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서 도산서원까지…퇴계의 700리 귀향길[청계천 옆 사진관]
동아일보 이훈구 기자
입력 2023-03-27 16:49업데이트 2023-03-27 16:50
크게보기행사를 마친 재현단 후학들이 경복궁 사정전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봄 햇살이 제법 따스해진 27일 오후 서울 경복궁 근정전 뒤.
관직과 부귀영화를 애써 조심하고 멀리 했던 옛 선비의 발자취를 체험하는 행사가 시작되는 날. 오전부터 옛 선비 옷을 입은 후학들의 움직임도 분주했습니다.
먼저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합창단의 축하공연으로 행사가 시작됩니다.
크게보기경북 안동에서 올라온 합창단원들의 축하공연.
크게보기선조임금과 퇴계 이황(오른쪽)의 대화를 들려주는 역할 연극.
1569년 3월 4일, 선조 2년, 69세였던 퇴계는 몇 달에 걸쳐 관직을 그만 두겠다는 상소를 올린 끝에 왕의 허락을 받습니다.
그동안 임금과 조정 신료들은 간곡히 만류했지만 그의 귀향길을 막을 순 없었습니다.
퇴계는 벼슬자리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던 게 분명합니다.
이전에도 벌써 여러 번 관직을 맡았고, 물러난 적이 많았습니다.
나라 살림보다는 고향에서 후학을 길러내는 것이 더 소중한 꿈이었을 겁니다.
도산서원은 그런 선현의 깊은 계획과 강한 의지로 만들어졌습니다.
크게보기이철우 경북지사(가운데) 와 재현단이 궁궐을 나오고 있다.
첫 행사는 2019년 4월 <도산서원>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이 주최해 치렀는데, 지금은 행사규모가 커져 경상북도와 안동시도 참여했습니다.
올해로 네번째입니다.
지나가는 서울, 경기도, 남양주, 양평, 여주, 강원도, 원주, 충청북도, 충주, 제천, 단양, 영주 등 5개도와 10개 시군도 축제처럼 이들을 맞아준다고 합니다.
퇴계 선생의 여정을 보여주는 지도. 귀향길재현지원단 제공
크게보기출발행사에 참여한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도 이날 개막식에 참석했습니다. 오 시장은 “퇴계선생이 귀향 이후 후학양성에 힘쓰면서 보여준 선비정신과 공경·배려·존중의 미덕을 되새기고,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통해 오늘날의 우리가 역사적 가치를 나누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크게보기궁궐을 빠져 나와 도성길을 걷고 있는 체험단.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들은 안동 도산서원까지 454년 전 퇴계 이황(1501~1570)선생 걸었던 약 270km를 그대로 걸어갑니다.
13박 14일의 일정으로 당시 마지막 귀향 날짜(음력 3월 4일~17일)에 거의 맞췄습니다.
옛 선비정신의 긍정적인 가치들이 퇴색한 지금 21세기의 우리 정치인들에게 작은 울림이 있었으면 합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경복궁서 안동까지 270km… 퇴계 마지막 귀향길 걷는다
조선일보 권광순 기자
입력 2023.03.27. 20:04업데이트 2023.03.27. 22:39
27일 오후 '퇴계 선생 귀향길 재현단' 일행이 경복궁에서 450년 전 퇴계 이황이 임금에게 사직 상소를 올리고 귀향길에 지났다는 길을 따라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채 걷고 있다. /경북도
조선시대 문신이자 학자인 퇴계 이황(1501~1570)은 69세에 이조판서로 임명되자 관직을 사양하고 여러 차례 사직을 청한 끝에 1569년 3월 4일 귀향 허락을 받았다. 고향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더 큰 일을 하길 바랐던 그의 마지막 귀향길이었다.
퇴계 이황이 임금에게 사직 상소를 올리고 떠난 ‘마지막 귀향길’ 재현 행사가 경복궁에서 열렸다. 경상북도와 안동시, 도산서원은 27일 서울 경복궁 사정전에서 ‘퇴계 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 행사’ 개회식을 열고 14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귀향길 재현 행사는 안동 도산서원까지 걸어가며 퇴계 선생이 남긴 인간 존중 정신을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올해로 4번째다.
이날 개막식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이치억 퇴계 종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재현단 참가자들은 당시 퇴계 선생이 걸어간 길 270km를 하루 20km 이상 13박 14일 동안 그대로 따라 걷는다.
퇴계 귀향길 재현행사 참가자들은 초중고생 17명, 성인 13명,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서원 및 선비문화수련원 관계자 등 45명으로 구성됐다. /안동시
참가자들은 초중고생 17명, 성인 13명,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서원 및 선비문화수련원 관계자 등 45명으로 구성됐다. 퇴계학을 공부하는 학자뿐 아니라 다른 학파의 후손, 기독교인 등도 포함돼 있다고 행사 주최 측은 전했다.
이들은 지금의 동호대교 인근인 두뭇개 나루터부터 경기 여주 배개나루, 충북 충주 가흥창, 제천 청풍 관아, 경북 영주 죽령 옛길 등을 거쳐 5개 광역시와 17개 시군구를 지나게 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실천과 공경, 배려, 존중의 선비 정신을 실천하고 서원을 통한 지방 인재 양성, 지역공동체 형성 등 지방시대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신 퇴계의 가르침을 되새겨 계승·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더 한장] 꽃은 피고 또 지고
서울 광화문과 종로 봄꽃 개화
조선일보 조인원 기자
입력 2023.03.27. 21:41업데이트 2023.03.27. 22:28
26일 서울 중구 덕수궁 석어당 앞에 살구꽃이 활짝 피어있다. 2023년 3월 26일./ 조인원 기자
서울 덕수궁 석어당 앞에는 멋진 살구나무가 한그루 있습니다.
다른 꽃들보다 좀더 일찍 피는 편인데, 일찍 피다보니 덕수궁의 다른 꽃들이 만개할떄 쯤이면 꽃잎이 모두 지고 맙니다.
아주 잠시 피었다가 지는 꽃인데, 올해는 반드시 지기 전에 봐야겠다 싶어 지난 26일 잠깐 다녀왔습니다.
26일 서울 중구 덕수궁 석어당 앞에 살구꽃이 활짝 피어있다. 2023년 3월 26일./ 조인원 기자
불그스레하면서 흰 꽃잎들이 옛왕궁의 한쪽에서 또 찬란한 봄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덕수궁에서 가끔 담 너머로 보이는 서울 도심의 고층 빌딩들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들때가 많습니다. 담 너머 고층빌딩을 보면 내가 저기서 오전에 숨가쁘게 일하고 또 일하러 가야하는구나 하고. 그래서 가끔 이곳은 섬 같다는 느낌이 들어, 생각을 정리하러 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주변 사무실이 있는 직장인들은 가볍게 점심 후 산책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26일 서울 중구 덕수궁 석조전 앞에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2023년 3월 26일./ 조인원 기자
또 화려하게 피었다가 어느새 지는 꽃이 벚꽃입니다. 지금은 덕수궁 석조전 앞 벚꽃나무에 팝콘처럼 하얀 꽃잎들이 날리고 있습니다.
광화문사거리 교보문고빌딩 앞에도 점심을 먹은 시민들이 나무 아래에서 떠날 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에는 화단에서 새싹들이 솟아났습니다. 꽃은 피고 지고 시간은 또 흘러갑니다.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2023년 3월 27일/ 조인원기자
27일 오후 서울 탑골공원에서 새싹이 땅을 뚫고 솟아나고 있다. 2023년 3월 27일/ 조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