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삶이 다시 시작한 날. 괴테가 로마를 찾은 뒤 표현한 문구다.
출중한 문학적 재능을 지닌 사람의 인생을 전환시킬 만한 힘을 가졌다는 것일까. 로마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기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다고 주저함이 없이 기록했던 것일까.
이 도시, 로마에 대해 글을 쓴다는 일은 굉장히 부담스럽고 힘겨운 작업이다. 고대와 중세를 나누는 기준이 서로마 제국의 멸망인 것은 그만큼 이 나라가 갖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괴테를 비롯해 수많은 문호들이 유럽 문명의 뿌리인 로마를 여행했고 주옥같은 기행문과 편지를 남겼다. 그들과 다른 시각에서, 다른 방법으로 묘사하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일지 의문이다.
역사가 오랜 만큼 로마를 대하는 여행자의 감정도 복잡하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는 상투적인 표현을 사용하기에 ‘영원의 도시’인 로마만큼 적합한 곳은 없다. 유명한 건축물이 한두 개쯤 남겨져 있다고 해서 ‘과거’를 들먹이고 운운하는 것은 로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로마의 길, 건물은 물론이고 공기나 하늘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시스템을 구축했던 제국의 흔적을 담고 있다.
로마제국의 수도였던 로마는 국가의 위세가 흔들리자 수도를 현재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로 옮겼다. 따라서 서기 300년대 중반 황제의 거처는 로마가 아니라 콘스탄티노플이었다. 당시의 황제였던 콘스탄티우스는 마흔에 이르러 처음으로 로마를 방문하고는 유적에게 압도당한 뒤에 ‘이만한 것을 만들어낸 사람도 마지막에는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더니 겨우 마음의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로마를 여행하는 현대인도 절대로 이러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지금도 많은 학자들이 현재의 기술로 로마인에게 필적할 만한 업적을 이뤄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로마를 만든 사람들은 세월 속으로 사라졌고, 돌덩어리와 먼지들만이 남았다.
모든 여행자는 로마로 향한다
과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고, 로마에 오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했다. 실로 대단한 자부심이 담긴 말이다. 서양의 종교인 기독교를 공인했고, 서양 언어의 토대인 라틴어를 사용했으며 로마 가도를 유럽과 소아시아, 북아프리카에 깔아놓은 나라가 로마였다. 시오노 나나미라는 작가는 고대 로마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책 15권을 집필했을 정도다. 그만큼 로마란 도시는 글감이 무궁무진하고 흥미롭다는 뜻이다.
사실 로마는 지저분하고 불편하다. 길거리에는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이 난무하고 벽이란 벽에는 죄다 낙서가 돼 있다. 심지어 지하철에까지 스프레이로 형이상학적인 그림을 그려놓은 집념이 대단하다. 지하철 지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나는 대도시들과는 달리 지하철 노선도 2개에 불과해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3호선은 공사 도중 유적이 발굴돼 다시 원점에서부터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로마는 세계적인 관광 도시라고 하기에는 첫인상이 좋지 않은 편이다. 파리에서는 거리를 거닐기만 해도 낭만과 여유가 생겨나는 데 비해 로마에서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하지만 진면목을 알려면 조금은 진득하게 사물을 관찰해야 하는 법이다. 로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콜로세움이나 포로 로마노 같은 유적 몇 개만 보고 후딱 가버리는 것은 로마 여행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적어도 5일은 로마에 투자하라는 가이드북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흘을 넘기지 못하는 듯하다. 고대 유적에 하루, 시내 구경에 하루, 쇼핑에 하루를 보내지만 아무래도 충분치 않다. 로마를 하루 보면 다 본 것이고, 1주일이면 조금 본 것이며, 1년이면 본 것이 거의 없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조금만 시간을 두면 분명히 로마가 편안해지고 포근해진다. 어눌해 보여도 알고 보면 속이 꽉 차 있는 도시가 로마다. 오래 있을수록 정이 들고 이별하기 힘들어지는 곳이다.
로마에 있는 광장과 분수는 모두 유명하다. 오드리 헵번이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으로 유명한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에 올 수 있다는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의 무대인 나보나 광장(Piazza di Navona)은 너무나도 익숙한 지명들이다. 이곳에는 항상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누구나 수십 번 들었던 이곳을 직접 눈으로 목도하고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해 한다.
스페인 대사관이 위치했었다는 단순한 이유로 ‘스페인 광장’이라 불리는 곳에서는 더 이상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없다. 계단을 메운 사람들은 영화를 되뇌면서 낭만을 향유하고자 하지만 애석하게도 음식물 섭취 자체가 금지다. 로마의 휴일 제작진은 단지 숙소가 가까운 곳을 물색하다가 스페인 광장에서 명장면을 촬영했다지만, 사연이야 어찌 됐든 로마를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지친 다리를 쉬게 하려고 사람들이 앉아 있는 광장 한가운데에는 로마를 관통하는 테베레 강에서 밀려왔다는 난파선 분수가 자리하고, 그 너머에는 명품 상점으로 가득 찬 콘도티 거리(Via di Condotti)가 있다. 로마의 분수는 모두 1급수이고 인공적으로 물을 길어 올리는 것이 없어서 마셔도 무방하다. 오히려 수돗물보다 깨끗하다. 혹자는 분수만 봐도 로마를 알 수 있다고 했을 정도로 로마의 분수는 아름답다.
파리에 몽마르트르 언덕이 있다면 로마에는 나보나 광장이 있다. 거리 미술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 예술의 광장이다. 본래는 로마 황제의 운동 경기장이었지만, 여느 곳처럼 성당과 분수가 있는 광장으로 바뀌었다. 광장의 노천카페에서 커피나 맥주를 마시면 로마가 가진 다른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로마의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것은 통일기념관(Vittoriano)이다. 도시국가로 분열돼 있던 이탈리아를 통일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를 기념해 20세기 초반 베네치아 광장(Piazza di Venezia)에 건립한 커다란 건물이다. 로마 사람들은 새하얀 대리석으로 만든 건물이 역사를 단절시킨다며 흉물이라고 하지만, 외지인의 눈에는 그저 멋있게 보일 뿐이다. 내부에는 다양한 전시물이 있고 입장료도 받지 않지만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는 재미있는 곳이다. 통일기념관의 옆면과 뒷면은 무척이나 지저분한데, 오히려 깨끗하지 않아야 로마와 어울리기 때문에 일부러 청소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로마 사람들이 무수한 악평들 속에서도 건물을 놔두는 이유는 훗날 교훈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로마 시대의 돌길을 따라 걸어가니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Foro Romano)가 모습을 드러냈다. 포로 로마노는 고대 로마가 시작된 곳이고 로마의 모든 것이 이뤄졌던 진정한 로마다. 복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처로이 남은 기둥과 잔해가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더 이상 환호성도,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현재의 로마 당국은 포로 로마노를 방치해서 방문자들이 스스로 무상함이나 영광을 떠올리도록 하고 있다.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애잔한 감정이 치솟았다가 가라앉았다. 주인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아 있어서 그러했다. 영원할 것만 같던 로마도 결국엔 스러졌다. 처음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욕심과 아픔을 모두 포로 로마노에 묻고 돌아왔다.
기본정보 이탈리아의 면적은 남한의 3배이고 인구는 약 5700만 명이다. 흔히 고등학교 지리 수업시간에 우리 나라와 유사한 국토를 지닌 나라라고 배워왔지만 실제로는 훨씬 큰 나라이다. 이탈리아 본토 외에도 시칠리아 섬과 사르데냐 섬도 이탈리아의 영토다. 서쪽은 프랑스, 북쪽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동쪽은 슬로베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아드리아 해 너머에는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그리스 등이 위치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수도이자 융성했던 로마제국의 중심이었던 로마는 반도의 중심부에 있다. 통일왕국을 형성한 역사가 길지 않아서인지 남부와 북부의 갈등이 심한 편이다. 농업이 주를 이고 소득수준이 낮은 남부와 공업이 발달하고 부유한 북부의 대립은 이탈리아의 심각한 골칫거리 중 하나다. 이 때문인지 남부에는 상대적으로 유명한 경승지가 많지 않고 베네치아, 밀라노, 피렌체, 베로나, 라벤나, 아시시 등이 모두 북부에 몰려 있다. 언어는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며, 간단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가능하다. 인구의 90% 이상이 가톨릭을 믿고 있다.
가는 방법 대한항공과 알리탈리아 항공은 서울에서 로마로 가는 직항편을 운영하고 있다. 수·금·일요일에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해 오후 5시 40분에 도착하며, 돌아오는 일정은 같은 요일 오후 7시 40분에 떠나서 다음날 오후 2시 45분에 귀국하는 것이다. 직항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루프트한자 독일항공, 에어프랑스, KLM 네덜란드 항공 등을 타고 유럽을 경유해 가거나 일본항공, 싱가포르항공, 캐세이패시픽항공 등으로 간다. 시간이 걸리지만 할인항공권을 구입하면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다. 유럽에서 가는 경우라면 기차를 타게 되는데, 주로 밀라노를 중심으로 열차가 연결돼 있다. 밀라노에서는 프랑스 파리와 니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취리히와 제네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등지까지 갈 수 있다.
현지교통 이탈리아는 남북으로 긴 나라여서 도시간 이동을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교통수단은 기차. 이탈리아 플렉시 레일 패스를 이용하면 4일을 선택해 자유롭게 기차를 탈 수 있다.
비자, 환율, 전압, 시차 체제기간이 3개월 미만이고, 목적이 관광이라면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유럽연합의 회원국인 이탈리아에서는 유로화가 통용되며 2006년 12월 중순 현재 1유로는 약 1225원이다. 전압은 220V/50㎐이고 한국에서 사용하던 전자제품과는 콘센트가 맞지 않는다. 시차는 서울보다 8시간 느리다. 다만 3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일요일까지는 서머타임을 실시해 7시간의 차이가 난다.
편지, 전화, 인터넷 이탈리아의 우체국은 일처리가 늦고 배달사고가 잦은 것으로 명성이 높기 때문에 바티칸 공화국에서 편지를 보내는 것이 좋다. 전화를 하려면 전화카드를 구입해서 모서리의 귀퉁이를 잘라내야 한다. 로마에는 인터넷 카페들이 많은데 우리 나라보다 가격이 비싸서 1시간에 3유로 정도는 지불해야 한다.
기후 겨울에 온난하고 여름에는 고온·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다. 발칸반도에서 불어오는 찬바람 때문에 겨울이면 기온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비가 많이 내린다. 봄에도 날씨가 무더운 편이며, 여름에는 햇빛이 강렬하므로 선글라스와 선블록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음식 이탈리아에는 스타벅스, 베스킨라빈스, 피자 헛이 없다. 커피, 아이스크림, 피자만큼은 이탈리아가 최고라는 뜻이다. 역이나 카페에서 간단히 즐기는 커피는 1~2유로 정도이고 아이스크림도 양이 많고 맛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역시 피자와 파스타다. 저렴하게 먹으려면 시내에 있는 파스타리토 체인점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유로자전거나라 유럽에 ‘가이드 투어’라는 상품을 만들어낸 유럽 전문 여행사다. 유로자전거나라의 가이드들은 옵션이나 쇼핑을 강요하지 않고 팁도 받지 않는다.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를 거는 셈이다. 이들은 그 지역에 체류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에 익숙하고, 숨겨진 볼거리도 많이 알고 있다. 또한 예술과 역사, 종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열정을 무기로 몇 시간 동안 떠들 만큼 재치 있고, 사람을 좋아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소매치기 수법이나 우범지역을 잘 알고 있어서 가이드투어에 참여하는 동안에는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재 유로자전거나라에서 가이드 투어를 실시하고 있는 지역은 로마, 바티칸, 이탈리아 남부(폼페이, 포시타노),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이다. www.romabike.com
신혼여행 상품 유로자전거나라는 신혼여행과 개별여행 상품도 기획, 판매하고 있다. 신혼여행은 항공권과 숙박을 잡아주는 에어텔 형태의 알뜰 허니문과 가이드와 식사까지 포함된 명품 허니문이 있다. 신혼여행지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이며 일정을 따로 짜는 것도 가능하다. 유로자전거나라 신혼여행의 장점은 도착하는 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가이드가 동행한다는 것이다. 가이드는 해가 뜰 때부터 저물 때까지 투어를 진행하고 식사도 대부분 사 주기 때문에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 숙소 역시 역에서 가깝고 시설이 좋은 곳들을 직접 찾아 제공한다. 물론 언어 때문에 고생하는 일도 없다. 명품 허니문의 가격은 200만 원대 초반이고 알뜰 허니문은 150만 원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