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아파트 고배당 미끼 70억 불법 투자받아

[장과장]

부도 아파트 고배당 미끼 70억 불법 투자받아

2013-09-04 [11:15:17] | 수정시간: 2013-09-04 [11:15:17] |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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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중단된 아파트를 사들여 분양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꾀어 개인들로부터 70억 원을 불법 투자받은 이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공사를 위해 제2금융권에서 5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대출 받기도 했지만 이 가운데 일부 대출에서는 위조 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인수된 아파트는 남의 땅을 침범하거나, 진입로가 해결 안 돼 정상적으로 완공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향후 '도미노' 피해가 우려된다.

4개단지 1천916세대 매입
"6개월 뒤 60% 배당금"
개미투자자 93명 유혹
사업차질 땐 도미노 피해

4일 부산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대장 심재훈)는 공사 중단된 아파트 건설 사업에 투자하면 거액을 벌 수 있다고 유인해 수십억 원을 끌어 모은 혐의(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부동산개발업자 이 모(39)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서류가 위조된 줄 알면서도 이 씨에게 27억 원을 대출해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신협 대출 담당 직원 김 모(41)·정 모(44) 씨와 대출 브로커 조 모(38) 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씨는 2011년 11월 시행사 부도로 경매에 부쳐진 경남 양산시의 한 아파트(412세대)를 낙찰받기 위해 개인들에게 투자를 받는 등 지난 3월까지 93명에게서 70억 4천만 원을 끌어 모은 혐의를 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6개월 뒤에 원금과 60%의 높은 배당금을 주겠다는 말을 믿고 1천만~2억 원을 맡겼다.

이 씨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아파트 담보 대출을 받기도 했다. 대출심사가 까다롭지 않고 금액은 많은 신협이나 저축은행을 주로 찾았다.

경 찰 수사를 통해 이 씨가 신협에서 27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위조한 세금계산서, 기성금지급내역서를 제출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신협 직원들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대출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불법 대출 대가로 현금 5천만 원을 브로커 조 씨에게 전달했고 경찰은 이 돈이 신협 관계자에게 전달됐는지 수사하고 있다.

이렇게 끌어 모은 돈으로 이 씨가 낙찰 받거나 채권은 행으로부터 매입한 곳은 4개 단지, 1천916세대다. 양산을 비롯해 부산 영도(28세대), 울산 울주(36세대), 충남 아산(1천440세대) 등 전국에 걸쳐 있다. 이 씨는 아파트 단지를 인수한 뒤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건축선이 남의 땅을 침범하거나, 진입로 확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분양이 안 되면 대출금 상환, 개인 투자금 원리금 배당도 어려워져 '도미노' 피해가 우려된다. 당장 투자자 중에는 약속한 시점에 배당받지 못한 이도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부산지법 근처에 사무실을 둔 이 씨는 공사 중단된 아파트를 집중 매입하면서 자기자본은 거의 들이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금융기관들도 하도급업체의 유치권 주장 등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는데도 정확한 실사 없이 마구잡이 대출을 해줘 부실을 자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