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달리를 위하여/ 이언빈
산자락 지붕들이 야트막하게 펄럭이는
펄럭이다 세월의 모서리가 서서히 낡아가는
파도로 지붕을 엮은 어달리
밤마다 처마를 빠져나온 불빛들이
언덕에 올라
너울에 지친 사내들의 팔뚝 밤새 어리비치는
먼 오징어 배 불빛과 눈썹 맞추다가
마침내 수평선으로 풀어지는,
삼십 촉의 빠알간 기다림만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곳
도시의 밤을 삼키고
이제는 포구 까지 점령한 붉은 식욕의 네온사인을
안간힘으로 거부하다
언덕으로 언덕으로 밀려난
출구 없는 생들이
포구를 돌아오는 바람 한 잎에도
왜 낮게 펄럭이는지
펄럭이면서 왜 자꾸 하늘 쪽으로 옮겨 앉는지
그대, 어달리에 가면
새벽까지 깜빡깜빡 졸고 있는 기다림과
기다림 위로 먼지들이 고요히 내려앉는
삼십 촉 알전구의 충혈 된 눈썹들이
허기진 골목의 내력을 복고풍으로 밝히고 있는
그 가느다란 필라멘트 생애 속으로
첨벙첨벙 머리를 풀고 감전될 일이다.
시가 왜 은유인지 잘 보여주는 시다. 이언빈 시인의 시들 중 ‘위하여’ 시리즈가 몇 작품 있다. 이시는 아주 오랜만에 본 그의 근작이다. 며칠 전 이언빈 시인을 만난자리에서 이시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그는 한사코 부끄러워했다. 이년 전 초고를 잡고 아직도 퇴고 중인 시 그리고 시집이 나오기 전에 아마 한 번 더 퇴고를 거칠 것이라고 한다. 시력이 30년을 넘은 이언빈 시인은 아직도 청년이다. 시적 열망과 시적 감수성에대해서는 아직 그렇다는 얘기다. 사실 이런 말조차 조심스럽다. 내가 단적으로 뭐라고 표현 하지 못 할 만큼 그는 여전히 든든하고 단단한 시인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그분과 밤샘을 하고 돌아와 몇 편 그분의 시들을 읽는다. ‘어느 문학시간에’ 라는 그의 시를 꼭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왜 시인은 시인일수밖에 없는지....
*이언빈: 강릉출생 1976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먹황새의 울음’ , 전교조 활동으로 오랜 해직과 복직, 한국작가회의 강원작가회 회원
첫댓글 '관동별곡' 정리 하다가 선생님 생각이 났네요.. 강릉하면 들사람..
이언빈샘이 들사람샘입니까? 저도 아는 들사람샘?
네..맞습니다..영인샘 오랜만입니다.. 건강하신거죠?? 조금 궁금하고 걱정했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