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퇴근 후 헬스장.
하루를 털어내듯 운동복을 갈아입고 러닝존으로 향한다.
그런데… 예상대로다.
런닝머신 전부 만석.
가만 보면 운동은 30분인데 스트레칭은 1시간인 분들,
거울 앞에서 팔만 구부리는 분들,
걷는 건지 산책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속도 3.0인 분들까지.
하지만 누구도 쉽게 내릴 생각은 없어 보인다.
슬쩍 한 대 앞에 서본다.
기계 위 남자는 이미 땀범벅이지만,
속도는 여전히 4.5.
휴대폰으로 뭘 보며 느긋하게 걷고 있다.
나도 태연한 척 허리춤에 타월을 끼우고 물병을 들었다 놨다 한다.
**‘운동 끝나실 때까지 기다리는 거 아닙니다’**라는 연기를 곁들여서.
옆에 서 있는 또 다른 회원과 눈이 마주친다.
서로 애써 시선을 피하면서도,
속으론 분명히 계산 중이다.
“누가 먼저 이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그때, 땀 닦던 남자가 런닝머신 속도를 점점 줄이기 시작한다.
속도 4.5 → 3.0 → 2.0…
우린 동시에 한 발짝 다가섰다.
그리고… 그가 갑자기 휴대폰 화면을 보며 다시 속도를 높인다.
4.5 재진입.
거의 런닝머신 낚시였다.
결국 나는 한 발 물러서며 생각했다.
뛰는 자 위에 걷는 자 있고,
걷는 자 위엔 눈치 보는 자 있다.