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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
'북경과는 비교할수없어!'
이게, 바로 내가 쿤밍역에 발을 디뎠을때의 첫느낌, 첫생각이였다.
현지의 날씨에 맞춰입고 오느라, 사실 북경집에서 기차역까지 가는데 꽤 추웠던걸로 기억한다,
그치만 입고있던 바람막이를 벗어 던져버리고 싶을만큼, 햇살도 꽤나 따사로웠고..
또 그만큼 내 마음역시 벅차있었다.
기차역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였다.
오고가는 사람들 틈에서 살짝 빠져나와, 천천히 기차역과,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잔풍경까지 눈속에 가득담고자 멍하니 서있었다.
모두들 뭐가 그리 급한지, 아주 빨리 움직이고 있었고
마치 나는 혼자 덩그러니 소리없는 흑백영화를 찍는 기분이였다.
'이곳이 쿤밍이구나.'
그래, 사실 북경과 다를바 없다.
북경역과 다를바 없었다! 그치만, 왠지 새로운 곳에 왔다는 사실이 '뭔가달라,뭔가다르다고'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렇게 멍하니 몇분간 서있으니, 옆으로 몇몇 중국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나를 쳐다본다.
마치, ' 얘 뭐하는겨? ' 라는 표정으로,
하긴... 사실 기차역에서 막 내린 내꼴을 정말 말이 아니었다.
43시간동안 제대로 못씻고, 잠도 뒤척인탓에 푸석푸석한 얼굴이였고
짐가방을 3개나 메고있었으니..
자, 이제 정말 출발해보자.
발걸음을 옮겼다.
우선, 여기저기서 온갖 정보들을 수집해서 기록해둔 이번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물건인 나의 노란 노트를 꺼냈다.
'삼원 호텔을 찾아서, 체크인을 하자!'
어짜피, 쿤밍에서 하루묵고 다음날 따리에 가기로했으니까,
짐도 방에다두고, 간단하게 씻고, 점심도 먹어야했었다.
길치도아닌데, 20여분만에 호텔을찾고...
'방하나주세요!' 라고 방긋웃으며 말을 하는 나에게 데스크에서있던 직원은
'빈방이없어요' 라며 고개를 가로짓는다.
'어쩌지...'
'다른 호텔을 찾아볼까...'
몇분간 고안해낸 끝에 두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첫번째, 짐을 보관해주는 곳에 큰 배낭만 맡기고 일정을 완수한다. 즉, 오늘 저녁에 따리로 가는것.
두번째, 호텔을 기어코 찾아서 쿤밍에서 하루 묵어야겠도다.
아무래도 첫번째가 좋을것 같았다.
아까 호텔을 찾을때 지나쳤던 짐 보관소에서 5元을 주고 큰 배낭을 맡겼다.
주인이 두명인듯했는데, 젊은 여자중국인들이었다.
왠지 내심 '이거... 5元주고 맡겨도 안전할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중국에 오래있다보니, 먼저 의심부터 하고자 하는 어리석은 습관이 들었다.
나쁜건지 좋은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한번도 누군가 '그러면 못써!'라고 말해주지 않았기에..
어째뜬, 그렇게 짐을 맡기고나니, 작은 복대와 등산가방만이 내 등과 어깨에 메여졌다.
가벼웠다.
날아갈것 같았다.
그렇게 단걸음에 44번 버스를 타려 정류장에가서,
1元을 주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약간 구식이였다.
게다가 안내방송조차 '지지직-'거리는 잡음때문에 귀를 쫑긋 세우고 가느라,
풍경을 간과 할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어찌나 그렇게많은지.. 다행히 난 앉아서 갔지만,
내릴때는 정말 내리는게 아니라 사람이 나를 밀어서 마치 '튕겨나갔음'이란 퍼포먼스를 하는 느낌이였다.
짠! 운남민족촌에 도착했다.
26개의 소수민족이 사는 운남성, 그중에서 14개의 소수민족의 의식주,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이란다.
평소에도, 소수민족이라 하면왠지 '알고싶어져!'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쿤밍에 이런곳이 있다하니 너무 가고싶고, 보고싶고, 체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소중한 시간들을 이곳을 구경하면서 헌납하기로했다.
입장료는 70元이였다. 학생증을 깜빡하고 안가져온걸 너무 후회했다.
입장료안내판을보니 '학생증지참시 50%'라고 써있었기에...!!!
어째뜬, 그렇게 돈을 지불하고 천천~히 구경하기로, 느긋하게....
성수기때면 이 거리가 완전 꽉 찰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아무래도 비성수기인지라, 사람들이 없는 큰 대로를 혼자 걷자니 마치 영화를 찍는 기분이였다.
너무나도 맑은 날씨, 그리고 새의 지저귐과 바람소리이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폴짝거리며 껑충뛰어보기도하고, 주위를 살핀뒤 "내가왔다~~~~~~~!!!!"라고 소리치기도했었다.
가끔, 이렇게 똘기짓을 해줘야지 스트레스도 풀리는법이다 히히.
열심히 뽈뽈거리며, 백족, 이족, 하니족, 회족 등의 여러 소수민족들을 구경하다
장족거리로 가자, 마침 공연시간이되어서인지 노래를 틀어놓곤 부르고, 춤을 추고있었다.
알아들을수없는 그들만의 방언으로, 환히 웃으며 아주 즐겁게 ,보는사람들은 더욱 신나게하는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이 무르익어가고, 또 얼마지나지않아 막을 내렸다.
하나, 둘, 씩 관객들(깃발부대)이 떠나고 나 혼자 남았다.
"멋져요! 보는내내 즐겁고 신났어요"
그들을 향해 내가 말했다.
대장인듯한, 중간에 서있는 남자가 사투리가 조금 섞인 표준어로 빙그레 웃으며 회답해주었다.
"고마워요! 즐거웠다면 다행이에요, 그럼 우린 임무를 완수한거니까요"
그렇게 공연을 보고나서, 또 모퉁이쪽을 돌아보니 코끼리공연이 시작되었다며,
나름 삐기같은 사람들이 '오세요~오세요!'하면서 소리친다.
알고보니 그 삐기같은 사람들은 삐끼가 맞는지...
10元에 코끼리가먹는 밥을팔면서 관객들을 자리에 앉힌다.
코끼리공연을 보고나오니 , 사람들이 무슨 그릇을 들고다니면서 냠냠쩝쩝 먹고있었다.
'뭘까?' 호기심이 왕성한 나는 주체할수없어, 한 사람에게 물었고, 맛있다며 저쪽에가면파니 먹어보라고 나에게 권하기까지했다.
이게바로! 백족들이 먹는 차가운면.....(한국말로 뭐라해야할찌)
어째뜬, 면은 차갑고, 안에 간장, 향신료, 땅콩으깬걸 마구넣고서 비벼먹는것이다.
생각보다,,,
맛이...참 독특해서 몇가닥휘젓다 이 면의 운명은 쓰레기통으로 내던져졌다.
발이 평발인지라 오래 못걸어, 또 발바닥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잠깐 앉아서 쉬고가자 해서, 무턱대고 벤치를 찾았다.
하늘이 맑다.
내 마음까지 맑아진다.
다시 힘을 충전하고, 모퉁이를 돌아 호수근처에 갔다.
갈매기들이 호수가까이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고있었다.
한 갈매기를 무슨 생각에 잠기었는지 가까이 다가가도 무서워하지않고
요지부동자세로 마냥 멍하게 앉아있었다.
귀여운 녀석이였다.
마지막으로, 후문을 찾아 나설때 무언가 달콤한 냄새가 나를 유혹했다.
뭔지 궁금해, 고개를 빼어 기웃거리다 결국 사버렸다.
밀가루 반죽인데, 사진과같이 화로에 살짝구웠다가 달콤한꿀과, 매운 라찌앙을 반반씩 발라 먹는것인데
국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 빼고는 맛이 일품이였다!
사실 여행내내 이것만 찾아 먹었다..히히
그렇게 여러 소수민족들의 삶(사실 약간 인위적이기도했지만)을 구경하고나와
다시 44번 버스를타고 쿤밍역으로 돌아왔다.
큰 배낭도 찾고, 이제 따리로 가야할 준비를 해야했다.
뭔가 아쉬웠다.
왠지, 그 순간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 또 언제 올수 있을까? '
고속버스를 탈수있는 곳에가니 왠 아줌마가 내 팔짱을 덥썩 잡더니
'따리?리쨩?썅그릴라?' 라고 말한다.
그것도, 아주 환하게 씨익~웃으면서 말이다.
'분명 삐끼야! 걸려들면안돼!'
마음속에 주문을걸면서 중국어를 모르는척했다.
몇번 여행을 다니다보니, 왠만한 삐끼아니고는 대부분 바가지를 엄청 써버리기때문에,
게다가 배낭을 메고, 그 누가봐도 '배낭여행자요, 에헴-'인 나로써는 바로 바가지상대로 더할나위없이 좋을테니까.
그러나, 이 아줌마 엄청 끈질기다.
마치 나를 믿고따라오면 후회안할것이다 라는 표정으로
"싸다니까, 믿으라니까! "라면서 나를 계속 꼬신다.
결국, 아줌마한테 두손다들며 아줌마를 졸졸따라갔다.
아줌마는 92元만 내면 따리까지 안전하고 빠르게 모셔드린다면서
매표소에서 표를 사라는것이다.
내가알기론 80元이여도 사는데..
어째뜬, 이미 시간은 6시가 다 되어갔고, 빨리 출발해야하는 마음이 앞서
92元을 지불하고 차를 찾았다.
' 이건아니잖아! '
쭝빠였다. 작은...봉고차.....라고해야하나...
견딜수없는 담배냄새가 진득했다.
그 아줌마를 찾아서 표를 환불해달라고 했다.
절대안된다면서! 다시 바가지씌울 나같은 불쌍한 배낭여행자를 찾아 저리로 쌩 도망가버린다.
'그래..그렇게 됬다하면 어쩔수없지.'
그렇게 나는 담배냄새와, 그리고 여럿 중국사람들과 함께 4시간을 줄곧달려 따리로 갔다.
만사태평, 참 여유롭다보다.
너무 피곤한나머지 잠이 들었는데,
다시 잠이 깬 이유는 갑자기 추운느낌이 들어서였다.
아, 일교차가 크구나... 무릎이 시려웠다. 늙은이도아닌데......
밖의 풍경은...
별로 볼건 없었다.
따리에 도착했다며 기사아저씨가 '씨아츠어바 씨아츠어바 따오 따리러~' 라고 크게 외친다.
주섬주섬, 짐가방을 챙겨 내렸는데...
이미 주위는 어둠이 깔려있고, 버스조차 보이지않는다!!
게스트하우스를 가려면 버스를 타고가야하는데..?!
택시한대가 내앞으로 오더니
'어디가니~?' 친철하게 웃고있지만, 사실 인상은 퍽 좋지않은 중국아저씨다.
왠지.. 느낌이 이상하다. 저 택시를 타면 봉변이라도 당할것같은 느낌이 앞선다.
아저씨께 나는 최대한 상냥하게 나의 처지(?)를 설명했다.
"아저씨~ 저 학생이구요, 따리고성으로 가는데 30元어때요?"
아저씨는 40元도 안된다며, 30元은 꿈에서나 생각하라고한다.
계속 몇번 애교아닌 애교를 떨자
" 그래! 시간도 늦었으니.. 일단 타! "
그렇게 아저씨와 20여분을 수다를 떨면서 드디어, 따리고성에 도착했다.
따리는, 또 쿤밍과 달리 고성이 너무 아름다웠다........
너무 아름다웠기에 , 택시에 내리고서 게스트하우스찾을생각은 온데간데없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구경을했다.
'아차 ! 게스트하우스!!'
두리번거리면서 보니 내가 사거리에 서있다는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있는 전봇대에 내가원하는 게스트하우스의 팻말도 걸려있음을 알게되었다.
' 이거 완전, 운수대통이야! 첫날부터말이지 히히'
no.3게스트하우스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라 그런지,
내부로 들어가니 온통 한국인..게다가 태극기도 걸려있었다.
일단, 씻고싶은 욕망이 너무 앞서 30元을주고 체크인을하자마자 샤워를하고,
1층으로 내려와보니,
아까는 너무 조급하게 후다닥 들어오느라 못본것들이 가득했다.
홀은 태극기가 걸려있었고, 식탁이있고, 한쪽벽면엔 여행자들이 남긴 사진과 글들, 사진등이 붙여있었다.
구석에는 공동컴퓨터2대가있고 '한명당 제한시간20분으로 지켜주세요!'라는 글이 쓰여있었다.
mp3밧데리를 충전할겸, 한국에계시는 부모님께 메일을쓸겸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 게스트하우스의 일하는 직원이생일이라며, 그 곳에 묵은 사람들이 모두 나와 생일파티를열었다.
함께 케이크도자르고, 생일노래도부르고, 과자도먹고, '어른들'은 약간의 술도 섭취하셨다.
게스트하우스의 주인 제임스아저씨께서 나에게 한잔을 권했지만,
나는 극구 사양했다!
" 아, 저 아직 고등학생이에요. " 라는 말이 내 입을 통해 나오자,
아주 몇초간의 짧고도 묵직한 침묵이 방안을 가득채운다.
역시, 예상했던 반응이다. 아무리봐도 배낭까지 메고 , 게다가 혼자인 걸,
최소한은 20살넘은 대학생이라 생각했을테지,,
어째뜬!
그날 저녁, 나는 3명의 한국여자와함께 도미토리에서 잠을 잤다.
도미토리라 기대조차 하지않고 갔는데, 생각보다 아주 깔끔하고 조용하고 아늑해서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그 3명의 한국인 (아줌마두분, 그리고 딸하나)이 첫인상도 너무좋고, 나에게 친절했기때문에 더욱 감사하기만했다.
그 3분중 한명인 (앞으로 나와 며칠간 동행하게 될) 연수언니는 나에게로다가와선,
" 내일 남조풍정도로 1박2일 트래킹간대요, 최소6명 모여야 출발이라는데, 가실래요? 250원! "
나는 고민조차 하지않고서 바로 " 네!! " 라고 힘차게 대답했다.
아주 운이 좋았다,
안그래도 내일무얼보러가지, 하며 고민을 하던 찰나에 ...
게스트하우스는, 도미토리형식이다.
정말 기대 눈꼽만큼조차 하지않고 간것이였는데,
생각보다 아주 깔끔하고 아늑하고 편안하기까지해서 너무 좋았다.
마음이 평혼하니
삶의 여러 국면들이 두루 조화를 이루게되어 긴장이 누그러들었다,
그렇게 나는 전기장판까지 설치되어있는 아주 좋은 도미토리룸에서 그 어느때보다 달게 꿈까지 꾸며 잠이 들었다.
순한 양처럼.
<출처 : 중국여행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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