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문] 롯데월드 벨루가를 죽기 전에 바다로!
2019년 10월 24일 마지막 남은 벨루가 ‘벨라'를 방류하겠다고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발표한 지 정확히 4년이 지났다. 그런데 벨라는 아직도 서울 잠실 지하의 좁은 수조에 갇혀 있다. 롯데 측은 지금까지 3번이나 약속을 어기며 벨루가를 해외 생츄어리에 보내겠다고 했지만 변명과 책임회피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말았다. 친구 두 명을 먼저 보낸 흰고래 벨라가 롯데 수조에서 얼마나 더 버틸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도 롯데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2026년쯤 이송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애초에 롯데는 벨루가 이송에 진정성이 없었던 것이다.
바다로 나갈 날만을 기다리며 4년을 보냈는데, 해외사와 논의를 해야 하니 3년을 더 기다리라는 롯데 측의 황당한 책임회피가 정당화되려면 롯데가 직접 해외에 벨루가 생츄어리를 건립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때다. 일본기업이기도 한 롯데가 만약 일본 홋카이도 북부 오호츠크해 인근에 적당한 지점을 찾아 벨루가 생츄어리를 건립하고, 벨라를 그곳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단순히 해외의 보호시설로 옮기는 것 이상의 의지를 보여준다면 2026년까지라는 방류 연기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창펑 수족관에 갇혀 있던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를 해외 수족관업체 씨라이프가 인수해 방류하겠다고 발표하고 실제로 아이슬란드에 마련된 벨루가 생츄어리로 이송하는데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약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마련되어 있는 아이슬란드 생츄어리로 벨루가를 이송하겠다고 말만 하고 허비한 4년에 더해 총 7년을 기다리라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대기업 롯데의 책임회피이며, 약속 불이행에 다름 아니다. 씨라이프가 만든 아이슬란드 벨루가 생츄어리 홈페이지에는 흰고래 10개체를 위한 공간이 바다 한켠에 마련되어 있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더 많은 벨루가들을 수용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노르웨이에서 벨루가 자연보호구역을 만들고 있는 원웨일에서도 최근 롯데 측이 벨라를 보내겠다고 확언을 해주면 사업 추진이 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롯데가 3년을 더 허비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운영사인 (주)호텔롯데가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롯데월드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41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수익 중에서 벨라를 통해 아쿠아리움이 벌어들인 이윤도 상당할 것이다. 야생에서 수명이 50년에 달하는 벨루가들이 이미 롯데 수조에서 2명이나 비참하게 죽었다. 계절에 따라 하루에 100km 정도를 이동하고, 수심 600미터까지 잠수하는 등 넓고, 깊고, 차가운 바다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무리지어 살아가는 사회적 습성 때문에 비좁은 수조 생활 자체를 견디지 못하며, 자신이 감금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는 벨루가를 전시한다는 것 자체가 끊임없는 학대이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흰고래의 감금, 착취 및 학대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롯데는 이번 벨루가 방류 3년 연기를 통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 번 방기하고, 소비자를 기만하였다. 이에 항의하는 시민단체를 피해 부풀리기로 형사고소해 겁박하기도 하였다. 우리는 롯데가 시간끌기와 책임회피를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벨루가 방류 절차에 돌입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책임감 있는 방류 절차는 벨라의 즉각적인 전시 중단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비인간 동물의 감금과 착취로 이윤을 챙기는 부끄러운 행태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우리는 그동안 롯데가 보여준 반생태적인 행태에 대한 반성과 방류 약속 이행을 촉구한다. 더불어 방류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한 시민들에 대한 법적 억압도 즉각 해소해야 할 것이다.
2023년 10월 24일
동물권행동 카라, 새벽이생추어리, 시셰퍼드코리아, 핫핑크돌핀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