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김장은 올해의 마무리와 함께 내년을 기약하는 큰 행사 중 하나였다. 지금은 김장의 의미나 형식이 많이 간소화됐지만 맛있는 김치는 겨우내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반찬이다. 명인, 셰프 그리고 조리장이 만든 각기 다른 특별한 김치들.
조선시대만 해도 김치는 굉장한 양반가의 음식이었어요. 숭채라고 불리던 배추가 궁중이나 양반가가 아니면 접하기도 힘들 만큼 귀했기 때문이죠. ‘섞어 군데군데 박은 지’라는 의미의 섞박지는 세월이 흐르면서 무나 배추를 막 썰어서 버무린 소박한 김치가 돼버렸지만 조선시대에만 해도 귀한 김치였어요. 1809년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에 수록된 섞박지의 재료를 보면 전복, 소라, 낙지 등의 해산물과 숭어젓, 준치젓이 들어가는데 고조리서에 있는 김치 중에 가장 재료가 다채로워요. 해산물이 들어가서 맛도 굉장히 화려하고요. 짜지 않고 심심한데도 깊이가 있어요. 색깔로 따지면 무지갯빛이라고 할 수 있죠. 해산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신선도와 손질도 중요하지만 감초물에 한번 살짝 데쳐 내면 부드러워지면서 비린내도 잡아줘요. 그게 비법이에요. <규합총서>에는 오이와 가지의 색깔을 보전하기 위해서 구리 동전과 재 속에 묻은 가지를 사용했는데, 요즘에는 그게 식품위생법에 걸리기 때문에 그렇게 쓸 수가 없어요. 요즘에는 예전보다 김치를 많이 안 먹기도 할뿐더러 집에서 직접 담그는 사람도 많지 않아요. 이러다 우리의 전통김치 문화가 사라질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김치가 거기서 다 거기지’라고 하는데 이렇게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전통김치도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해요.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김치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명인의 김치
이하연 김치 명인
한국김치협회장
식품 명인 제58호 / 한국 4대 김치 명인
해물 섞박지
기본 재료
배추 2포기, 절인 무 2㎏, 전복·소라·낙지 300g씩, 굴 200g, 새우 100g, 절인 오이 1㎏, 절인 가지 0.5㎏, 배 1개, 무채 1.5㎏, 미나리·쪽파·갓 20g씩, 고운 고춧가루·마늘 30g씩, 생강 10g, 찹쌀풀·멸치액젓 50g씩, 소금 10g
감초물 재료
감초 40g, 물 2ℓ
고명 재료
미나리 300g, 쪽파·갓 200g씩, 통대추·삭힌 고추 10개씩, 청각 50g, 통마늘 30g, 통생강 20g, 대나무 잎 약간
육수 재료
황석어젓 국물 4ℓ(생수 4ℓ에 황석어젓 70g을 넣어 하룻밤 우린 뒤 건더기만 건져낸다.), 생수 3ℓ, 무 절인 물 0.5ℓ, 배즙 150㎖, 멸치액젓 100㎖, 소금 70g, 다시마육수 2컵, 고춧가루 100g
만드는 법
1 배추는 2통을 각각 4쪽으로 나누어 소금에 절여 씻은 다음 채반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무는 절반을 잘라 4등분(총 8조각)하여 잘게 칼집을 내고, 오이는 각각 3등분하여 중간에 칼집을 내고, 가지도 절반으로 잘라 2등분(총 4조각)하여 소금에 절여 둔다.
3 각각 손질해 준비한 전복, 소라, 새우, 낙지는 감초물에 살짝 데쳐 잘게 썰어 준비하고 굴은 손질한 채로 준비해 놓는다.
4 분량의 양념을 섞어 준비한 김치소에 손질해놓은 ③의 해산물을 넣고 다시 잘 버무려 미리 준비해 놓는다.
5 절임배추에 ④의 소를 넣어 김치를 만들어 둔다.
6 육수는 분량의 양념에 ③의 감초물을 잘 섞은 후 베 보자기로 한 번 걸러 준비해 놓는다.
7 고명 재료 중 쪽파, 미나리, 갓은 소금에 절여 안에 청각을 넣고 타래를 지어 준비해 놓는다.
8 준비된 용기에 소를 넣은 배추와 준비된 무, 오이, 가지, 8등분한 배, 갓과 미나리 타래, 편으로 썬 마늘과 생강, 삭힌 고추 등의 고명을 차례로 넣는다.
9 ⑧에 배추 겉잎을 덮은 다음 베 보자기로 걸러놓은 육수를 붓고 통대추와 대나무 잎을 넣어 마무리한다.
10 10일 정도 숙성시킨 후 먹는다.
셰프의 김치
박성훈 셰프
<동아일보> 선정 2020년을 빛낼 대한민국 100인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요리부문 아시아 최초 금메달리스트
레몬과 라임 향의 서양식 백김치
기본 재료
배추 2포기, 레몬·라임 2개씩, 마늘 10쪽, 월계수 잎 4장, 로즈마리 20g, 통후추 30알, 화이트와인식초 900㎖, 꿀 600g, 고춧가루 60g, 물 6ℓ
만드는 법
1 겉잎을 제거한 배추를 4쪽으로 자른 뒤 잎을 하나씩 분리하여 흐르는 물에 잘 씻는다.
2 깨끗이 씻은 마늘은 슬라이스해 둔다.
3 레몬과 라임은 깨끗이 씻은 뒤 필러를 이용하여 껍질을 분리하고, 즙은 짜내어 따로 모아 둔다.
4 분량의 물에 화이트와인식초, 꿀, 미리 짜놓은 레몬·라임즙을 함께 넣고 잘 섞는다.
5 ④의 내용물에 깨끗이 씻은 배추를 넣고 통후추와 월계수 잎, 레몬·라임 껍질, 고춧가루, 로즈마리를 넣고 랩을 씌운 뒤 7~10일 숙성시킨다.
피에르 가니에르 레스토랑에서 조리장으로 근무할 때 유럽에서 온 셰프들이 많았어요. 외국 셰프들은 동양 식재료에 대한 관심도 많고 김치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맵기도 하고 젓갈 향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들 입맛에 맞게 변형을 시켰지요. 언뜻 보면 백김치 같기도 하지만 백김치는 보통 배, 생강, 무를 넣어서 시원하게 먹잖아요. 이 김치는 화이트와인식초와 레몬, 라임을 넣은 상큼한 맛의 김치예요.
피클을 만드는 것에 가깝지만 소금에 절이거나 끓이지 않고 그대로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는 게 피클과 다른 점이죠. 약간의 매운맛을 가미하기 위해서 고춧가루도 들어가고요. 레몬이 들어 있어서 너무 오랫동안 숙성시키면 쓴맛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숙성기간은 일주일 정도가 적당해요. 김치는 반찬으로 먹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김치는 다른 요리에 복합적으로 넣어서 요리로 활용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짜지 않죠. 특히 해산물과 함께 먹으면 레몬, 라임의 풍미와 아삭함이 함께 곁들여져서 좋아요. 김치를 만든다고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간다고 생각하는데요, 꼭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지 않더라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캐주얼한 김치도 있답니다.
조리장의 김치
이선희 조리장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25년 경력 수펙스 김치 생산팀장
워커힐 호텔 내부에는 김치연구실이 있는데 조선 후기 서울, 경기 지역에서 먹었던 전통김치의 맛을 재현해내고 있어요. 호텔 안에서 김치를 매일 담는데, 사계절 내내 같은 맛을 내기 위해 재료는 물론 숙성과 보관 조건까지 엄격하게 관리하죠. 재료 하나하나를 찾기 위해 정기적으로 전국 곳곳을 다니며 시장조사를 합니다. 북부 지방에서는 주로 육수를 넣어서 김치를 담가요. 저희가 만드는 모든 김치에는 한우 양지를 고아 만든 육수가 들어가 국물에서 감칠맛이 나는 게 특징이죠. 민물새우를 갈아 넣어서 시원한 맛도 살렸어요. 배추는 어느 한 지역 것만을 받아서 쓰기보다 전국구의 배추를 사용하고 있어요. 계절마다 맛있는 배추가 나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계절별로 다른 지역의 배추를 사용하죠. 고추도 마찬가지예요. 김치의 색깔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기 때문에 너무 검붉지 않은, 선명하고 밝은 빛의 고춧가루를 매년 찾아다니죠.
재료를 선별하는 엄격한 기준표가 있어서 그 기준에 맞는 재료를 찾는 거예요. 최근에는 해썹(HACCAP) 인증도 받아서 정말 믿고 먹을 수 있는 김치가 됐어요. 조만간 백화점에도 소포장 제품을 납품할 계획이에요. 워커힐에서 만든 김치라고 하면 어디서든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김치, 믿고 먹을 수 있는 김치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배추김치
기본 재료
배추 2포기, 무 1.5㎏, 고춧가루 165g,
설탕 130g, 마늘·갓·쪽파·새우젓· 천일염·굴 100g씩, 미나리·찹쌀풀· 민물새우 각 50g씩, 양지육수 대접의 ⅔정도, 채 친 배 반쪽
만드는 법
1 하루 전날 배추 겉잎을 다듬어 반을 가른 후 뿌리 부분에 칼집을 넣는다.
2 물이 담긴 그릇에 배추를 넣어 수분을 준 후 배추 사이사이에 소금을 넣어 뿌린다.
3 배추 뿌리와 두꺼운 줄기 부분엔 한 번 더 뿌린다.
4 다음 날 절인 배추를 흐르는 물에 씻은 후 채반에 올려 1시간 정도 물기를 뺀다.
5 무는 깨끗이 씻어 길이 5㎝, 폭·두께 0.3㎜ 정도로 채 썬다.
6 미나리, 쪽파, 갓은 손질해 씻은 후 3~4㎝ 길이로 자른다.
7 민물새우, 마늘, 생강은 다진다.
8 무채에 고춧가루, 소금, 새우젓, 마늘, 생강, 설탕, 찹쌀풀, 육수, 미나리, 갓, 배, 파 순서로 넣고 버무린다.
9 마지막에 굴을 넣어 다시 한 번 버무린다.
10 수분을 뺀 배추 사이사이에 골고루 ⑨의 양념을 넣는다.
11 항아리나 전용 용기에 배추를 가지런히 담는다.
2016 F/W 신상 김치냉장고
대우 클라쎄
김치 명인들을 연구하여 만든 ‘스마트 명인비법’과 ‘스마트냉각시스템’을 적용해 지하의 수온과 같은 온도에서 예비 숙성을 시키거나 저온 숙성, 급속 냉각이 가능하다. 김치 맛을 최상의 상태로 최대 12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삼성 지펠아삭
스테인리스 소재의 ‘메탈쿨링김치통’과 외부 공기 유입 차단과 냉기 유출을 방지하는 ‘메탈쿨링커튼’ 기능이 제대로 된 한겨울 땅속 김치 맛을 구현해낸다. 덕분에 오랫동안 김치를 더 차갑고 아삭하게 보관할 수 있다.
위니아 딤채 마망
기존 김치냉장고와는 차별화된 부드러운 곡선 디자인으로 젊은 소비층을 겨냥했다. 심플하고 모던한 느낌을 위해 알루미늄 메탈 소재를 사용했다. 유산균을 증대시켜주는 ‘슬림핏 발효과학’ 기능도 탑재해 건강한 김치를 맛볼 수 있다.
LG 디오스 김치톡톡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일반 보관 모드 대비 유산균을 12배 더 많이 만들어내는 ‘유산균김치+’ 기능이 김치에 감칠맛을 더해준다. 전면 외관 디스플레이에서 유산균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건강도 맛도 있는 저염김치
<윤혜신의 저염밥상>의 저자 윤혜신은 저염김치를 권장하는데, 저염이라 장기간 보관이 어려우므로 조금씩 자주 담가야 한다고 말한다.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 맛과 향이 강한 채소를 넉넉하게 넣으면 잘 물리지도 않고 싱거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저염김치기본 재료 배추 1통, 무 1개, 대파 3대, 쪽파·부추 100g씩, 소금물 5컵
(물 5컵 + 소금 3큰술)
김치양념 재료 고춧가루 1컵, 양파 1알, 마늘 20알, 생강 1알, 발효액 ¼컵, 액젓 3큰술, 찹쌀풀 3컵(물 3컵 + 찹쌀가루 3큰술)
만드는 법
1 채소들은 씻어 물기를 뺀 뒤 배추는 한입 크기로 썰고 무는 나박하게 썬다. 대파는 송송 썰고 쪽파와 부추는 3㎝ 길이로 썬다.
2 소금물에 ①을 넣고 1시간 정도 절이는데 중간에 한두 번 뒤집어준다.
3 분량의 김치양념 재료를 믹서에 넣고 간다.
4 ②를 그대로 건져서 ③에 살살 버무리고 통에 담아 실온에서 하루 익힌 후 냉장고에 보관하며 먹는다.
한식당으로 유명한 ‘온달’과 갈비 전문점인 ‘명월관’의 김치를 집에서 편하게 맛볼 수 있다. 일정 금액을 내면 월 2회 2㎏씩 워커힐호텔의 맛있는 김치가 집으로 배달되는 것. 배추김치와 함께 계절에 맞는 김치를 함께 받아볼 수 있다. 문의 02-450-4479
요즘 대세 김치
황태를 우려 만든 특제 육수와 남해안산 황석어만을 골라 담근 2년 숙성 황석어액젓을 사용해 깊은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얇게 썬 밤, 잣, 신선초에 신안산 100% 천일염으로 절인 국내산 배추를 사용해 조선시대 임금들의 12첩 반상에 오르던 잘 익은 젓국지(배추와 무 등을 썰어서 젓국에 버무린 배추김치)의 시원하고 개운한 맛을 재현했다.
피코크 조선호텔 김치
요즘 가장 핫한 김치! 김치로 유명한 조선호텔의 김치를 이제 이마트에서도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국내산 제철 배추와 무, 신안 천일염, 국내산 고춧가루 등 고급 재료에, 기존 맛은 유지하면서 조선호텔 김치의 ⅓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8가지 김치로 선보이는데 벌써부터 인기가 심상치 않다.
명인들의 비법, 육젓
유월에 나는 새우로 담근 새우젓인 육젓은 흰 바탕에 연분홍색을 띠며 껍질이 얇고 살이 많아 새우젓 중 최고로 친다. 일반 새우젓에 비해 풍미가 좋고 시원한 맛이 나기 때문에 명인들은 이 육젓을 즐겨 쓴다고.
아이들과 함께 김치 나들이
뮤지엄 김치간
인사동에는 CNN이 선정한 세계 11대 음식 박물관이 있다. 풀무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김치간은 어른과 아이 모두 김치를 느끼고 즐기며 체험하는 김치박물관이다. 볼거리는 물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문의 02-6002-6456
김치테마파크
부천 한옥마을 내에는 식품명장 1호이자 한국에 5명밖에 없는 김치 명인 1호인 김순자 명인의 김치 테마파크가 있다. 과정을 하나하나 천천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김치 명인의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다. 체험 후 먹을 수 있는 보쌈도 별미. 문의 070-4251-1212
김치를 담그다
막막할 때 읽는 책
<팔도김치&퓨전요리>
대가
서울 김치, 강원도 김치, 충청도 김치, 전라도 김치, 경상도 김치, 제주도 김치, 이북 김치 등 지금껏 전해 내려오는 팔도의 다양한 김치 레시피를 한 권에 담았다. 각 지역별로 다른 김치의 맛과 특성을 한눈에 정리해놓아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치 명인 강순의의 계절김치>
중앙북스
종갓집 종부이자 김치 명인인 강순의가 들려주는 김치 이야기. 단순한 김치 이야기뿐만 아니라 좋은 재료를 고르는 법, 숙성 시점을 찾는 노하우 등 40년 이상 축적된 김치 명인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준다.
<김치수첩>
우듬지
김치의 역사와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61가지 김치에 대한 이야기와 정보를 들려준다. 김치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와 역사, 재료 고르는 법, 맛있게 담그는 방법 등을 복잡하지 않게 찬찬히 설명해주는 가이드북이다.
<시골 엄마 김치>
상상출판
각 계절에 맞는 108가지 김치를 선보인다. 김치 재료 손질법부터 맛있게 절이는 법, 다양한 풀을 쓰는 방법까지 상세한 과정 사진들을 통해 친절하고 꼼꼼하게 설명해준다. 정확한 계량이 가능하도록 계량스푼 레시피를 소개해 요리 초보들도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