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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범죄분석관·국회의원… 삶의 나침반은 언제나 ‘신앙’
▲ 의원실에서 표창원 의원(왼쪽)이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서종빈 보도총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힘 기자 |
가톨릭 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대림 개편을 맞아 TV, 라디오, 신문 합동으로 우리 시대 진정한 리더를 만나보는 ‘가톨릭 리더를 만나다’를 준비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일깨워 주신 나눔과 비움, 섬김을 실천하는 리더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 어느 때보다 진정한 리더가 절실한 요즘, 리더로 살아가는 신앙인들의 삶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초선인 표창원 의원.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출신답게 그는 요즘 사건이 아닌 국정을 수사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아 들여다보면 볼수록 마치 블랙홀에 빠지게 되는 국정농단 사건에 그의 분석은 끝이 없었다.
11월 21일 오전 인터뷰장인 의원회관 집무실에 약속 시각보다 10여 분 늦게 왔지만 인터뷰를 할 모든 준비는 하고 있었다.
긴 TV 인터뷰를 위해 준비한 것은 단정한 복장뿐. 평소의 생각을 솔직하고 겸손하게 이야기하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어린 시절 사고뭉치였지만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그에게 신부는 법률가의 수호성인인 ‘이보’를 세례명으로 골라 줬다.
경찰관이 됐고 국내 최초, 최고의 프로파일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약자에게 솔직했고 강자에게 단호했으며 젊은이들에겐 무조건 사과했다.
솔직해서 사과를 많이 하는 정치인이었고 자신의 이미지 손상을 예상할 수 있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서종빈 보도총국장
▶ 프로파일러 하시다가 갑자기 정치인이 되셨는데요. 국정을 살피는데 길이 보이시나요.
복잡한 길이 보입니다. 많이 얽히고설켜 있는…. 프로파일러는 진실과 정의 두 가지를 추구합니다. 사건의 숨겨진 이면, 정말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을까? 이 사람이 진범일까?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프로파일러의 역할입니다.
궁극적으로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은 벌을 받고, 피해자는 위로와 구제를 받고 억울한 사람이 있다면 그 억울함이 풀리고…,
이것이 정의죠. 그런데 프로파일러로서 30년 가까이 일을 하다 보니 뭐랄까요. 두더지 잡기 아시죠? 망치로 계속 두더지를 잡는데 두더지는 끊임없이 나오는 것이죠.
그래서 ‘아, 좀 지친다’라는 생각도 들고 근본적인 진실과 정의 이런 부분들을 좀 추구하고 싶다, 그것이 결국은 정치라는 틀 안에서 법을 만들 수도 있고, 제도를 고칠 수도 있고, 권력을 바로잡을 수도 있고요.
▲ 모든 일의 중심에는 언제나 신앙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표창원 의원.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
▶ 프로파일러 하실 때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여러 각도에서 집중적인 분석을 하면 됐는데 국정은 혼자 분석할 수가 없는 거죠? 국정농단 사태는 어떻게 수사해야 할까요.
우선, 수사 자체는 검찰이 하고 있는데요. 워낙 방대합니다. 그야말로 국정 전반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이용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추정과 혐의가 있었고 그 혐의가 점점 근거와 증거, 진술을 통해 사실로 굳어져 가는 이런 과정인데요.
그래서 이것은 다른 일반 범죄사건과 달리 혼자서 행할 수 없는 그래서 국회와 검찰, 언론 그리고 국민 모두가 동료 수사관이 되어서 거대한 국민적 수사팀이 만들어지는 그런 상황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지난 5월 국회의원 당선이 확정된 순간, 부인 이승아씨와 함께 손을 들며 기뻐하는 표창원 의원. 표창원 의원 제공 |
▶ 대통령은 국민의 최고 리더인데요, 비선을 이용해 국정을 운영하고 말 바꾸기를 하고 있습니다. 프로파일러 입장에서 분석한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선 리더로서의 심리가 하나가 있겠고요. 또 다른 차원은 그냥 인간으로서의 심리가 있겠죠. 리더라는 것은 우선 자신을 버려야 하지 않습니까?
자신이 책임을 지고 봉사하는 대상들이 있으니까 리더에게는 일반인과 다른 도덕, 윤리, 준법의식, 판단력, 결단력, 책임감, 이런 것들이 늘 요구됩니다.
리더가 선의의 거짓말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경제가 심각한데 있는 그대로 국민들께 말씀드렸다가는 더 패닉이 일어나고 경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을 때 ‘경제 기초는 견고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믿어 주십시오’,
이렇게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는 있겠죠. 물론 이 경우에도 나중에 경제 위기가 극복되면 고백을 해야 하겠죠. 그런데 현재의 말 바꾸기는 선의의 거짓말도 아니고 공익을 위해 진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자신을 위한 자신의 이익, 자신이 진실 규명의 대상이 되어 있고 책임 추궁의 대상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진실 규명과 책임 추궁을 피해 보자는 거짓말입니다.
말 바꾸기이고요. 이것은 기본적으로 리더로서의 자질과 자격이 없고 리더가 아니라고 볼 수밖에 없죠.
▶ 표 의원도 어린 시절에 좀 말썽쟁이셨죠.
네. 엄청난 말썽꾸러기였죠. 저 때문에 어머니가 많이 힘드셨습니다. 부친께서 해병대에 계시면서 월남전에 참전하시는 동안 연락과 송금이 끊긴 기간이 꽤 오랫동안 있어서 생계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저는 어려서 몰랐고 동네에서 뛰어다니면서 노느라고 정신이 팔려 철없이 남의 집 장독 깨고, 유리창 깨고, 다른 아이 코뼈 부러뜨리고 치료비 물어 주고, 어머니께서 얼마나 속이 타셨겠어요.
그때 어머니가 성당을 다니시면서 계속 기도하시고 저를 앞에 앉혀 놓고 묵주기도 드리고 제 손을 끌고 성당에 갔습니다.
성당에서 복사도 하고, 성가대 활동도 하고 이러면서 제 행동과 감정 조절 이런 부분이 많이 정리되었다고 할까요, 성숙하고 차분해졌다고 할까, 그런 효과를 많이 거뒀죠.
▶ 아우구스티노 성인처럼, 어머님의 기도가 아들을 잡아줬네요. 모태신앙이신데 성당은 잘 다니시죠.
부끄럽죠. 죄송하고요.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정말 독실한 신자였습니다. 불량 동아리, 폭력 동아리에 있는 친구들한테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같이 대화도 나누면서 그 친구들과 함께 성당에 많이 갔습니다.
한창 바쁜 고3 때도 미사는 빠진 적이 없었고요. 그랬는데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냉담하기 시작했죠. 일단 건방져졌죠. 하느님을 믿는 사람만이 하느님 나라에 간다는 것이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하느님을 모르고 하느님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행동이 예수님처럼 착하고 봉사하고 산다면 하느님 나라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된 거죠.
그러면서 미사와 신앙 활동으로부터 멀어지게 됐습니다. 지금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난 총선 때 표가 필요해서 정말 죄송하지만 다시 신앙고백을 하고 성당의 신부님께 고해성사 보고 신자들께 인사드리고 동네 성당들을 모두 다 찾아다니면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그러다가 의정 활동이 바빠지면서 당선되고 나니까 요즘 성당에 잘 나가지 못합니다.
▶ 신자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혼나야죠. 혼나야 합니다. 거짓을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요. 지금도 그런 갈등과 고민 그리고 번민이 있는데요. 최근에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건의 진상 조사를 하면서 가톨릭과 성당을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백남기 선생님은 신자로서 가톨릭 농민회 회장이셨죠. 이를 보면서 가톨릭이 정말 신앙을 떠나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힘없고 약한 분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다시 감동을 받고 그러면서 저의 신앙과 신심에 대한 회복이 일어나고 있는 과정입니다.
▶ 여러 격변을 겪으시면서 가톨릭 신앙이 어떤 도움이 됐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요.
가장 중심에 있죠. 제가 그 어떤 인간의 오만함, 이성, 합리 이런 부분으로 신앙에 대한 회의와 의문, 도전의 과정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참신앙을 발견하고 마지막 의문에 끝까지 가보겠다고 하는 나름대로 개인적인 시도인 것이고요.
제가 살아오는 과정 중에 가장 중심에는 신앙이 있습니다. 신앙의 의미는 제가 옳은 일을 한다는 것이죠. 바른 일. 그러니까 현세의 이익을 탐하지 않고 하느님의 가르침,
사랑, 예수님의 실천 이런 것들이 중심에 있고 그것이 가장 옳은 것이고 가치이고 거기에서 위반되는 것은 배격하고, 부합한다면 비록 내가 힘들고 나에게 불이익이 닥치더라도 따르리라. 이것이 제 삶의 가장 중심에 있습니다. 신앙이 없다면 그렇게 할 수가 없죠.
▶ 진정한 리더는 어떤 모습일까요.
예수님의 모습이죠. 그런데 우리가 혼란스러운 이유는 리더인 CEO나 대통령, 장ㆍ차관, 국회의원들의 이미지가 국민들이 느끼기에 전혀 예수님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이미지는 우리를 속이고, 우리 것을 빼앗고, 자신들의 힘을 남용해 사리사욕을 취하고 공평ㆍ공정이 아니라 편파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 전반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가는 게 리더이고 ‘누가 올라가든 다 똑같다’는 염세주의와 냉소주의가 퍼져 있는데요.
더 늦기 전에 빨리 바꿔내야 하고요. 그렇게 하려면 리더라는 자리와 역할에 대한 대변혁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 보수세요? 진보세요? 말씀을 들어 보니까, 더 헷갈리는데요. 「보수의 품격」이란 책도 내셨죠.
저는 늘 보수라고 생각하고 살아왔고요. 스스로도 그렇고. 우리 가톨릭도 기본적으로 보수 신앙이잖아요. 그런데 그 안에 진보 신학이 있죠.
그렇게 본다면 저는 언제나 주류의 가치, 주류의 어떤 문화, 전통, 원칙 이런 것들을 수용해 왔고 거기에서 벗어난 것에 대해서 멈칫합니다.
쉽게 말씀을 드리면 진보가 추구하는 혁신적인 가치들, 사회를 확 바꿔내고 노동자 세상을 만든다든지 그런 것에는 저는 멈칫하고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역사와 전통 속에 일궈온 헌정 체제와 국가 시스템, 우리 신앙의 근본. 이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가꾸고 다듬어내고 발전시키는 것을 제 가치로 삼고 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저의 이같은 생각에 대해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시는 많은 분들이 ‘과격하다’고 하시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보수라고 생각하는데 사회 일각에서는 제가 보수가 아니라고 하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 미래에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젊은이들이 요즘 분노하고 있습니다. 젊은이가 좋아하는 리더로서 젊은 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우선은 사과죠. 죄송하다. 제가 말썽꾸러기였다는 그 이면에는 반항아였다는 것이 함께 깔려 있습니다.
앞에서는 우리에게 윤리와 도덕을 지켜라, 공부하라 하면서 뒤에서 본인들은 거짓말하고, 별의별 불법과 탈법을 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제대로 해라” 하고 반항했죠. 나는 어른이 되면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고요. “절대로 부모님처럼 안 살 거예요” 했습니다.
그게 부모에게는 얼마나 가슴에 못이 박히는 얘기겠어요. 제가 지금 부모로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끔 그런 공포감을 느껴요.
나처럼 이 녀석들이 “나는 아빠처럼 안 살 거야”라고 하면 어떡하나. 세대 전체를 보면서 우리가 끊어줬어야 할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대물림하는 것이죠. 그게 저는 너무 미안하고 그러면서 거기 깔린 게 있죠.
‘여러분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여러분만큼은 지금 가지고 있는 정의감, 지금 가지고 있는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요.
▶ 정국이 총체적인 난국입니다. 반목과 질시, 대립과 비난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결국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용서와 화해의 길로 다 같이 가야 하는데 조금씩 양보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용서와 화해다. 그런데 거기에는 전제가 있죠. 범죄 피해자들이 가장 힘들고 어려워하는 것은 자신이 존경하고 따르는 종교 지도자들이 자기보고 용서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용서가 되겠습니까?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을 강간한 악마같은 놈을 용서하라는 것이 받아들여지겠습니까. 예수님 말씀처럼 용서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사랑해야 할 텐데 내 원수를 사랑하지 못해요. 용서 못 해요.
그럼 내가 죄인이 되잖아요. 그건 아니라는 것이죠. 그 용서와 화해의 전제는 가해자가 진솔하게 자신의 죄를 내어놓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응당한 책임을 져야죠.
▶ 요즘 표창원 의원의 간절한 기도는.
이 세상에 힘들고, 약하고, 피해입고 억울한 모든 분들께 참된 힘과 희망이 되어드릴 수 있는 그런 공동체, 그런 교회, 그런 지도자들, 그런 정치가 꼭 빠른 시일 안에 우리 대한민국에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표창원 의원 약력
-1989년 경찰대학 졸업
-1991년~1999년 주임형사
-1993년 5월~1997년 12월 영국 엑서터 대학교 사회학 박사
-1999년 경찰 사직
-1999년~2001년 경찰대 전임강사
-2012년 경찰대 교수
-2014년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
-2016년 1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
-2016년 5월 29일 제20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지역구, 경기 용인시 정)
이힘 기자(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