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수환 추기경.© News1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오는 16일 우리 사회에 사랑과 나눔이라는 큰 울림을 남기고 선종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 선종 5주기를 앞두고 추모사업 및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옹기장학회(이사장 염수정 추기경)는 13일 북방선교에 관심있는 서울대교구·평양교구 신학생 13명에게 2014학년도 제1학기 장학금 전달하고 격려할 예정이다.
장학금 전달식은 장학회 설립 이후 23번째로 이날 오후 3시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별관 1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다. 염수정 추기경은 학생들을 만나 직접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옹기장학회는 이번 장학금 전달까지 총 204명의 학생에게 4억800만원을 지원했다.
옹기장학회는 김수환 추기경이 북방선교를 위한 장학회 설립을 건의받고 박신언 몬시뇰을 주축으로 2002년 11월 22일 설립했다. 북방선교를 희망하는 신학생들에게 매 학기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옹기'는 김수환 추기경의 아호(雅號)이다. 옹기장학회는 생전 자신의 이름을 따 일을 벌이는 것을 꺼렸던 김 추기경이 직접 사재를 출연하고 자신의 아호로 이름까지 지은 유일한 사업이다. 한승수(다니엘)전 국무총리가 초대회장을 지낸 바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사장 김용태 신부)는 한국장기기증네트워크(이사장 조원현)와 공동으로 '2014 희망의 씨앗 심기' 생명나눔 캠페인을 진행한다.
김 추기경 선종일인 16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진행되는 생명나눔 거리캠페인에는 본부 홍보대사 탤런트 양미경 씨가 함께할 예정이다(오전 11시부터 30분간). 본부는 현장에서 장기기증 상담과 기증희망 접수를 받고 현장 접수자들에게 '희망 씨앗'을 상징하는 메시지콩과 이를 담은 종이화분 에코팟을 전달한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대표 NGO단체로 1989년 세계성체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면서 '생명존중과 나눔실천'이라는 대회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고 김수환 추기경이 설립했다. 해외원조, 북한돕기, 국내입양, 각막 및 뇌사시 장기기증, 헌혈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생명나눔운동과 빈곤없는 행복한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인도적 지원, 지역개발사업, 교육사업, 의료 및 보건사업, 사회운동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오는 16일 오후 5시 40분부터는 KBS 1TV 채널을 통해 김수환 추기경 선종 5주기 추모음악회인 열린음악회 특집이 방영된다.
음악회는 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소장 박일영) 주최로 지난달 28일 KBS홀에서 사전 녹화로 진행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재)바보의나눔 이사장 조규만 주교, 대한성공회 김성수 주교, 원불교 박청수 교무, 한국불교 태고종 법현스님 등 종교인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조현재 제1차관, 서울시교육청 문용린 교육감, 국회 정진석 사무총장, 삼성꿈장학재단 손병두 이사장 등 정·관계 인사가 함께 했다.
음악회에서는 팝페라 가수 임형주를 비롯해 가수 장혜진, 바다, 소향, 주현미, B1A4, 송창식, 기타리스트 함춘호, 테너 임산 등이 출연해 아베마리아, 애모, 친구여 등 김 추기경이 생전 좋아했던 노래를 선보인다.
염 추기경은 행사 시작 전, 황 아나운서의 제안으로 무대에 올라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생전에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여기 이 자리에는 추기경님을 사랑하는 분들이 와계신 듯하다. 김추기경님을 추억하며 그분 사랑을 떠올리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공연 후에는 무대 뒤로 가서 전 출연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김수환추기경연구소는 김 추기경의 생애와 사상, 영성을 연구하고 김 추기경의 유지를 실천하기 위해 가톨릭대가 지난 2010년 설립했다. 김 추기경 관련 각종 심포지엄을 열고 김 추기경 관련 영상자료집 발간, 추모음악회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재)바보의나눔(이사장 조규만 주교)은 16일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 내 성직자 묘원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참배객들과 함께 김 추기경의 묘소를 지킨다.
또한 묘소를 방문한 이들에게 김 추기경 자화상 배지 및 홍보 리플렛을 배포하면서 김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잇고 있는 바보의나눔을 신자들에게 알리고, 후원 참여를 호소할 예정이다.
바보의나눔은 이날 오전 11시와 오후 2시 두 차례 공원묘지 내 성직자 묘원에서 참배객들과 함께 김 추기경 추모 미사를 서울대교구 이동원 신부 주례로 봉헌할 계획이다.
바보의 나눔은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이어받아 2010년 2월 설립된 모금 및 배분 전문법인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그린 '김수환 자화상'을 단체의 엠블럼으로 지정하고 그림 속 '바보야'라는 말을 차용해 이름을 지었다.
해외원조와 국내 사회적 소외계층 지원, 복지시설 종사자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사업, AIDS/HIV환자 지원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설립 첫 해 8억원, 2011년 30억원, 2012년 40억원 넘게 배분했으며, 천주교 모금기관이지만 불교와 개신교 등 타종교 시설에도 배분함으로써 종교간 장벽을 허물기도 했다. 지난 2011년 7월 공정성과 투명성을 인정받아 민간단체로는 유일하게 법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된 바 있다.
염수정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추기경 서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16일 로마로 출국하기에 앞서 14일 오전 11시 15분께 선배 사제이자 스승인 김 추기경의 묘소를 찾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조규만 주교를 비롯한 주교단과 서울대교구 처국장 사제들도 함께 한다.
염 추기경은 추기경 서임 이후 지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김 추기경님은 마음이 참 따뜻한 선배이자 사제들의 아버지이셨다. 내가 그분의 발끝만큼 이라도 닮을 수 있도록 많은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염 추기경은 김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이던 1992년부터 7년 간 교구 사무처장으로 일하며 추기경을 보필한 바 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 염 추기경에 대해 "인내할 줄 알고 겸손하게 살아온 덕망 있는 사제"라고 평가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각 성당과 신자들은 김 추기경을 추억하며 꾸준히 추기경의 묘역을 방문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동료 사제들과 함께 잠들어 있는 용인 천주교공원묘지 성직자 묘역(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소재, 031-334-0807)을 관리하고 있는 안병주 소장은 "김 추기경의 묘소에는 1주기 때만큼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선종 5년이 되가는 지금도 평일 20~30명, 주말 50여명의 신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신자들은 개인적으로 추기경 묘소를 찾아 꽃을 놓고 가거나 성당 주임신부님과 단체로 찾아와 미사를 봉헌하고 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추기경님을 잊지 않고 있음을 느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