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집앞 화분·카페 음료 슬쩍…‘바늘도둑’ 기승

[정명진]

소액절도 범죄 3년 연속 증가
“도덕성 실종… 엄연한 절도죄”

게재 일자 : 2021년 8월 3일

서울 강서구에서 20년째 미용실을 운영 중인 강모(55) 씨는 최근 가게 외부에 CCTV를 설치했다. 매장 앞에 내놓은 화분을 도둑맞는 일이 최근 수차례 발생해서다. 강 씨는 “아침이슬, 꽃기린 등 10년 넘게 애써 키운 화분들을 내놓기만 하면 어디론가 사라진다”며 “동네 장사하는 처지에 신고하기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10만 원 미만의 소액 금품을 훔쳐 달아나는 이른바 ‘바늘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3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영업 중인 상점에서 물건을 훔쳐 달아난 혐의(절도)로 지난달 9일 20대 회사원 A 씨를 즉결심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6월 9일 강남구 청담동의 한 화장품 편집숍에서 5만 원 상당의 화장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물건을 고르던 중 순간 나쁜 행동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가벼운 범행이라고 생각해 죄의식 없이 물건을 훔치는 경우가 많은데 엄연히 절도죄가 성립된다”고 강조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동네사건사고 게시판에도 소액 절도 피해자들의 한탄 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강서구 등촌동에 거주하는 B 씨는 지난달 29일 “12년을 키우던 식물을 햇빛 보라고 집 앞 화단 자리에 뒀는데 그걸 훔쳐갔다”면서 화분을 가져가는 모습이 찍힌 CCTV 캡처 화면을 첨부했다. 합정역 인근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한다는 C 씨는 “진열된 음료를 몰래 자리로 가져가 먹는 손님을 본 적이 있다”며 “계산해야 한다고 하자 도둑취급 하지 말라면서 오히려 역정을 냈다”고 썼다.

소액 절도 범죄는 최근 3년 사이 계속 증가추세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절도범죄 중 10만 원 이하 재산피해는 2017년 32.9%에서 2018년 36%, 2019년 38.9%로 늘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소한 규칙과 법 위반에 대한 죄의식의 약화로 빚어진 아노미적 현상으로 도덕관념이 무감각해지거나 파괴됐다는 증거”라며 “경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바늘도둑이 소도둑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 김보름 기자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803010710033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