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덕분에 런던과 서울간의 시간차를 확실하게 몸으로 익혀 나가고 있는 중이다. 오후 4시가 넘어가면 마치 아침 업무를 시작하는 오전 9시라도 된 듯이 기대 섞인 마음으로 TV부터 켜고 본다. 올림픽 경기가 여기저기서 시작되고, 나는 SBS MBC KBS를 넘나들며 생중계(Live)만 골라보기 시작한다. 새벽 4시가 되면 그 쪽 런던은 서서히 밤이 깊어가는 무렵이니 나도 비로소 잠자리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이러다 보니 낮과 밤이 뒤 바뀌어 책을 보아도 집중이 잘 안 되고 나도 모르게 졸고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요즘이다.
유도의 종주국 일본이 석연치 않은 판정 번복으로 얻은 금메달 하나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동안, 한국은 그야말로 각본 없는 휴먼드라마로 전 국민의 심금을 울린 값진 두 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런던 올림픽 유도 남자 90Kg급에서 막 금메달을 목에 건 송대남 선수가 그의 동서이자 자신의 코치이기도 한 정훈 감독에게 큰 절을 올리고 이에 맞절로 답하는 코끝이 찡해지는 장면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81Kg급 간판스타였던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권영수에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김재범에게 밀려나 올림픽 무대는 밟아 보지도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2010년에는 무릎 수술까지 받아야 했던 불운의 사나이였다. 유도선수 나이로선 그의 말 맞다나 환갑이 넘는 서른을 훌쩍 넘긴 그가 체급을 90Kg으로 올려가며 그 변화에 적응키 위해 쏟아낸 노력과 열정은 놀랍기만 하다. 포기할 수 없다는 자신의 신념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정훈 감독의 격려와 담금질 덕택에 송대남은 결국 변화에 성공했고, 올림픽 금메달이란 그의 평생 꿈을 실현하게 되었다.
이렇게 체급을 올려야 하는 고통어린 변화를 주어 금메달 사냥에 성공한 선수는 송대남 말고도 한 명 더 있었으니 그가 바로 김재범이다. 73Kg이 자신의 주 무대인 김재범에게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산(山)인 ‘이원희’와 이원희를 누르고 혜성같이 등장한 왕기춘이 있었다. 이들에게 계속 밀려난 김재범은 할 수 없이 81kG으로 체급을 높여 꿈을 계속 키워 나가야 했고, 결국에는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유도 첫 번째 금메달을 거머쥐게 된다.
왕기춘은 김재범을 새 땅으로 밀어내었고 밀려난 김재범은 송대남을 다시 새 땅으로 밀어내었지만, 새 터전으로 밀려나 변화에 적응한 김재범과 송대남은 금메달에 성공했고 자기자리를 고수하고 있던 강자 왕기춘은 동메달 조차 목에 걸 수가 없었다.
모름지기 변화에는 갑절이상의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고, 고통은 성공의 키가 된다는 역사의 교훈은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다시 한 번 증명되어 졌다.
201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