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가르침은 참으로 광대하고 넓어서 그야말로 거대한 가르침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가르침은 질서정연한 사상적 틀을 구성하고 있으며 받아들이는 그릇에 따라 근기에 맞게 설해져 있다. 예를 들자면 인과(因果)의 가르침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자신을 보게 하는 가르침이다. 또 반야사상은 나를 진리와 함께 살 수 있도록 지혜를 주는 가르침이며, 법화와 화엄의 사상은 우리 스스로가 보살과 부처로 살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가르침이다. 이렇게 다양한 불교의 사상과 가르침 속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인과(因果) 사상과 업보윤회(業報輪回) 사상일 것이다. 부처님께서도 인과를 믿지 않고 윤회전생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불문의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으셨다. 이것만 보아도 인과의 가르침이 불교의 기본적인 사상임을 알 수 있다. 인과(因果)란 원인과 결과를 말하는 것으로 인과법은 수많은 원인과 결과가 사슬을 이루고 우리의 삶을 지배함을 말한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과거의 나를 알려거든 현재의 나를 보고 미래의 나를 알려거든 현재 자신이 행하는 행위를 보라고 했다. 곧 인과란 자신이 지은 행위에 의해서 자신의 삶과 운명이 결정됨을 말하는 가르침이다. 그래서 인과란 바로 과거를 보고 현재를 알며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가르침인 것이다. 그래서 불교의 시작은 인과를 깨침으로 들어간다. 그렇다면 인과의 법칙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업(業)이다. 업이란 내가 몸(身)과 말(口)과 뜻(意)으로 짓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내가 선한 행위를 하면 그것은 선업(善業)이 되는 것이며 악한 행위를 하면 악업(惡業)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업에 의해서 일가친족 관계, 사회관계, 국가와 세계와의 관계가 결정되어진다. 이처럼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이 되는 인과의 가르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경전이 바로 지장경이며, 인과법을 믿고 참된 행위와 실천을 강조하는 신앙이 바로 지장신앙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는 지장경의 가르침과 지장신앙으로 새롭게 자신을 돌아보고 올바른 신행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제 2절 지장 신앙이란 무엇인가?
1. 지장보살의 개요 지장보살은 석가모니불이 입멸하신 뒤에 미래의 부처님이신 미륵불이 출현하실 때까지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무불시대(無佛時代)'의 교주이다. 지장경에 따르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지장보살에게 번뇌와 죄업으로 고통받는 오탁악세(五濁惡世)의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라는 유촉을 내리고 계신다. 그래서 지장보살은 육도(六道)에서 윤회하는 중생들을 모두 제도하겠다는 원력(願力)을 세우시고 언제 어디서나 끊임없이 보살행을 실천하고 계신다. 특히 지장보살은 가장 고통이 가혹한 지옥중생을 모두 제도하여 깨달음에 이르게 하지 않는 한 자신은 결코 성불하지 않겠다는 비원(悲願)을 세우신 보살님이다. 일반적으로 보살은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한다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 삶의 목표이다. 그러나 지장보살은 중생을 위해서라면 대승불교의 궁극적인 목표인 성불마저도 기꺼이 포기한 보살이다. 그래서 지장보살은 화려한 보살의 모습이 아닌 머리를 깎고 석장을 짚고 있는 평범한 수행자의 모습으로 조성돼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2. 지장신앙의 발생 지장보살이 하나의 대승보살로 신앙되기 시작한 것은 4세기 무렵으로 중앙아시아의 타림분지에서부터 출발한다. 《대승대집지장십륜경》과 《지장보살본원경》을 중심으로 한 지장신앙이 대중적인 신앙으로 널리 신봉되기 시작한 곳은 바로 중국이다. 지장신앙이 발전할 당시 중국은 국가권력에 의한 극심한 불교 탄압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부처님의 법이 멸할 지도 모른다는 법멸(法滅)의 위기의식 속에서 말법(末法) 사상이 널리 퍼져나갔다. 이 같은 말법사상과 함께 지옥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지장신앙은 재래의 명부시왕 신앙과 습합하여 민간 대중신앙으로 널리 신봉되기 시작했다. 우리 나라에서도 명부시왕과 결부되어 망자의 천도와 복을 빌어주는 신앙으로 정착해 왔다. 그래서 지장보살은 명부전의 주존(主尊) 보살로 모셔져 있으며 영가천도의 주존으로서 관음신앙과 함께 우리나라 양대 신앙으로 널리 신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