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431)... 니코틴 中毒死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니코틴(nicotine) 중독사(中毒死)
담배를 오랫동안 피우면 니코틴중독(nicotinism)이 되어 금연(禁煙)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니코틴은 헤로인, 코카인 등 마약(痲藥)만큼 중독성이 강하여 인간에게 가장 끊기 힘든 중독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니코틴은 식물의 대사물질인 알칼로이드(alkaloid)의 일종으로 담배, 감자, 토마토와 같은 가지과(solanaceae) 식물의 잎에서 발견된다. 니코틴은 특히 담배에 많이 들어있는 성분으로 담배의 뿌리에서 생합성되어 잎에 축적된다.
담배를 처음 피우거나 많이 필 때 느끼는 현기증, 두통, 구토 등은 니코틴으로 인하여 생기는 증상이다. 니코틴의 주된 작용은 카테콜라민(catecholamine) 분비를 증가시켜 혈압 상승, 맥박 상승, 말초혈관 수축, 심근근육의 산소 소비량 증가 등 심장혈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니코틴은 지방대사에도 영향을 미쳐 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는 올해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전자(電子)담배로 갈아타는 흡연자가 늘고 있다. 전자담배에 사용하는 액상(液狀) 니코틴을 마시고 중독 되어 사망한 사람들이 있다. ‘니코틴(nicotine) 중독사(中毒死)’는 지난해 12월에 사망한 50대 남성의 사인(死因) 분석에서 처음으로 보고 된 새로운 사망 사례이다. 금년 3월에는 자기 방 침대에서 숨진 20대 남성을 부검한 결과 니코틴에 중독 되어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National Forensic Service) 법의관이 말했다.
숨진 20대 남성은 신장 185cm, 체중 116kg의 건장한 체격으로 지병(持病)도 없었다. 국과수(NFS) 부검 결과에 따르면 위장, 간, 혈액 등에서 니코틴이 검출되었으며, 혈중 니코틴 농도는 ℓ당 22.77㎎에 달했다. 혈중 니코틴 농도가 ℓ당 3.7㎎ 이상이면 치사량(致死量)이 된다. 사망한 남성의 머리맡에서 발견한 갈색 병에는 농도 99.9% 원액(原液) 니코틴이 들어있었다.
니코틴이 1% 이상 들어간 용액은 유독물질로 분류돼 허가받은 사업자만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원액 니코틴은 전자담배 이용자들 사이에서 ‘퓨어 니코틴(pure nicotine)’이라고 불리며 은밀하게 유통되고 있다. 판매 사이트들은 고농도 액상 니코틴을 세금만 내면 별다른 규제 없이 세관을 통관할 수 있다는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에 희석하지 않은 100% 니코틴은 매우 위험한 독극물(毒劇物)인데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전자담배는 궐련, 엽궐련, 파이프 담배 등의 흡연식(吸煙式) 담배의 대안제품으로서 배터리와 무화기, 카트리지로 구성되어 있다. 카트리지(물부리)에 들어있는 정제된 니코틴 용액을 초음파 또는 가열 기술을 이용하여 수증기로 무화(霧化)하여 흡입할 수 있도록 만든 전자 기기이다.
전자담배는 2003년 중국의 SBT사에서 개발하여 2004년 최초의 전자담배가 중국에서 판매되었다. 2006년에는 유럽에서 그리고 우리나라는 2008년에 수입하여 판매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자담배 판매의 적법성 여부는 국가별로 다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항공기 화물칸에서 전자담배가 화재를 유발했다는 보고에 따라 위탁수화물 안에 전자담배를 넣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세계 전자 담배 시장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담배 카테고리에서 전자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세계 각국의 메이저 담배회사들이 전자담배 제조에 뛰어들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2008년에 전자담배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니코틴 대체 요법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연구가 세계적인 학술지에 발표된 적이 없으므로 전자담배를 적법한 금연 도구로 여기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헬스 캐나다(Health Canada)는 2009년 3월에 전자담배에 관해 “전자담배 제품들이 기존 담배보다 안전한 대체품으로 마케팅되고 있고, 일부는 금연 보조 도구로서 마케팅 되고 있으나, 전자담배는 니코틴 중독(poisoning, addiction)의 위험을 내포할 수 있다”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국제암연구소는 전자담배 제품 전체에서 발암물질로 지정한 아세트알데히드가 검출돼 암을 유발한다고 2012년에 발표했다.
통계청의 가계(家計)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부터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되면서 대부분 소득계층에서 담배 구입비가 늘었지만 소득수준 하위 20% 계층에선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담뱃값 인상 부담을 견디지 못한 저소득층이 생계형 금연(禁煙)을 하거나 흡연량을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흡연자들이 오른 담뱃값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담배 판매량이 매달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즉, 담배 반출량(담배제조공장이나 창고에서 반출되는 담배양)이 담뱃값 인상 직후인 올해 1월에는 작년 말 담뱃세 인상에 대비해 소비자들이 사재기해뒀던 담배로 인하여 34억 개비 그리고 2월에도 36억 개비였으나, 3월에는 49억 개비, 4월 58억 개비, 그리고 5월에도 54억 개비를 기록했다.
인상된 담뱃세는 간접세이므로 흡연자은 소득에 상관없이 똑같이 낸다. 담뱃값 4500원의 73.4%인 3318원이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다. 담배를 하루에 한 갑을 피는 흡연자인 경우 연간 내는 세금이 56만5641원에서 121만1070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아는 9억짜리 아파트 재산세와 맞먹는 액수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담배 판매로 거둔 세금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담뱃값 인상으로 인하여 8800여억원 늘어났다.
흡연자의 약 80%는 금연(禁煙)을 시도하지만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아 평생 금연을 유지하는 사람은 5% 정도이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은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확산되며 10초 내에 뇌(腦)에 도달한다. 니코틴의 체내 반감기(半減期)는 약 2시간 정도이므로 혈중 니코틴 농도가 감소하면 금단증상(禁斷症狀)으로 짜증, 집중력 저하, 우울감, 불안, 초조, 불면 등이 나타난다.
니코틴에 중독 된 흡연자는 잠들어 있는 시간을 제외한 하루 일과가 흡연과 연결되어 있다. 이는 자신의 의지를 넘어서 중독 되어 있기 때문이다. ‘흡연자 천국’이라고 불리는 중국은 13억 7천만 인구 중 3억명 이상이 담배를 피우며, 해마다 약 130만명이 흡연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한다. 이에 중국 정부는 담배 소비세율을 5%에서 11%로 올려 흡연인구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공무원에게 공공장소 흡연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린 데 이어 6월 1일부터 수도 베이징에서 강력한 흡연 규제책이 시행되고 있다. 즉 베이징의 식당, 사무실, 대중교통, 관광지 등 공공장소에선 일체의 흡연이 금지되며, 학교와 병원 근처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200위안(약 3만5000원)의 벌금을 물어야 하며, 세 번 어기면 정부 웹사이트에 한 달간 이름이 올라가는 망신을 당하게 된다. 베이징시(北京市) 당국은 수천 명의 조사자가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흡연자를 적발하여 벌금을 징수하며, 핫라인 전화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 사진을 올리는 방법으로 신고하는 것을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강남구와 서초구는 강남대로(江南大路) 전역에서 6월 1일부터 흡연단속이 시작됐다. 이 곳은 걸어 다니며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 때문에 간접흡연(間接吸煙) 피해가 큰 곳으로 시민들의 불평이 많았다. 같은 강남대로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돼도 과태료(過怠料)는 각각의 구조례(區條例)에 따라 정하기 때문에 강남구는 10만원을, 서초구는 5만원을 적용한다. 이에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강남구 쪽에서 흡연하면 과태료를 두 배로 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택시는 금연 구역이다. 즉, 택시 안에서 금연은 공중의 건강을 위한 조치로서 담배 냄새가 밴 좌석이 간접흡연의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얌체 흡연자 때문에 택시가 달리는 ‘흡연 부스’가 되고 있다. 현행 운수사업법은 운수 종사자가 대상이라 흡연을 한 택시 기사는 과태료 10만원을 내지만, 택시 승객의 금연은 권고적 성격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러나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 위해서 택시 승객도 처벌하여야 한다.
아동ㆍ청소년기에 인터넷 사용 시간이 길수록 흡연과 음주의 위험이 높다. 특히 스마트폰은 다양한 콘텐츠를 시간, 장소, 상황에 거의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특성으로 인하여 중독성을 높이게 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4년 인터넷중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청소년은 2013년 25.5%보다 3.7%포인트 증가한 29.2%로 나타났다.
성장기 청소년들의 흡연은 건강에 매우 해롭다. 이에 여성가족부(Ministry of Gender Equality & Family)는 대한한의사협회(The Association of Korean Medicine)와 함께 청소년 건강 상담과 금연침(禁煙鍼) 무료 시술 사업을 금년 말까지 추진하고 있다. 금연을 하고자 하는 청소년은 누구나 가까운 지정 한의원을 방문해 무료로 건강 상담과 금연침 시술을 받을 수 있다. 금연침 무료시술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전국 919개 한의원은 대한한의사(韓醫師)협회 홈페이지(www.akom.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이 있듯이 흡연자는 백해무익(百害無益)한 담배를 끊는 금연 결심을 실천하여 건강한 신체와 정신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여야 한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청송건강칼럼(431). 2015.6.20. mypark1939@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