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교사님의 사역 일기

[samea]

태국에 처음 왔을 때 치앙마이에서 언어공부를 시작하기 전
며칠 동안 버스라고 이름하는(?) 차와
세 발 오토바이인 ‘뚝뚝’을 타고 시장이며 백화점을 다니다
결국은 폐렴을 얻고 말았었다.
그 이후로 감기를 걸린 체 며칠만 내버려두면 영락없이
천식으로 변하게 되는 고질병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고 살았는데 이번엔 조금 심해진 것 같다.
그냥 집에 있는 약을 먹고 대충 견디고 있었는데
산을 태우기가 한창인 지금 쁘라이 산에 있는 지금
마치 천식이 미쳐 버린 듯이 강해져서 약간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뿌연 연기 가운데 타고 있는 산을 보며,
나야 연기와 그을림 덕분에 이렇게 더 기침이 심해지긴 했지만
불 타는 가운데 있는 ‘산’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일년 내내 푸르름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공급해주는데도
우리 인간이 필요할 땐 가차없이 큰 나무를 베어 버리고
불을 놔 완전히 태워 버리는 데도 아무 말도 안 하고 묵묵히
또 자신을 내어놓는 산을 보며 참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기치 못한 비라도 올 까봐 너도 나도 다투어 산을 태워 버리는
우리 쁘라이 부족 사람들을 보며 성경공부 교재를 번역하다가 말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버린다.

우리의 구원자 되시는 대도 끝까지 십자가에서 처절한 죄인으로서의
죽음을 당하신 그 예수님.
다른 방법이 아니고서는 우리를 구하실 수가 없으셨기에
직접 이 땅에 오시고 자신을 희생의 제물 삼으신 우리 예수님.
우리 쁘라이 산을 보면 우리 예수님이 생각난다.

한 해 한 해 변함없이 모든 것을 인간에게 내어 주면서도
그저 인간들이 자신들을 사용해 주는 것만해도 고마워하는 듯한 착한 산.
수 년간 힘들게 키워 놓은 나무를 단 한 순간에 싹둑 베어 버리고
필요한 대로 산을 깎고, 파 대고, 심고, 또 캐어내고 등등
계속 우리 인간은 자신들을 마음대로 취급하는 대도 산은 조용하다.

나 같으면 한 번 이라도 ‘도대체 왜 그러냐?’고 소리 칠 만도 한대도
우리 산은 조용한 미소만 짓는 것 같다.
아프다고 소리 한 번 지르지도 않는 우직한 어떤 분과 참 많이도 닮은 친구이다.

끼우짠 선교원 방학식 날 센터 바로 옆에서 불이 났다.
화전을 시작한 게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불길을 잡지 못해
우리 센터 바로 옆까지 번져 버린 것이었다.
얼마나 덥던지…
그저 그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보기만 해도 덥고,
그 옆에 센터 안에 있는대도 얼마나 덥던지…

우리 산은 얼마나 더울까?
그러나 그 불이 언젠가 꺼지고 나면 산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내어 주고 말겠지.
그게 산이 사는 인생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그게 사람을 향한 산의 사랑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듣다.
우리 주님처럼 말이다.

모든 것을 우리 인간에게 다 내어 주시고도 인간이 하려는 대로
다 하게 하시고 끝까지 받아 주시고, 용서 하시고, 배려 하시고, 끊임없이 주시는 분.
산이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내어 주듯 그래서 그 해가 지날 때
귀한 열매들이 맺혀지고 그 열매 또한 우리 인간에게 다 내어 주는 산처럼…
그래서 그 주님 안에서 우리는 또 다른 열매를 맺고
그 열매를 통해 주님은 행복해 하시고 말이다.

기침이 멈추지 않아 마치 밤에 이렇게 기침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다가
새벽에 감사의 눈물을 드렸다.
우리 쁘라이 성도들의 새벽예배 때의 ‘콜콜의 기도’를
내가 직접 제대로 체험하게 해 주셔서 그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나의 기도가
제대로 진실해 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말 만 하는 종이 아니라 진실로 온 몸과 마음으로 이들을 위해
눈물을 뿌리는 그런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다.
별로 자랑할 열매는 없어도 그저 우리 쁘라이 산처럼
조용히 나 자신을 내어 주며 이들을 위해 같이 울어주고
손 잡아 주는 그런 그리스도인 말이다.

우리 주님도 온 맘 다해 사랑해 주신 내가 한심할 땐 이 산처럼 더우시겠지?

아! 완전히 연기로 꽉 찬 산을 보는 나도 참 덥다.

우리 산은 얼마나 더울까?

빨리 비가 왔으면 좋겠다. 시원하고 깨끗해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