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석 論客과 문화일보 논설위원이자 보수패널로 TV에서 낯이 익은 이 현종 논객의 論評을 나란히 소개합니다. 一讀할 價値가 있으니 必讀을 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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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화려한 정치적 부활, 가능할까?(한정석)
조국의 화려한 정치적 부활, 가능할까? 나는 부정적으로 본다.
첫째, 정치의 세계는 한번 흘러가면 되돌아 올 수 없다.
정치적으로 흘러간다는 것은 엄청난 이슈의 중심에서 스폿라이트를 받은 후, 그 이슈가 소모되어 버림을 의미한다.
정치의 수요자인 유권자는 절대로 먹고 질린 반찬을 다시 내놓으면 외면한다. 정치 세계에서는 '재활용'이 없다. 차라리 잊혀졌다면 다시 등장할 수는 있다.
둘째, 정치적인 것의 본질은 적과 동지의 질서이기 때문이다.
망한 왕조의 황태자에게 남을 동지는 없다. 그가 정치 전면에 나선다면 사방이 적 뿐이다. 민주당 내부는 친명과 비명으로 갈라질 것이기에 조국이 설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셋째,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조국은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었지만 법정구속이 안됐다. 그래서 활동을 하기에 가시권에 들어오는 것 뿐이다. 2심에서 1심형이 그대로 선고될 때 법정구속을 여전히 면해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옥중 출마한다? 조국은 설치면 설칠수록 자기 수명만 단축할 뿐이다.
조국 관련 다른 형사적 문제들이 다 해결된 것도 아니다. 문재인 관련해서는 아직 반도 안 털었다.
조국 ‘양산갑’ 출마설(이 현종)
지난 2010년 조국 전 장관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는 ‘진보 집권 플랜’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김대중·노무현 10년 집권 이후 정권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넘어가자 2012년 대선을 겨냥한 집권 전략을 담았다. 이 책의 기본 구상은 민주당과 진보당의 연정이다. 민주당이 1당이 되고, 진보당이 원내 교섭단체가 된 후 대선에서 연대하는 것인데, 구상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13년이 지난 지금 ‘진보 집권 플랜’의 중고 가격은 300원대로 떨어졌다. 값이 떨어져도 이 책을 구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후 벌어진 일들을 보면 이 책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은 최근 새로운 책을 쓰고 있는 모양이다. 아직 구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책 제목은 아마 ‘조국 당선 플랜’쯤 될 것 같다.
지난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한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사진과 글을 올리면서 ‘길 없는 길을 가겠다’고 했다. 중국 작가 루쉰(魯迅)의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으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한 것처럼 보인다.
조 전 장관이 출마한다면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이 문 전 대통령이 거주하고 있는 경남 양산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양산을은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현역이고 양산갑은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의 지역인 만큼 도전해 볼 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평산책방을 열고, 문 정권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 ‘사의재’라는 포럼을 만들어 윤석열 정부에서 폄훼되고 있는 문 정부 업적을 재평가받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부산의 위성도시인 양산과 김해를 봉건영주가 지배하는 ‘봉토(封土)’나 친노·친문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관측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김해는 2개 지역구(민홍철·김정호)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1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돼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형이 확정되면 당선돼도 국회의원을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무리하게 출마설을 띄우는 이유가 뭘까. 서울대 교수직도 파면된 마당에 ‘관종’인 자신의 살길인 총선 출마로 또 한번 윤 정권과 각을 세워 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길 없는 길’ 대신 ‘있는 길’이라도 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