면 바로 화순으로 가기 위해서 승용차를 몰고 부곡정으로 갔다.
부곡정에는 동창생들이 차츰 모여 들었다. 11명(강공수 강종원 기덕문 김영부 류상의 박남용 양수랑 윤상윤 윤정남 이용환 이정학 등)이 참석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나중에 최기동이 뒤따라와서 산행에 참여하였다. 김상문과 장휘부는 점심시간에 식사시간에 참여하였다.
강공수 회장이 오늘이 마침 ‘복날’이니까 복달임을 해야겠다고 ‘황칠오리’를 시키자고 하였다. 오리 한 마리를 시키면 보통 6~7인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오늘 참여할 인원을 예상하면 두 마리는 필요하였다. 그래야 점심시간에 푹 고와진 황칠 오리를 먹을 수 있어서 두 마리를 시키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기덕문과 류상의가 먼저 출발하여 약사암쪽으로 갔고, 윤상윤 총무가 최기동이 늦게 도착한다 하니까 기다렸다가 따라가겠다고 남았다. 나와 강종원 박남용 등 3명이 버스 종점 옆에 있는 ‘광륵사’로 가서 편백나무 숲으로 향하였다. 그 길로 가면 제1수원지가 나오고 그 끝에 편백나무 숲이 있기 때문에 좀 더 많이 걷기 위해서 그 길을 택한 것이다. 요즘 비가 많이 와서 물이 제1수원지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수원지의 북쪽 언덕을 타고 걷다가 그 중간 지점에서 계속된 길(오른쪽 길)로 가지 않고, 북쪽으로 뚫린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매우 생소한 길이어서 처음 와 본 길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기억을 더듬어 보았더니 언젠가 한 번 이 골짜기를 지나 가 보았던 기억이 났다.
강종원의 말로는 산악회 동료 중의 한 사람이 우리 무등산에서 가장 강하고 좋은 기(氣)가 생성되어 나오는 곳이 이 골짜기라고 하였다. 이런 좋은 골짜기를 오늘 박남용과 걸어 오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늘 강종원을 따라 온 것이 참 잘 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종원이 언젠가 박남용과 지리산을 등정한 적이 있다고 하면서, 산악인이라면 세 가지를 산행을 마쳐야 진정한 산악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하였다. 첫째 <백두대간>을 완주하였느냐? 둘째 설악산 <용화장성>을 타 보았느냐? 셋째 <지리산>을 종주해 보았느냐? 그 중에서 나는 하나도 해당이 되지 않았다. 다만 이 세 가지 중 다 부분적으로는 경험해 보았다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백두대간도 휴전전 이남부터 한라산까지 부분적으로 등정을 해 보았고, 설악산의 용화장성 대신 공룡능선을 종주해 보았고, 지리산도 1일 종주가 아니라 성삼재에서 천왕봉까지 1박 2일 종주를 마친 경험이 있다.
나는 다른 날에는 항상 편백나무 숲의 동쪽 능선을 타고 올라갔었다. 그 길이 경사가 급해서 산을 타는 맛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쪽 능선을 타고 올라가면 능선의 중턱에 쉼터가 있고, 거기에서 서쪽 중 산간 길을 가다가 편백나무 숲으로 내려갔었다.
그런데 오늘은 반대로 목적지인 편백나무 숲의 서쪽 골짜기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이 골짜기에도 편백나무가 많았다. 편백나무에서 인체에 좋은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온다고 했는데, 우리는 지금 그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시며 온 몸에 피톤치드로 풍욕을 즐기면서 걷고 있었다. 숲 속이어서 서늘하기도 하였지만 올라가는 길에서는 구슬땀을 흘려야 하였다. 골짜기를 지나 산언덕을 타고 계속 올라갔더니 30분 쯤 지나서 산의 중턱이 나왔다.
우리는 지금 편백나무 숲 위의 서쪽 중턱에 올라와 있었다. 거기에서부터 동쪽으로 중 산간길이 있었지만 우리는 내려가는 길로 들어섰다. 그래야 우리가 목적하는 편백나무 숲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이 산에서 흘러내리는 모든 물이 모여서 골짜기를 타고 내려가 제1수원지로 들어간다. 강종원 친구가 우리 두 사람에게 죽염캔디를 주더니 또 이어서 죽염포도당을 주고 또 그 다음에는 죽염 알갱이를 몇 알씩 나누어 주었다. 우리가 땀을 많이 흘렸으니까 죽염을 먹어야 흘린 땀으로 배설되는 염분을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악전문가인 강종원은 항상 산행을 할 때는 그렇게 산행에 필요한 군것질꺼리를 준비해 와서 나누어 준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필요한 정신적 양식꺼리들을 준비해 와서 나누어 준다. 오늘도 <99 88 234>에 필요한 건강 상식과 홍혜걸 박사가 추천하는 <여름철의 폭염을 이기는 8가지 방법>을 복사해 와서 나누어 주었다. 남에게 베풀어야 하고 봉사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특별한 사람이다.
우리는 오늘 목적하는 편백나무 숲으로 내려갔다. 어디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정학의 목소리였다. 그래서 우리는 금방 우리 동료들의 소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늦게 합류한 최기동을 비롯하여 이용환 이정학 김영부 그리고 강공수 등이 있었다. 윤상윤과 몇몇은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는데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냥 담소를 나누면서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마시며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시간은 11시! 이제 슬슬 식당으로 가야 할 시간이었다. 나 역시 이제 화순으로 가야 할 시간이었다. 오늘 12시에 화순에 있는 약산 흑염소 식당에서 우리 제주양씨 학포대종회 운영위원회가 열리기 때문에 지금쯤 출발해야 할 시간이었다.
다음 합동산행에는 더 많은 친구들이 모여서 농담 섞인 잡담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술도 한 잔씩 곁들인 식사도 하면서 허물없는 하루를 보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부곡정을 먼저 나왔다.
내가 간 뒤로 김상문과 장휘부가 합류하여 13명이 복달임을 하였다고 전해 들었다.
첫댓글 양수랑 친구의 합동산행기만 읽어도 훤히 산행을 하는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거기에 양념으로 경험담과 식견을 겻들이니 일품요리 완성입니다. 기억력이 대단하구요. 산행일지가 빈틈이 없어요.
그리고 사진 두 장이면 충분합니다. 안목에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수랑 친구의 산행기를 읽고 놀라움 평소 알고 있었지만 샌들신고 무더운 날씨에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일이 힘든 일일텐데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썼는지 대단하고 지금도 왕성한 활동의 결과가 아닌가 싶어 모두가 꼭
일독을 권하며 설악산 용화장성이 아나라 용아장성임을 알려 드리며 수랑! 수고했어
고마워요 강종원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