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에 새로운 명물이 생겼다.
일제시대에 완공했던 동해남부선 철도로선 중 해운대역에서 미포 청사포 구덕포로 해서 송정으로 이어지던 기차길이
장산 밑으로 터널을 뚫어 이설하고, 기존의 바다를 끼고 4km나 이어지던 철길은 해변열차길로 변모했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바다는 언제나 넉넉한 푸근함을 준다. 각박해진 현대인은 대부분 바다를 동경하며 산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지만 낙조가 아름다운 서해바다는 갯벌이 연상되는 그런 바다이고, 다도해가 멋들어진 남해바다는
한달이라도 살아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반면, 동해바다는 너무나 호쾌하여 영혼을 다 청소해 주는 듯한 생각이 든다.
부산은 동해의 끝자락이고 남해의 시발점에 위치해서 해안선이 그 어느 항구도시 보다 멋지다. 지중해의 꽃이라는 쏘렌토와 나폴리,
카플리 섬에도 가보았으나 부산만 한 곳이 못되었다. 해안절벽이 있고 어설픈 케이블카 정도에다 바이킹시대부터 이어온다는 상점 등속이 관광자원이었다.
그에 비하면 부산은 천혜의 해안선과 영도 태종대가 있다. 일망무제의 태평양을 호령하는 기품이 일품이고 섬 남쬭을 이어지는 절영로는 더 이상 찬사가 필요 없을 지경이다.
6.25전쟁으로 피난민들이 판자촌으로 섬을 점령한 탓에 북쪽은 망가져서 애통하지만 그만하길 다행이다 할 수 있다.
해운대는 예부터 부산 8대중 가장 압권이었는데 도시화가 너무 빨리 진행되어 빌딩숲에 뭍힐 지경이 되었어도 그런대로 동백섬이 보존되어 있고, 백사장이 이 정도라도 유지되어 주니 다행한 일이다.
달맞이 고개에 있던 주공아파트가 초고층아파트로 바뀌어 흉물스러운데다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높다는 말썽많은 101층 짜리 엘시티가 해운대의 운치를 망가트려 울화통 터지는 마음은 나만 아니리라 본다.
바다를 기준으로 저층 중층 고층으로 건물 배치를 하면 안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작년 이맘때 쯤 코로나 피난을 와서 보니 예전 철로위에 공사를 하고 있기로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마음내어 해운대로 갔다.
블루라인 파크라고 이름 붙이고 송정까지 4.6km 에다 해변열차 길로 개조하고, 청사포까지 2km는 고가레일을 설치하여 4인승 켑술이 다니고 있었다.
레일옆으로는 산책로가 있어 한눈도 놓치지 않고 바다를 보면서 걸을 수 있고, 간간이 절벽 아래로 내려가 원시미답의 모래톱도 밟을 수 있게 해두었다. 하늘에는 켑술이 기어가고, 땅에는 추억의 기차가 느릿느릿 움직이니 세겹의 바닷길이 열린셈이다.
기찻길 높이와 산책길 높이가 같아 코로나가 끝나면 관광객들로 길을 매울게 분명한데 기차안의 시야가 방해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세계적 명소가 될 것 같다.
송정까지는 기차로 갔다가 싱싱한 회 한접시에 소주 석잔쯤 걸치고 경사도 제로인 산책로로 걸어오다 청사포에서 커피한잔을 마신 다음 해운대 백사장을 거닌다면 이 보다 더 좋은 힐링코스가 있을까 묻고 싶다.
이렇게 발상전환만 하면 무궁구진한 자원이 많다. 곧 뜯겨지는 경주역에서 안압지로 이어지는 동해남부선 기찻길도 여기서 벤치마킹해 보았으면 좋겠다.
첫댓글 선배님 좋은 글 고맙습니다. 동해남부선폐선을 이용하는 제안 정말 새겨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